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SM엔터테인먼트가 8월 개최되는 공연 3개에 대해서 국내 팬클럽 선예매 제도를 도입한다. 사진은 NCT드림 '더 스윗 드림 호텔'(왼쪽부터)과 에스파 '싱크: 컴플렉시티', 레드벨벳 '어 데이 인 레드&벨벳' 공연 포스터. < SM엔터테인먼트 >
글로벌 시장 확대 경쟁이 치열해지는 상황에서 K팝 산업의 기반인 국내 팬덤을 붙잡기 위한 움직임으로 풀이된다.
SM엔터테인먼트는 23일 오후 8시부터 NCT드림의 10주년 기념 팬미팅 ‘더 스윗 드림 호텔’의 국내 팬클럽 선예매를 진행한다. 이 공연은 인천 인스파이어 아레나에서 8월 개최된다.
SM엔터테인먼트는 해당 공연에 대해 국내 팬클럽 회원들에게 먼저 티켓 구매 기회를 제공한 뒤 글로벌 팬 대상 선예매와 일반 예매를 차례로 진행한다고 밝혔다. 다만 국내 팬과 해외 팬에게 각각 배정된 좌석 비율은 공개되지 않았다.
다른 SM엔터테인먼트 소속 아티스트들도 차례대로 같은 방식을 도입하기로 했다.
에스파는 8월부터 진행되는 월드투어 콘서트 ‘싱크: 컴플렉시티’의 서울 공연 예매를 이 같은 방식으로 운영한다. 마찬가지로 8월 서울에서 진행되는 레드벨벳 팬콘서트 ‘어 데이 인 레드&벨벳’ 또한 국내 팬클럽에게 먼저 예매 기회를 제공한다.
사실 국내 팬 선예매를 먼저 도입한 회사는 하이브다.
하이브는 5월 진행된 엔하이픈 월드투어 콘서트 ‘블러드 사가’의 서울 공연에서 국내 팬클럽 회원들을 대상으로 먼저 예매를 진행했다.
공연이 열린 뒤 팬 커뮤니티에서는 국내 팬 선예매가 관람 만족도를 높였다는 반응이 나왔다. 그동안 해외 팬 비중이 높아지면서 국내 팬들이 공연을 즐기기 어렵다는 불만이 적지 않았기 때문이다.
한국어로 공연이 수월하게 진행된 덕분에 관객들의 응원법과 떼창(떼를 지어 부르는 노래), 현장 호응이 이전보다 활발해졌다는 평가가 이어졌다.
하이브가 먼저 국내 팬 선예매를 도입해 긍정적 반응을 얻은 만큼 SM엔터테인먼트 역시 국내 팬심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었을 것으로 보인다.
SM엔터테인먼트는 선예매뿐 아니라 팝업스토어 확대를 통해서도 국내 팬들과 접점을 넓히고 있다.
▲ 탁영준 SM엔터테인먼트 공동대표이사(사진)는 K팝 시장의 생태계를 잘 이해하는 인물로 평가된다.
SM엔터테인먼트는 올해 1분기 엑소 ‘리버스 더 월드’, NCT위시 ‘위시 베이커리’ 등 팝업스토어를 운영했다.
이러한 활동은 실제 실적으로도 이어졌다.
SM엔터테인먼트의 올해 1분기 MD(기획상품)·라이선싱 매출은 474억 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0.3% 증가했다. 회사는 실적발표 자료에서 팝업 이벤트 MD 판매 호조를 주요 성장 요인 가운데 하나로 꼽았다.
더불어 팝업스토어는 단순한 MD 판매 공간을 넘어서 팬덤 결속력 강화 효과가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박준형 SK증권 연구원은 최근 보고서에서 “팝업스토어는 단기적 이익 창출보다는 컴백한 아티스트의 노출 확대와 팬 경험 강화 등 마케팅 효과를 극대화하는 목적을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처럼 SM엔터테인먼트가 국내 팬덤 관리에 힘을 쏟는 것은 K팝 산업이 글로벌 시장을 대상으로 성장하고 있음에도 여전히 국내 팬덤의 중요성이 크기 때문으로 해석된다.
국내 팬들은 음반 구매와 팬클럽 활동, 공연 문화 형성, 온라인 화제성 확산 등을 주도하는 핵심 소비층으로 꼽힌다. 때문에 업계에서는 국내에서 팬덤을 확보해야 해외 팬덤 확대와 장기적 흥행도 가능하다고 본다.
탁영준 대표는 이러한 음악 시장의 흐름을 빠르게 파악했을 것으로 보인다.
그는 2001년 SM엔터테인먼트에 합류한 뒤 보아와 동방신기, 슈퍼주니어 등 주요 아티스트들의 매니지먼트 업무를 맡아왔다. 이러한 이력을 볼 때 탁 대표는 아티스트의 성장 기반이 충성도 높은 팬덤이라는 점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인물로 평가받는다.
앞으로 국내 팬심 확보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하이브와 SM엔터테인먼트가 국내 팬클럽 선예매를 도입한 만큼 다른 대형 기획사들도 비슷한 방식을 검토할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보인다.
최근 해외 아티스트들도 한국 팬심 공략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일본 걸그룹 큐티스트리트는 한국 음악방송에 출연하고 한국어 콘텐츠를 제작하는 등 한국 시장에서 존재감 확보에 힘을 쏟고 있다.
일본이 세계 2위 규모 음악 시장임에도 한국에 이러한 공을 들이는 까닭은 한국 시장이 글로벌 팬덤 형성의 거점 역할을 하고 있기 때문으로 해석된다. 한국에서 인지도와 화제성을 확보하면 해외 시장 진출에도 유리하다는 것이다.
큐티스트리트 소속사인 일본 아소비시스템의 나카가와 유스케 대표는 6월 진행된 한국 기자들과 인터뷰에서 “한국 시장은 우리에게 있어 매우 중요한 시장이다”고 평가했다.
그는 “큐티스트리트의 경우 한국 음악방송에서 노출된 이후 인도와 북미 판매량이 늘어난 것이 확인됐다”며 “한국에서 토대를 만드는 것은 향후 아티스트의 글로벌 전개에 있어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솔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