[비즈니스포스트] 윤석환 CJ제일제당 대표이사가 20년 이상 영위해 온 전분당(물엿, 포도당, 액상과당 등) 사업을 매각하기로 결정하면서 체질개선에 시동을 걸었다.

매각의 실무를 책임지게 될 김대현 CJ제일제당 최고재무책임자(CFO)의 어깨도 무거울 것으로 보인다.
 
CJ제일제당 '전분당 매각'으로 변화 닻 올린다, 김대현 '실무형 CFO' 역량 증명의 시간

▲ 김대현 CJ제일제당 CFO가 CJ제일제당의 전분당 사업 매각에서 자신의 경험과 역량을 잘 발휘할 수 있을지가 중요해지고 있다. < CJ푸드앤케어 >


김 CFO는 CJ그룹 내부에서 다양한 경영지원 보직을 거쳐 계열사 대표까지 역임한 실무형 CFO로 평가받는 인물이다. CJ제일제당이 제값을 받고 전분당 사업을 매각하는 데 역량을 발휘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29일 CJ제일제당 안팎의 움직임을 종합하면 전분당 사업부 매각을 검토하는 것은 비효율 사업부를 정리하는 '선택과 집중' 전략이 본격화하는 행보로 여겨진다.

CJ제일제당의 전분당 시장 점유율은 10% 안팎인 것으로 알려졌다. CJ제일제당의 설탕 등 다른 사업과 비교해도 작은 규모일 것으로 추정된다. 그럼에도 22년 동안 영위해 온 전분당 사업을 내놓기로 한 결정은 쉽지 않았을 것으로 보인다.

CJ제일제당은 최근 회계법인 삼정KPMG를 통해 전분당 사업부 매각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CJ제일제당의 전분당 사업은 CJ그룹이 2004년 4월 전분·전분당 제조 전문기업인 신동방CP를 인수해 계열사에 편입하면서 시작됐다. 2008년 8월부터는 CJ제일제당이 전분당 제품의 전량 판매를 담당해 왔다.

CJ제일제당이 체질 개선에 나설 것이라는 전망은 올해 초부터 나오기 시작했다.

윤석환 대표는 2월 임직원들에게 이메일을 통해 "낭떠러지 끝에 서 있는 절박한 위기 상황"이라며 "뼈를 깎고 살을 도려내는 파괴적 변화와 혁신을 통해 완전히 다른 회사가 돼야 한다"고 강조했으며 3월에는 미래혁신사무국을 신설했다.

7월에는 식품과 바이오로 이원화돼 있던 사업구조를 라이프스타일식품과 기술소재, 핵심소재 등 3개 부문으로 개편했고 성장성과 수익성이 낮은 한계사업도 정리하겠다고 밝혔다.

CJ제일제당 관계자는 비즈니스포스트와 통화에서 "미래혁신 차원에서 성장성과 수익성이 낮은 한계사업을 과감히 정리하는 일환"이라며 "다양한 옵션을 검토중이지만 구체적으로 확정된 사항은 없다"고 말했다.

윤 대표가 체질 개선을 본격화한 만큼 김대현 CFO의 부담도 커질 것으로 보인다.

김 CFO는 CJ제일제당이 3월 신설한 CFO 조직의 수장으로서 법인 CFO 겸 식품 CFO를 맡고 있다. 다양한 사업부 지원 경력은 물론 사업부 매각 경험까지 갖춘 '실무형 CFO'로 꼽힌다.

그는 CFO로는 다소 이례적으로 여러 사업부의 경영지원을 주로 담당해 왔다. CJ제일제당은 CFO 조직 신설 이전 유사한 역할을 하던 재경실장에 국세청 출신인 천기성 경영리더 등 정통 재무관리형 인사를 기용해 왔다.

김 CFO는 1999년 CJ 해외프로젝트팀에 입사했다. 이후 소재기획팀, 소재 경영지원팀 등을 거쳐 CJ피드앤케어 경영지원실장, CJ제일제당 FNT 경영지원실장 등을 거쳤다.

CJ제일제당 CFO로 발령나기 전까지는 CJ피드앤케어 대표이사를 맡았다. CJ피드앤케어가 지난해 10월 1조2천억 원으로 매각이 결정된 뒤 3월 매각을 마무리할 때까지도 대표이사를 맡았다.

전분당 사업을 봤을 때 현금흐름이 안정적일 뿐 아니라 성장 가능성이 낮지 않다는 점 때문에 사모펀드에 눈길을 끌 수 있을 것이라는 긍정적 시선이 나온다.

전분당 업계 관계자는 비즈니스포스트와 통화에서 "글로벌 저당 트렌드에 맞춰 전분당을 활용한 대체당 개발이 가능할 것"이라며 "전분당 시장 전망은 어둡지 않은 편"이라고 말했다.

대기업 소속 식품 사업부라는 점도 사모펀드에는 매력적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한국계 사모펀드인 VIG파트너스, 한앤컴퍼니 등은 대기업에 식품 계열사 또는 식품 사업부를 사들여 비싼 값에 되팔기도 했다.

VIG파트너스는 2020년 한화호텔앤드리조트 FC부문을 1천억 원가량에 사들여 2018년 약 740억 원에 인수한 윈플러스와 합쳤다. VIG파트너스는 2024년 통합법인 푸디스트를 약 2360억 원에 사조대림에 매각해 620억 원가량의 차익을 올렸다.

한앤컴퍼니도 2013년 웅진식품을 약 950억 원에 인수해 2018년 대만 퉁이그룹에 2600억 원가량에 되팔며 원금의 두 배에 가까운 1650억 원의 차익을 기록했다.
 
CJ제일제당 '전분당 매각'으로 변화 닻 올린다, 김대현 '실무형 CFO' 역량 증명의 시간

윤석환 CJ제일제당 대표이사(사진)는 3월 미래혁신사무국을 신설하는 등 체질개선을 강조하고 있다. < CJ제일제당 >


다만 전분당 사업을 시장에서 바라보는 적정 가격에 매각하는 게 쉽지만은 않을 것이라는 의견도 있다.

전분당은 사업부 매각에 주로 사용되는 수치인 상각전영업이익(EBITDA)이 약 300억 원 수준이다. 시장에서는 10년 동안 벌어들일 수 있는 3천억 원 정도를 적정 가격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전분당 담합 사건으로 가격 재결정 명령이 내려지면서 상각전영업이익이 고평가됐다는 의견이 나온다. 기존에 담합을 통해 높은 상태로 유지됐을 것으로 추정되는 상각전영업이익이 감소할 수 있다는 것이다.

CJ제일제당 전분당 영업 양수를 기존 전분당 사업자인 대상과 삼양사, 사조CPK가 할 가능성도 매우 낮다. 공정거래위원회는 1개 기업이 시장의 50% 이상을 점유하고 있거나 3개 회사가 75% 이상을 점유하는 것을 독과점으로 보고 있다.

전분당 시장은 대상과 삼양사, 사조CPK, CJ제일제당의 4개 회사가 전분당 시장 전체의 86.4%를 점유하고 있다. CJ제일제당 전분당 사업을 3개 회사 중 하나가 인수하면 과점이 되는 만큼 기업결합 심사에서 탈락할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풀이된다. 전주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