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재섭의 뒤집어보기] 중동사태로 드러난 데이터센터 '지정학적 위험', 데이터센터 들어서는 우리 동네 집값 괜찮을까

▲ 미국과 이스라엘의 이란 침공으로 시작된 전쟁에서 아마존웹서비스와 오라클 등 미국 빅테크 기업들의 데이터센터가 미사일과 드론 공격을 받은 것으로 나타나 주목되고 있다. 사진은 미국 인디애나주 뉴칼라일에 위치한 아마존웹서비스 데이터센터 내부 모습. <연합뉴스>

[비즈니스포스트] 미국·이스라엘의 이란 침공으로 시작된 이번 전쟁과 관련해 크게 주목을 받지는 못했으나 중요한 흐름 한 가지가 있다.

이란이 중동 지역 내 미국 빅테크 기업들의 데이터센터도 반격 대상으로 삼았다는 점이다.

미국이 이란 내 공습 대상 시설과 시점을 꼽을 때 생성형 AI(앤트로픽의 '클로드')를 활용한 것으로 드러나 화제가 된 것과 더불어, 이란이 미국 빅테크 기업들의 중동 지역 데이터센터를 대상으로 미사일·드론 공격을 한 것 역시 이번 전쟁에서 처음 나타난 흐름이다.

'모두의 AI'와 'AI 3강'을 외치는 우리나라 정부는 물론 AI 서비스를 새로운 먹거리로 꼽아 투자를 늘리거나 기존 서비스·사업의 AX(AI 전환) 계획을 갖고 있는 기업들도 교훈거리로 삼을 만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AI를 사람에 비유하면, 데이터센터는 뇌·오장육부 등과 같은 구실을 한다. 서비스 운용의 구심점이자 엔진이고, 서비스 과정에서 수집되는 데이터 처리·저장도 모두 데이터센터 속 서버(컴퓨터)에서 이뤄진다.

이번 이란 전쟁에선 미국이 생성형 AI를 무기로 활용하자, 이란은 AI의 뇌와 오장육부 구실을 하는 데이터센터를 반격 대상으로 삼은 꼴이다.

데이터센터가 미사일·드론 공격을 받아 파괴돼 그 안에서 돌아가던 서버가 동작을 멈추거나 서버 속 데이터가 훼손되면, AI는 물론 인터넷까지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표현대로 '석기시대' 상태로 돌아간다.

이란이 미국 빅테크 기업들의 데이터센터를 공격한 게 미국에 주는 직접적 타격감은 크지 않을 수 있다. 하지만 호르무즈 해협 통제로 전 세계 에너지 공급망과 경제를 뒤흔들어 미국 가계의 물가 부담을 키우는 방식으로 트럼프 대통령의 정치적 입지를 뒤흔든 것과 같은, 간접적 타격 효과를 노려볼 수는 있다.

이번에 미사일·드론 공격을 받은 데이터센터는 미국 정부와 정치권에 영향력이 큰 미국 빅테크 기업들의 핵심 자산이다. 이들 빅테크 기업에는 월가의 자본이 투자돼 있다.

우리나라 정부와 기업들이 AI와 데이터센터 관련 정책과 전략을 정할 때 추가로 살펴야 할 대목이다. 현재 우리나라에선 이재명 정부가 AI로 새로운 성장동력을 만들겠다고 나서면서, 데이터센터 관련 정책과 전략 방향의 중요성 역시 커졌다.

데이터센터를 어느 곳에 짓고, 데이터센터가 엄청나게 필요로 하는 전기를 어떻게 공급할 것인지를 두고 정부·정치권·기업·시민단체·지방자치단체 간 공방과 눈치 싸움이 치열하게 벌어지고 있다.

데이터센터는 일단 만들어지면 24시간 끊김 없이 가동돼야 하는 특성 상, 자리를 옮기거나 설계 구조를 바꾸기가 쉽지 않다. 첫발을 잘 떼야 한다는 뜻이다.

AI 시대가 가속화할수록 데이터센터의 입지와 동작 구조 관련 전략적 방향의 중요성은 커진다. 

7일 외신 보도를 종합하면, 이란 이슬람혁명수비대가 아랍에미리트(UAE) 두바이 미국 오라클 소유 데이터센터에 드론 공격을 감행했다. 아랍에미리트 내 아마존웹서비스(AWS) 데이터센터 2곳도 이란의 드론 공격을 받았고, 이 업체의 바레인 데이터센터도 당했다. 이란학생통신(ISNA)은 보복 차원의 공격이라고 보도했다.

AWS는 미국 최대 전자상거래 업체 아마존의 클라우드 서비스 자회사다. 글로벌 클라우 시장의 선두 주자다.

AWS 측은 "드론 공격으로 데이터센터에 구조적 손상이 발생했고, 전력 공급이 중단됐으며, 일부 화재 진압 작업으로 인해 수해 피해도 발생했다"고 밝혔다. 이 업체는 "신속한 복구를 위해 노력 중이지만, 물리적 피해의 특성상 복구가 장기화할 수 있다"고 했다.

