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근당 'R&D 보릿고개'에 수익성 악화, 김영주 상용화 다가선 CKD-510에 기댄다

▲ 김영주 종근당 대표이사가 연구개발(R&D) ‘과도기’를 겪고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영주 종근당 대표이사가 연구개발(R&D) 과도기를 겪고 있다. 꾸준한 투자에도 불구하고 신약 성과가 부재하면서 기업가치가 정체된 데다, 수익성마저 악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노바티스에 기술수출한 핵심 파이프라인 ‘CKD-510’의 적응증 공개가 반등의 신호탄이 될 수 있을 지 주목된다.

16일 제약업계를 종합해보면 실적과 신약 성과에 따른 제약사별 주가 온도차가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다.

최근 제약사들은 단기 실적과 함께 신약 후보물질(파이프라인)의 임상 진척 여부가 기업가치의 핵심 변수로 부상하고 있다. 실제로 신약 파이프라인 성과를 보여주고 있는 유한양행과 한미약품, 일동제약, 제일약품의 자회사 온코닉테라퓨틱스 등은 주가 상승 모멘텀이 강하다. 

유한양행은 국내 제약사 가운데 처음으로 항암제 ‘렉라자’가 미국 식품의약국(FDA) 승인을 받으며 글로벌 시장에서 존재감을 높였다. 한미약품과 일동제약은 각각 비만치료제 파이프라인을 중심으로 임상 기대감이 커지고 있고, 온코닉테라퓨틱스는 국내 P-CAB 신약 자큐보와 ‘네수파립’ 임상 진전으로 시장의 관심을 받고 있다.

반면 종근당은 좀처럼 반등의 기회를 찾지 못하고 있다. 

증권가에서는 종근당이 아직 신약 성과를 시장에 입증하지 못하고 있다고 진단한다. 이 때문에 다른 제약사들과 달리 미래 성장 동력인 신약 가치가 기업가치에 반영되지 못하고 있으며, 여전히 기존 실적 중심 평가에 머무르고 있다는 분석이다.

한승연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종근당 기업가치는 별도의 신약 가치없이 영업가치(EV/EBITDA)로만 산출하고 있다”고 했다. 

권해순 유진투자 연구원도 “종근당이 자체 개발 중인 신약 후보물질들은 초기 임상 단계로 아직 기업가치에 반영되기에는 이른 시점”이라고 평가했다.  
 
종근당 'R&D 보릿고개'에 수익성 악화, 김영주 상용화 다가선 CKD-510에 기댄다

▲ 종근당은 다른 제약사들과 달리 미래 성장 동력인 신약 가치가 기업가치에 반영되지 못하고 있다. 


2015년부터 종근당을 이끌어 온 김영주 대표는 공동판매 및 도입 의약품을 중심으로 안정적인 실적을 올렸지만, 최근 수익성 악화에 부딪혔다. 상품 매출 비중이 커지면서 이익률이 낮아진데다 매출의 10% 안팎을 차지하는 연구개발비도 실적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종근당은 올해 연결기준 매출 1조7550억 원, 영업이익 780억 원을 낼 것으로 전망된다. 외형은 성장하고 있지만 영업이익은 뒷걸음질하고 있다.  

종근당의 최근 실적을 살펴보면 연결기준 매출은 △2022년 1조4883억 원 △2023년 1조6694억 원 △2024년 1조5864억 원 △2025년 1조7550억 원(예상), 영업이익은 △2022년 1099억 원 △2023년 2466억 원 △2024년 995억 원 △2025년 780억 원(예상)이다. 2023년 실적이 일시적으로 반등한 것은 CKD-510 기술수출에 따른 계약금이 반영된 영향이며 이를 제외하면 수익성이 갈수록 악화되고 있다. 

2024년부터 매출 비중이 높았던(2023년 기준 연매출의 8.2%) HK이노엔 '케이캡' 공동판매가 종료되면서, 셀트리온제약의 간장질환용제 '고덱스', 대웅제약의 위식도역류질환치료제 ‘펙수클루’, 노보노디스크의 비만치료제 ‘위고비’ 등 신규 공동판매 품목을 잇달아 확보하며 매출 공백 메우기에 나서고 있지만 상품 매출 중심 구조로는 수익성 개선이 쉽지 않은 상황이다.

또한 종근당은 별도재무제표 기준 매출의 10% 가량을 연구개발에 꾸준히 투입하고 있는 데 반해 아직 가시적인 신약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연구개발비용 합계는 △2022년 1809억 원(별도기준 매출의 12.19%) △2023년 1507억 원(별도기준 매출의 9.14%) △2024년 1566억 원(별도기준 매출의 10.04%)에 이른다. 종근당이 보유한 파이프라인은 대부분 개량신약 위주로 구성되어 있어, 투자 대비 신약 성과가 부족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여기에 유일한 신약 모멘텀으로 꼽히는 ‘CKD-510’의 개발 진척이 지연되면서 시장의 기대감도 낮아졌다. 

CKD-510은 종근당이 임상1상을 마친 뒤 2023년 11월 노바티스에 기술수출한 후보물질이다. 총 계약 규모는 13억500만 달러(약 1조7천억 원), 계약금만 8천만 달러(약 1061억 원)에 달해 높은 관심을 받았지만 이후 18개월 동안 임상 진전 소식이 없었다.

그러다 올해 5월 노바티스가 미국 식품의약국(FDA)에 CKD-510의 임상2상 계획(IND)을 신청하며 기대감이 다시 높아졌다. 증권가에서는 CKD-510의 적응증이 공개되면 비로소 종근당의 기업가치에 신약 가치가 반영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한승연  NH투자증권 연구원은 “CKD-510 임상2상 개발 적응증 공개되면 신약가치가 반영돼 다소 아쉬운 실적에 따른 영업가치 하락 만회가 가능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CKD-510은 히스톤디아세틸화효소6(HDAC6) 억제제로 퇴행성 신경질환, 심혈관 질환, 항암제 등 다양한 적응증으로 개발 가능한 후보물질로 알려져 있다. 업계에서는 노바티스가 과거 CKD-510을 심혈관계 질환 파이프라인으로 분류한 점을 들어 이 방향으로 개발이 진행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FDA가 CKD-510 임상2상 계획을 승인하면 구체적인 적응증이 공개될 예정이며, 이때 시장 규모와 상업적 가치가 구체화돼 종근당의 기업가치가 재평가받을 가능성이 크다.

종근당 관계자는 “노바티스의 개발 방향에 따라 CKD-510의 시장성에 대해 평가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민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