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집값을 누르는 금리와 집값을 떠받치는 전세가격이 맞서면서 서울 등 수도권 부동산 시장의 향방에 관심이 쏠린다. 사진은 서울 시내 아파트 풍경. <연합뉴스>
주지하다시피 금리는 집값에 가장 직접적이고 장기적인 규정력을 가진다. 문재인 정부 당시 정부의 가격 억제 노력을 비웃듯 폭등하던 서울 등의 집값은 2022년 하반기 인플레이션에 맞선 한국은행의 금리인상 드라이브에 눈사태처럼 허물어진 바 있다.
우리나라 특유의 전세제도 역시 집값에 적지 않은 영향력을 행사한다. 전세품귀 현상으로 전셋값이 폭등해 매매가와의 이격이 좁혀지면 전세수요 중 일부가 매매수요로 이동하면서 매매가격을 밀어올리는 현상을 자주 목격하곤 했다.
한국은행은 앙등하는 환율과 계속 고개를 드는 물가에 대응하기 위해 금리인상을 거듭 예고하고 있다. 서울의 전세가격 누적 상승률은 지난 해 동기 대비 6배 이상 폭등하고 있다. 집값을 누르는 힘과 밀어올리는 힘 가운데 어떤 힘이 더 강력할지에 따라 집값의 방향성도 결정될 듯 싶다.
◆ 빅스텝 얘기까지 나오는 한은의 기준금리 인상 시나리오
신현송 한국은행 총재가 기준금리 인상을 거듭 예고했다. 기준금리 인상은 기정사실인 가운데 시기와 속도와 횟수만 관건인 상황이다.
신현송 총재는 12일 오전 한은 창립 제76주년 기념사에서 “물가안정에 중점을 두고 늦지 않게 금리를 인상해 나갈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또한 그는 “성장, 물가, 금융안정 상황은 통화정책 측면에서 비교적 명확하게 한 방향을 가리키고 있다”며 “통화정책은 정책변수 간 상충 관계에 직면하기 마련이지만, 지금은 그런 상충이 크지 않다”고 말했다.
신 총재가 공개적으로 향후 금리 인상을 시사한 것은 이번이 벌써 세 번째다. 신 총재가 세 번 연속 금리 인상을 시사한 것은 이미 5월부터 금리 인상 여건이 상당히 갖춰졌지만, 긴축 전 시장에 충분한 신호를 주는 ‘관례’ 등을 고려해 속도를 조절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달 초 발표된 5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3.1%에 달해 한은의 목표 수준(2.0%)보다 1%포인트 이상 높게 나타났다. 2024년 3월(3.1%) 이후 2년 2개월 만에 가장 높은 상승률이었다. 지난 3월 2.2%에서 4월 2.6%로 높아진 데 이어 5월 곧바로 3%를 넘어서면서 한은이 지난달 제시한 2분기 물가상승률 전망치(2.9%)를 상회할 가능성이 커졌다. 기대 인플레이션에 영향을 미쳐 신 총재가 중시하는 것으로 알려진 생활물가도 5월 3.3% 올라 소비자물가 상승률을 웃돌았다.
수도권 주택시장을 중심으로 매매 가격과 전월세 가격이 높은 오름세를 기록한 점, 원/달러 환율이 1500원대에서 장기간 고공행진 하는 점도 금리 인상에 무게를 싣는 배경이다.
물가와 환율과 집값이 모두 이구동성으로 기준금리 인상을 강력히 지지하고 있는데 천만다행인 것은 기준금리 인상의 유일한 걸림돌인 성장률이 놀라울 정도로 호조를 보이고 있다는 사실이다.
반도체 수출 호조 속에 1분기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잠정치는 1.8%로 집계돼, 이례적으로 높았던 속보치(1.7%)보다도 0.1%포인트 더 오르는 기염을 토했다. 역시 신 총재가 중시하는 실질 국민총소득(GNI)은 9.2% 늘어 사상 최고를 기록하기도 했다.
남은 건 금리 인상 시기와 속도와 횟수다. 한은 안팎에서는 금리를 높이더라도 그 파급에 따른 경제 전반의 영향을 주시하며 올해 3분기 1회, 4분기 1회 등 총 2회 0.25%포인트씩이 올리는 것이 유력하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다만 시장 일각에선 상승을 거듭 중인 환율로 인해 한은이 ‘빅스텝(기준금리 0.5%포인트 인상)’을 단행할 가능성도 제기한다. 원/달러 환율이 1600원을 위협하는 지경까지 이르면 장기 인플레이션에 악영향을 줄 가능성이 높아지기 때문에 한은이 선제적으로 기준금리를 50베이시스포인트(bp, 0.01%포인트)올릴 수도 있다는 것이다.