해당 데이터센터들을 기반으로 삼고 있는 각종 온라인 서비스들도 중단되거나 장애를 일으켰다. AWS 데이터센터가 공격을 받아 파괴돼 클라우드 서비스가 중단되거나 장애가 발생하면, 이 업체 클라우드 서비스를 이용하는 중동 지역 내 고객사들의 각종 온라인 서비스도 중단된다.

앞서 아마존은 미국·이스라엘의 이란 공격에 대응해 이란이 미사일과 드론을 발사하면서 중동 지역 배송이 지연될 수 있다고 공지하기도 했다.

외신들은 이를 두고 '데이터센터의 지정학적 위험이 커졌다'고 짚었다. 이전에 벌어진 중동 전쟁 때는 군사 시설과 함께 정유시설이나 항만 등이 주로 타격 대상이었다.

그만큼 데이터센터의 전략적 가치가 높아졌다는 뜻이다.

데이터센터는 이미 국가나 기업의 '디지털 두뇌'로 기능하고 있다. 국가 행정 전반은 물론 군사 작전까지도 클라우드 기반으로 전환되고, 생성형 AI를 활용하면서다.

이런 추세는 앞으로 더욱 가속화할 전망이다. 같은 맥락에서 '디지털 혈관·신경망' 구실을 하는 해저 케이블 역시 공격 대상이 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해저 케이블이 끊기면 전 세계 인터넷 통신망이 마비되며, 데이터센터를 무용지물로 만드는 결과를 부를 수 있어서다.

미국 국제전략문제연구소(CSIS)에 따르면 이집트를 거쳐 홍해로 이어지는 해저 케이블 구간은 전 세계 인터넷 트래픽의 17% 가량을 처리한다. 특히 유럽과 아시아 간 오가는 데이터는 90% 이상이 이 지역 해저 케이블에 의존한다.

전 세계를 거미줄처럼 연결하고 있는 통신망은 한 쪽이 끊기면, 데이터가 다른 쪽으로 몰리면서 그 쪽 통신망에서도 장애를 일으킨다. 결국 전 세계 통신망이 마비되는 사태로 이어진다.

위성 통신망으로 대체할 수도 있지만, 데이터 송수신 품질에서 위성 통신망은 해저 케이블에 미치지 못한다.

절대 일어나서는 안되고, 또 상상하는 것 만으로 몸서리가 처지는 상황이지만, 어쩔 수 없이 꼭 고려하고 감안해야 하는 경우가 있다.

앞으로 정부와 기업들이 AI 서비스의 기반으로 삼을 데이터센터의 입지를 정하고 구조를 설계할 때가 여기에 해당한다.

새 데이터센터를 어느 지역에 지을 것인지, 어느 곳에 있는 데이터센터에 입주할 것인지를 정할 때, 그동안은 에너지 공급 여건과 직원·고객들의 접근성 등을 우선적으로 따졌다면, 앞으로는 '전쟁 등 유사 시 상황 대비'도 살펴야 한다.

이번 이란 전쟁을 교훈 삼아 '적'이 우선 공격하거나 반격할 대상으로 데이터센터가 꼽힐 수 있다는 점까지 감안해야 한다.

데이터센터 운용 구조와 방식도 달라져야 한다. 지금까지는 지진·화재와 홍수·황사 영향 등을 우선적으로 따져 입지와 시설의 구조를 정했다면, 앞으로는 유사시 미사일·드론 공격 대상으로 삼아질 수 있다는 점까지 헤아려야 한다.

무엇보다 데이터 실시간 백업 상태 유지와 '트윈 구조' 설계의 중요성이 더 커졌다. 트윈 구조란 지리적으로 멀리 떨어져 있는 두 데이터센터 속 서버가 쌍둥이처럼 돌아가는 구조를 말한다. 천재지변이나 전쟁 등으로 한쪽 서버에 장애가 발생하거나 멈춰도 다른 곳의 서버가 대신해 서비스의 지속성이 유지되도록 하는 것이다.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은 자국 내에서는 물론 글로벌에서도 물리적으로 멀리 떨어진 데이터센터 2~3곳을 묶어 '리전'을 만들고, 그 안에서 물리적으로 떨어진 상태로 데이터 백업과 트윈 구조를 운용한다. 천재지변이나 전쟁 등에 대비하는 것이다.

우리나라 정부·기업의 데이터센터는 이를 소홀히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지난해 정부 대전 데이터센터 화재 발생 시 트윈 구조와 데이터 백업 상태가 크게 미흡한 상태로 운용돼온 사실이 드러났다. 전국에 정부 데이터센터가 3곳이나 됐지만, 대부분 트윈 구조 설계가 안 돼 있고, 데이터 백업은 한 데이터센터(심지어 같은 층) 내 다른 서버에서 이뤄지고 있는 경우도 있었다.

앞서 경기도 분당 SK 데이터센터 화재 때는 카카오 서비스가 이런 상태로 운용돼온 것으로 드러났다.

