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독일 뮌헨 모빌리티 박람회(IAA)를 찾은 방문객이 9월9일 CATL의 LFP 배터리를 들고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 CATL >
유럽 전기차 업체는 그동안 시장을 선점한 한국 배터리 3사 의존도가 높았는데 가격 경쟁력이 높고 기술력도 갖춘 중국산을 정책적으로 늘린다면 상황이 바뀔 수 있다는 시선이 나온다.
라스 뢰케 라스무센 덴마크 외무장관은 14일(현지시각) “중국 기업이 기술과 노하우를 이전하도록 만드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고 로이터가 보도했다.
11월에 발표 예정인 해당 규정은 일단 유럽연합에 투자할 비유럽 기업 모두에 적용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EU가 전기차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중국 배터리 기술 노하우를 끌어오는 데 중점을 둘 것이라는 관측이 나왔다.
블룸버그는 14일 해당 규정을 두고 “배터리 기술 이전에 중점을 둬서 유럽 신생 전기차 산업을 지원하는 성격”이라고 소식통 발언을 인용해 설명했다.
과거 중국은 1980년대 이후 개혁개방 과정에서 외국 기업을 대상으로 합작 투자를 요구하거나 지식재산권 이전 의무를 부과함으로써 유럽과 미국 기업에게 기술이전을 사실상 강제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런데 50년 만에 전세가 완전히 역전돼 이제 EU가 이러한 중국식 행보를 뒤따르고 있는 셈이다.
이는 폴크스바겐이나 메르세데스-벤츠 등 유럽 완성차 기업이 더 이상 한국 배터리 기업에 의존하지 않도록 하기 위한 포석일 수 있다.
LG에너지솔루션과 삼성SDI, SK온 등 한국 배터리 3사는 상대적으로 가격이 높은 삼원계 배터리로 유럽 전기차 시장을 선점했는데 EU가 중국 배터리로 대체하면서 배터리 기술을 이전받으려 하기 때문이다.

▲ 폴란드 브로츠와프공대에서 열린 전기공학부 창립 80주년 기념 행사에 10월3일 LG에너지솔루션 관계자가 참석해서 학생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 LG에너지솔루션 >
국제에너지기구에 따르면 2024년 기준 한국 배터리 기업의 유럽 시장 점유율은 60%로 나타났다.
2022년 80%에서 하락세를 보이고 있지만 여전히 시장 과반을 차지하고 있는데 중국 배터리 기술 영향력이 커질 수 있는 것이다.
CATL과 BYD를 비롯한 중국 업체는 가격 경쟁력이 높은 리튬인산철(LFP) 배터리에 강점을 가졌다. 유럽 전기차 업체가 이들의 배터리 기술을 이전 받아 배터리를 자체 생산하면 비용을 줄일 수 있다.
유럽 전기차 업체로서도 시장이 중저가 차량으로 무게중심이 이동해 고가 제품을 주력으로 내세웠던 한국 배터리를 대체할 필요성이 커졌다.
더구나 중국 배터리가 에너지밀도와 충전 속도 등 기술력 측면에서도 한국 배터리와 견줄 만해 유럽 전기차 기업으로서는 기술 이전을 반길 수밖에 없다.
LG에너지솔루션과 삼성SDI 등은 폴란드와 헝가리 공장에 원통형 46파이(지름 46㎜) 배터리 라인 투자를 최근 시작하며 고객사에 공급할 준비를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상황에서 중국 배터리 업체가 기술 이전을 감내하고 현지 투자를 늘리면 일명 ‘K-배터리’ 점유율은 더 떨어질 수밖에 없다.
유럽 전기차 업계도 중국과 협업에 열린 입장을 보였다.
폴크스바겐이나 메르세데스-벤츠, 르노 등 유럽 전기차 기업도 거대 시장인 중국을 공략하기 위해서는 현지 업체와 협업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올라 칼레니우스 메르세데스-벤츠 최고경영자(CEO)는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를 통해 ”중국의 역동적인 산업 클러스터가 유럽 브랜드 경쟁력 강화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요컨대 유럽연합이 전기차 산업 경쟁력을 강화하려고 중국산 배터리 도입을 정책적으로 가속화할수록 한국 배터리 기업에게 부담이 커질 것으로 보인다.
블룸버그는 “유럽 로비 단체는 중국이 우위를 점한 기술 분야에 접근할 수 있도록 유럽집행위원회가 과감한 조치를 취하도록 촉구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근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