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이재명 정부가 7월 부동산 종합대책 발표를 앞두고 정책의 무게중심을 '세제'보다 '공급'으로 옮기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이달 초 이재명 대통령이 보유세 강화 필요성을 공개적으로 언급했던 것과 달리 김용범 청와대 정책실장은 공급 확대를 최우선 과제로 내세우고 세제 개편에는 국민 의견을 충분히 수렴하겠다며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이재명 정부 부동산 정책 '공급'으로 무게중심 옮기나, 지지율 하락에 세제개편 고민 깊어

김용범 청와대 정책실장이 24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관훈토론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최근 대통령 지지율이 하락세를 이어가는 가운데 정부가 증세 논란보다 공급 확대를 앞세우는 쪽으로 정책 방향을 조정하는 것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다만 전문가들은 공급 확대는 기존 정책의 연장선에 있는 만큼 정책의 무게중심이 이동했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진단했다.

25일 정부 움직임을 종합하면 정부는 7월 부동산종합대책 발표를 앞두고 막바지 점검 작업을 벌이는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기존에 알려진 세제 개편을 두고는 보다 면밀한 점검이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앞서 김 정책실장은 24일 관훈토론회에서 최근 서울 집값과 전월세 가격 상승을 두고 "2023~2024년 프로젝트파이낸싱(PF) 위기와 고금리로 공급 준비가 예년보다 30~40% 부족했던 결과"라며 "공급을 늘리는 문제는 더 이상 미룰 수 없다. 닥치고 지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그린벨트 해제와 공공부지 활용, 노후 공업지역 개발 등을 거론하며 공급 확대를 시급한 과제로 제시했다.

반면 김 정책실장은 세제 개편과 관련해 "합리적인 방안을 연구하고 있다"면서도 "직접 이해관계를 가진 사람은 물론 맘카페 회원들까지 다양한 의견을 듣고 필요하면 공개토론도 거쳐 신중하게 정책을 결정하겠다"고 말했다.

정부는 다음달 중 주요 부처 관계자와 전문가, 일반 국민들이 참여하는 '부동산 국민 대토론회' 개최를 추진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는 세제 개편에 앞서 폭넓은 의견 수렴 절차를 거치겠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앞서 이 대통령은 이번 달 8일 취임 1주년 기자회견에서 "우리나라 보유세는 대체로 낮다"며 "여러 채를 보유하는 경우에는 상응하는 부담을 지는 것이 맞다"고 말했다. 세제와 금융, 규제, 공급을 함께 정리하겠다며 7월 세제 개편 가능성도 시사했다.

당시에는 보유세 강화 등 세제 개편이 향후 정부 부동산 정책의 핵심 축으로 받아들여졌다. 다주택자의 보유 부담을 높여 시장에 매물을 유도하고 투기 수요를 억제하겠다는 의지로 해석됐다.

다만 전문가들은 김 실장의 발언을 정책 전환의 신호로 해석하기에는 무리가 있다고 바라봤다.

김인만 부동산경제연구소 소장은 비즈니스포스트와 나눈 통화에서 "공급은 지난해 9·7 공급 대책과 올해 1·29 공급 대책 등에서 계속 강조해온 정책"이라며 "새로운 공급 대책이 나온 것도 아니고 기존에 했던 말을 다시 한 것에 가깝다"고 말했다.

김 소장은 이어 "공급이 중요하지 않았다가 중요해진 것이 아니라 원래 중요했지만 성과가 나지 않았던 것"이라며 "정책실장이 '닥치고 공급'이라고 표현했지만 구체적인 실행방안은 제시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그는 정부가 국민 대토론회를 추진하는 것을 놓고도 "정책 방향을 바꾸려는 것이라기보다 세제 개편을 앞두고 사회적 공감대를 쌓으려는 성격이 강해 보인다"고 말했다. 
 
이재명 정부 부동산 정책 '공급'으로 무게중심 옮기나, 지지율 하락에 세제개편 고민 깊어

▲ 서울 시내 아파트 단지 모습. <연합뉴스>


이 같은 정책 메시지 변화의 배경으로는 최근 부동산 민심과 대통령 지지율 하락이 거론된다.

조원씨앤아이가 17일 발표한 이 대통령 국정 평가에서 긍정평가가 47.7%, 부정평가가 49.0%로 집계돼 오차범위 안이지만 처음으로 부정평가가 높게 나타났다. 그 뒤 리얼미터와 한길리서치, 미디어토마토 조사에서도 부정평가가 긍정평가를 앞서는 이른바 '데드크로스'가 이어졌다. 특히 서울 등 수도권과 20·30대를 중심으로 부정평가가 높게 나타났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비즈니스포스트와 나눈 통화에서 "대통령 지지율 영향도 당연히 반영됐을 것"이라면서도 "기존 공급대책 외에 새롭게 내놓을 수 있는 카드가 많지 않은 상황에서 공급 확대와 수요 억제를 동시에 추진하겠다는 방향은 현실적으로 양립하기 쉽지 않다"고 봤다.

그는 "양도세와 보유세를 함께 강화하면 거래량은 줄어들 수 있지만 집값이 반드시 안정된다고 보기는 어렵다"며 "보유세를 집값을 잡는 수단으로 활용하는 데도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김 실장도 관훈토론회에서 부동산 시장 안정을 위해 조세 역시 중요한 정책 수단이라고 재확인했다. 정부 안팎에서는 보유세와 양도세 조정, 장기보유특별공제 개편 등을 포함한 세제 개편안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다음 달 발표될 부동산 종합대책은 공급 확대 의지를 얼마나 구체적인 실행 방안으로 연결할지와 함께 보유세와 양도세 등 세제 개편 강도를 어디까지 가져갈지가 핵심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전문가들은 공급 확대를 강조하면서 동시에 세제 규제를 강화하는 정책이 실제 시장 안정으로 이어질지는 여전히 미지수라고 입을 모은다. 

기사에 인용된 조원씨앤아이 여론조사는 스트레이트뉴스 의뢰로 13일부터 15일까지 전국 만 18세 이상 남녀 2001명을 대상으로 실시했다. 조사는 무선 RDD를 이용한 ARS 여론조사 방식으로 진행됐으며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2.2%포인트다.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허원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