나아가 해저 케이블과 전력망 통로를 다양화하고, 데이터센터가 서울 도심과 수도권에 집중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 그동안에는 데이터센터의 지역 배치가 에너지 공급망 구축 효율화 측면에서 주로 강조됐으나, 앞으로는 데이터센터 자체의 지정학적 리스크 측면에서도 봐야 한다.
 
[김재섭의 뒤집어보기] 중동사태로 드러난 데이터센터 '지정학적 위험', 데이터센터 들어서는 우리 동네 집값 괜찮을까

▲ 이번 이란 전쟁을 통해 데이터센터의 전략적 가치가 높아진 것으로 나타나면서, 데이터센터의 전쟁 억지 효과에도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사진은 미국 오하이오주 뉴알바니에 위치한 구글 데이터센터 모습. <구글>

이번 이란 전쟁은 구글·마이크로소프트(MS)·AWS·메타(페이스북 운영사) 같은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의 데이터센터를 유치하면 전쟁 억지력 강화 효과를 볼 수 있다는 점도 보여줬다.

예전에 수도권 북쪽 휴전선 근처에 미국과 유럽 강대국의 글로벌 기업 공장을 유치하면 미군 부대 배치 수준의 전쟁 억지력 효과를 볼 수 있다는 말이 있었다. LG가 필립스와 손잡고 경기도 파주 북쪽에 'LG필립스LCD' 사업장을 설립했을 때도 이런 말이 돌았다.

휴전선 근처에 자유무역지대가 여러 곳 만들어지고, 미국과 유럽연합 국가 글로벌 기업 사업장들이 들어섰으면 좋겠다는 바람으로 이어지기도 했다.

이제 데이터센터로도 그 효과를 볼 수 있게 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물론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의 데이터센터를 굳이 수도권 북쪽으로 유치할 필요는 없다. 전기 공급과 냉각 효율화(물과 바람을 이용하는 등) 여건 등을 감안할 때 이를 강제하기도 어렵다.

이름을 밝히길 꺼린 한 정부 관계자는 비즈니스포스트와 만나 "전쟁 억지력 측면에서 보면, SK가 AWS와 손잡고 울산에 짓는 데이터센터처럼 남쪽 지역에 유치하는 것도 괜찮다. 특히 기후 위기 대응 흐름까지 감안하면 원자력발전소가 모여 있고, 바다 위 풍력 발전이 늘고 있으며, 해저 침출수 등을 이용해 냉각 효율을 높일 수 있는 영남과 호남 바닷가 근처 지역을 최적지로 꼽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아울러 데이터센터에 대한 보안을 군사시설처럼 강화할 필요도 있다. 구글과 메타 등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에 지도 데이터를 제공할 때 군사시설처럼 데이터센터 위치도 삭제하는 조치를 검토해볼 필요도 있다.

지역과 상관없이 데이터센터를 주택가에 짓지 못하게 하고, 특히 학교나 대형 병원 등에서 일정 거리 안에는 데이터센터를 구축하지 못하게 하는 규제가 필요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미국이 이란 군사시설 폭격 명분으로 날린 미사일이 옆 초등학교에 떨어져 12살 이하 어린이 175명이 그 자리에서 사망한 장면을 텔레비전 화면을 통해 전 세계가 생생하게 봤다. 데이터센터를 주택가나 학교·병원 근처에 두지 못하게 한다고 주민들이 반대할 이유가 없어진 셈이다.

한반도에 긴장감이 높아지면, 여파가 데이터센터 근처 집값까지 미치는 상황도 예상해볼 수 있다. 물론 이런 일은 절대로 일어나면 안된다.

데이터센터를 서울과 수도권이 아닌, 풍력 등 재생 에너지가 풍부하게 생산되고 있는 남쪽에 둬야 한다는 주장에 힘이 실릴 수도 있다. 정부는 전기를 서울과 수도권까지 끌어오는데 따른 사회적 갈등(송전선 설치 공방)과 비용은 물론 지역 균형 발전 효과까지 들어 데이터센터를 남쪽 지역에 둘 것을 권하고 있지만, 기업들은 관리 인력 유치 어려움과 고객사 접근성 등을 들어 서울과 수도권에 두기를 원하고 있다.

한 이동통신사 부사장급 임원은 비즈니스포스트와 만나 "고객사들이 먼 지역 데이터센터 입주를 꺼리고, 데이터센터 운용 및 유지보수 인력 유치에 어려움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기술적으로는 신호와 데이터가 지역 데이터센터까지 갔다오는 과정에서 딜레이 타임이 생기는 문제가 있다"고도 했다.

이 임원은 이란의 미국 빅테크 기업 데이터센터 공격을 가볍게 봐서는 안 되는 것 아니냐는 비즈니스포스트 질문에는 "과민 반응"이라고 일축했다.

제발 그랬으면 좋겠다. 한가한 이야기이고, 과민 반응이었으면 좋겠다. 그런데 정말 그럴까.

데이터센터는 한 번 짓고 설계하면 옮기거나 바꾸는 게 쉽지 않다. 김재섭 선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