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 중국과 무역전쟁 국면에 철강 무관세 할당제 개편, 한국 철강 자동차 가전 영향권

▲ 중국 랴오닝성 심양에 위치한 철강 도매 시장에서 10일 구조물에 매달린 크레인이 철강 코일을 매달아 옮기고 있다. <연합뉴스>

[비즈니스포스트] 유럽연합(EU)이 오는 7월1일부터 수입산 철강 관세를 인상하고 무관세 수입량(쿼터)은 절반가량으로 축소하는데 한국이 무관세 수입량을 얼마나 할당받을지를 놓고 관심이 모인다. 

유럽에 철강을 수출하는 포스코와 현대제철은 물론 냉연강판을 수입해서 자동차와 가전제품을 만드는 현대자동차와 기아 및 삼성전자와 LG전자 등이 무관세 쿼터의 영향권에 들기 때문이다. 

EU는 중국을 상대로 무역 불균형을 주장하며 철강 협상에 나섰는데 총량이 정해진 무관세 쿼터를 중국에 얼마나 배정할지에 한국으로서는 촉각을 곤두세울 것으로 보인다.
 
◆ 철강 무관세 물량 절반으로 축소, 중국 몫 줄어들지 한국 촉각

22일(현지시각) 중국 관영매체 차이나데일리는 논평을 내고 “EU가 철강을 비롯한 주요 품목에서 협상을 통해 중국과의 무역 마찰을 풀어내는 방식이 합리적”이라고 보도했다. 

차이나데일리가 철강을 언급한 배경으로 관세 인상과 무관세 수입쿼터 할당제 개편이 꼽힌다. 

EU가 오는 7월1일부터 철강 무관세 수입쿼터 총량을 이전과 비교해 절반 수준인 연간 1830만 톤으로 축소한다. 또 무관세 쿼터 초과 물량에 대한 관세를 2031년까지 기존 25%에서 50%로 상향할 예정이다. 

EU 통계국에 따르면 2024년 기준 EU가 수입한 철강 가운데 중국산 비중은 11.7%로 인도와 튀르키예를 제치고 가장 많았다. 한국산은 8.7%로 4위를 차지했다. 

철강전문지 유로메탈에 따르면 중국은 상업용 철근과 금속 코팅 강판에 각각 분기별로 14만 톤과 12만7천 톤의 쿼터를 받았다. 다만 전체 철강 쿼터 분량은 집계되지 않았다. 

이러한 쿼터를 어떻게 조정할지 여부는 한국 기업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 EU의 철강 무관세 쿼터가 정해진 총량을 국가별로 배분하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중국을 비롯한 특정 국가 할당량이 감소할 경우 다른 국가가 그 물량을 가져갈 가능성이 있다. 

이 과정에서 한국 정부는 유럽과 방위산업 협력을 카드로 내세울 수 있다. 

EU 회원국 다수가 2020년 2월24일에 발발한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을 계기로 재무장을 확대해 방산 강국인 한국의 중요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또한 배터리를 비롯한 핵심 산업과 관련한 유럽 현지 투자도 철강 무관세 쿼터와 맞바꿀 잠재력이 있다.  

LG에너지솔루션과 삼성SDI 및 SK온 등 한국 배터리셀 업체는 폴란드와 헝가리에 투자해 공장을 운영하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는 최근 EU 관계자의 발언을 인용해 “한국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믿을 만한 파트너’가 됐다”며 “배터리 생산과 핵심 광물 투자에 있어서도 중요한 협력국이다”고 평가했다. 
 
EU 중국과 무역전쟁 국면에 철강 무관세 할당제 개편, 한국 철강 자동차 가전 영향권

▲ 2021년부터 2026년 1분기까지 EU의 대 중국 분기별 무역 수지와 2024년 기준 철강 수입 비중 국가별 순위. <그래픽 챗GPT로 제작>  

◆ 한국 철강부터 자동차·가전까지 EU 공급망 재편 영향권

EU는 전 세계적 철강 과잉 생산에 따른 유럽 내 산업 약화와 친환경 전환을 위해 무역 장벽을 높이려는 정책을 펼치고 있다.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EU가 미국에 대한 안보 의존에서 벗어나려다 보니 국방 분야에서 철강의 중요성도 커지고 있다. 