◆ 이미 주담대 금리 상단은 2022년 금리폭등기 수준까지 올라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올리기도 전인데 시장금리는 무섭게 상승 중이다.
12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은행의 주택담보대출 고정금리(5년 주기·혼합형)는 전일 기준 연 4.49~7.51%로 집계됐다.
앞서 한국은행이 올해 첫 금융통화위원회를 열고 기준금리를 동결을 이어간 지난 1월15일 기준 이들 은행의 주담대 고정금리는 3.91~6.21%였다. 현재와 비교하면 하단이 0.58%포인트 뛰고, 상단은 1.30%포인트 급등했다.
주담대 금리 상단이 7.5%를 넘어선 것은 한은의 기준금리 인상이 한창이었던 지난 2022년 10~11월 변동형 기준으로 7.4~7.5%대를 보인 이후 3년8개월여 만이다.
한은은 지난 2021년 8월 당시 0.50%였던 기준금리를 0.75%로 올리면서 물가를 잡기 위한 긴축을 시작한 바 있다. 이후 금리 인상이 이어지면서 2023년 1월에는 3.50%까지 올라갔다. 이를 반영한 은행채 등 시장금리가 뛰면서 주담대 변동금리 상단은 8%를 넘기도 했다.
이후 기준금리는 3.5%로 유지되다가 2024년 10월 3.25%로 내려오면서 인하가 시작됐다. 지난해 5월 2.50%로 내려가 현재까지 이어지고 있다.
한은은 지난달 금통위에서 기준금리를 8연속 동결하며 앞으로의 인상 전환을 예고한 상태다. 시장에서는 연내 0.25%포인트씩 2차례 인상으로 3.00%에 도달한 뒤, 내년 추가 인상으로 최종금리가 3.50% 이상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 천정부지로 치솟는 서울 등의 전세값
서울 등의 집값에 큰 영향을 미치는 전세가격이 하늘 높은 줄 모르고 폭등 중이다.
한국부동산원이 11일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서울(0.29%→0.32%)은 높은 전세 수요가 지속되는 가운데 역세권, 대단지 등 주요 단지 중심으로 대기 수요가 누적되며 상승 계약이 체결되는 등 전체적으로 상승했다. 놀라운 건 이번 주 서울 전세 상승률이 2015년 10월 넷째 주(0.33%) 이후 약 10년 8개월 만에 최고치를 찍었다는 사실이다.
수도권 전체로는 0.22% 올랐다. 경기(0.14%→0.19%)에서는 화성시 동탄구(0.52%), 광명시(0.44%), 성남시 수정구(0.41%) 등의 전세가격이 강세를 보였다. 인천(0.11%)도 전주 대비 상승폭이 0.04%포인트 확대됐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1년간 서울 아파트 전세가격은 6.90% 올랐다, KB부동산은 7.51%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올해 현재까지 서울 전세 누적 상승률은 3.77%로 지난해 같은 기간(0.65%)의 약 6배에 달한다.
서울 등의 아파트 전세 품귀와 전셋값 폭등이 나타나는데에는 토허제 및 전세사기 등에 따른 비아파트 회피 현상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는 것으로 보인다.
◆ 금리상승과 전세가격 상승 중 어떤 요인이 더 강하게 집값에 작용할 것인가?
지금으로선 기준금리가 내년까지 3.5%를 목표로 상승할 확률이 높다. 이미 움직이고 있는 시장금리가 상승폭을 더 높일 수 있다는 뜻이다. 금리의 이런 움직임은 분명 집값 하방요인이다.
반면 전세가격 상승세는 집값 상방요인이다. 단 토허제 등에 기인한 전세가격 상승세가 언제까지 지속될지는 누구도 모른다. 마찰적 요인에 따른 것이라면 상승세는 곧 꺾일 수도 있다. 물론 구조적 요인에 의한 것이라면 전세 품귀와 전세가격 폭등이 지속될 수도 있다.
중요한 건 당분간 서울 등 수도권의 집값 방향성은 금리인상과 전세가격 상승 중에 힘이 더 강한 쪽으로 딸려갈 가능성이 높다는 사실이다. 이태경 토지+자유연구소 부소장
| 이태경 토지+자유연구소 부소장은 땅을 둘러싼 욕망과 갈등을 넘어설 수 있는 토지정의 문제를 연구하고 있다. ‘투기공화국의 풍경’을 썼고 ‘토지정의, 대한민국을 살린다’ ‘헨리 조지와 지대개혁’을 함께 썼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