일단 EU가 철강 관세를 재편하는 과정에 한국 기업으로서는 타격이 불가피하다. 포스코와 현대제철 등이 유럽으로 수출하는 철강 물량이 많기 때문이다. 

한국철강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의 EU로 간 철강 수출 물량은 324만1647톤에 이른다. 이는 전체 철강 수출의 약 11.5%에 달하는 비중이다.

철강을 수입해 유럽에서 자동차나 가전 제품을 만드는 기업도 철강 관세 조정의 사정권에 든다. 

현대차와 기아 및 삼성전자나 LG전자 등 유럽 현지에 공장을 둔 기업은 냉연강판을 비롯한 국내 철강을 현지에서 수입해 제품을 만드는 만큼 국가별 무관세 할당 결과에 촉각을 곤두세울 수밖에 없다. 

철강협회에 따르면 유럽향 컬러강판 수출은 2020년 20만8천 톤에서 2024년 36만1천 톤으로 증가했다. 컬러강판은 냉연강판에 색을 입힌 제품으로 가전제품 외장과 건축 자재로 주로 쓴다. 

이렇듯 유럽에 철강을 수출하거나 유럽에서 수입하는 한국 기업이 모두 있다 보니 경쟁국인 중국에 쿼터가 얼마나 정해질지가 관건인 모양새다.    
 
EU 중국과 무역전쟁 국면에 철강 무관세 할당제 개편, 한국 철강 자동차 가전 영향권

▲ 노란색 지게차가 2025년 8월18일 경기도 평택항에 쌓인 철강 제품을 운반하기 위해 다가가고 있다. <연합뉴스>

◆ EU 중국 공급과잉 정조준…철강 시작으로 무역방어 전면 확대

한국 철강과 자동차 및 가전 업체가 철강 관세 문제에서 주목해야 할 대목은 EU가 중국과의 무역 불균형을 문제 삼고 있다는 점이다. 

EU가 중국산 저가 철강 유입을 막기 위해 중국에 배정하는 무관세 쿼터를 줄이면 한국이 반사 이익을 거둘 수 있다는 뜻이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EU는 지난해 대중 무역적자가 3600억 유로(약 631조 원)를 넘어서며 무역 불균형이 심화해 중국산 저가 수출을 유럽 산업의 위협으로 규정했다. 

이에 EU 무역대표부는 오는 29일 중국과 무역 불균형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회담을 가질 예정인데 철강 문제도 협상 테이블에 오를 수 있다.

경제전문지 포천에 따르면 프랑스와 독일 등 EU 회원국은 중국을 상대로 미국의 무역법 제 301조에 준하는 강력한 무역 방어 수단을 도입하자는 요구를 펼치고 있다. 

미국 무역법 301조는 미국 대통령이 외국의 불공정 무역 관행에 일방적으로 대응 조치를 취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조항이다. 

이러한 분위기가 EU 주요 국가에 형성돼 있어 철강 쿼터 조정에도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 

EU 집행위원회의 스테판 세주르네 산업 담당 위원은 지난 5월28일 파이낸셜타임스에 “유럽 산업은 중국의 불공정 경쟁으로 고사할 위기에 처했다”며 “수입 쿼터와 관세를 더욱 체계적으로 도입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맞서 마오닝 중국 외교부 대변인도 세르주네 위원의 발언이 나온 당일 정례 브리핑에서 “EU의 행보를 면밀히 주시하고 있다”며 “정당한 권리를 보장하기 위해 모든 조치를 취할 것이다”고 경고했다. 

결국 EU가 중국산 철강 유입을 줄이기 위해 일명 ‘무역 전쟁’까지 불사하고 무관세 쿼터를 조정할지를 놓고 포스코와 현대제철, 현대차와 기아 및 삼성전자와 LG전자 등이 촉각을 곤두세울 것으로 보인다. 

철강 무역단체인 유로메탈의 알렉산더 줄리어스 회장은 최근 영국 가디언과 인터뷰를 통해 “EU 지도부는 중국이 유럽 전역의 공장에 얼마나 위험한지 경각심을 가져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근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