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정부 편향 인사 우려 커져, 검찰과 기재부 출신이 요직 꿰 차

한덕수 국무총리(왼쪽)와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5월23일 오전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국무총리 취임식에서 악수하고 있다. <연합뉴스>

[비즈니스포스트] 윤석열 정부 장·차관급 인선이 마무리 단계에 이르렀다.

정부의 중요한 자리마다 검찰과 기획재정부(기재부) 출신들이 대거 등용돼 윤 대통령의 인사가 너무 편중된 게 아니냐는 지적이 많다. 윤석열 정부를 두고 검찰과 모피아(재무부와 마피아를 합친 말)의 연합 정권이라는 평가까지 나온다.

그럼에도 윤 대통령은 큰 문제가 아니라는 시각을 내비쳤다. 외신에서 남성 편중 문제를 지적했을 때와는 사뭇 다른 태도를 보여 인사 편향 논란은 한동안 계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8일 정치권 안팎에서는 윤석열 정부 고위직 인사가 편중됐다는 논란이 잦아들고 있지 않다.

박홍근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 기자간담회에서 "대통령 인사 스타일이 심히 우려스렵다"며 "인사와 재정 보직도 검찰 출신으로 채우고 있다"고 윤석열 정부의 검찰 편중 인사를 비판했다.

윤 대통령은 과거 정부 인사까지 언급하며 물러서지 않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윤 대통령은 이날 용산 대통령실 출근길에 기자들과 만나 “과거에 민변(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출신이 아주 도배를 하지 않았냐”며 “선진국에서도 법무 경험을 가진 사람들이 정·관계에 폭넓게 진출하는데 그게 법치국가 아니겠나”고 반박했다.

전날 대통령실은 "인재 풀을 넓히는 문제에 관해 내부적으로 고민해보겠다"고 말했으나 윤 대통령 발언을 의식한 듯 태도를 바꿨다. 

대통령실은 이날 공정거래위원장으로 내정설이 돌았던 강수진 고려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가 후보군에서 제외됐다고 전하면서도 검찰 편중 인사 논란 때문은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윤 대통령은 7일 금융감독원장에 이복현 전 서울북부지방 검찰청 부장검사를 지명했다. 검사 출신 법조인이 금융감독원장에 임명된 건 1999년 금융감독원(금감원)이 출범한 뒤 처음이다.

이복현 금감원장을 포함해 윤석열 정부에서 검찰 출신 인사는 대통령실과 내각 곳곳에 포진했다. '검찰공화국'이 현실화한 게 아니냐는 우려 섞인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한동훈 법무부 장관에 이어 이노공 전 성남 지방검찰청장이 법무부 차관에 임명됐다. 또 법제처장에 이완규 전 인천지검 부천지청장, 대통령실 법률비서관에는 주진우 전 서울동부지검 부장검사가 선임됐다. 정부의 법률업무 관련 요직을 검찰 출신 인물들로 채운 것이다.

대통령실 살림을 담당하는 총무비서관은 윤재순 전 대검찰청 운영지원과장이, 대통령 일정 등을 관리하는 부속실장은 강의구 전 검찰총장 비서관이 맡는 등 윤 대통령을 가까운 거리에서 보좌하는 주요 인물들도 검찰 출신이다.  

이에 더해 박민식 국가보훈처장, 박성근 국무총리 비서실장, 조성준 국정원 기획조정실장 등 검찰 업무와 큰 관련성이 없는 분야에까지 검찰 출신 인물들이 대거 등용됐다. 

공직 인사를 추천·검증하는 부분도 대부분 검찰 출신 인사들이 담당한다.

정부 인사를 추천하고 최종적으로 대통령에 보고하는 역할을 수행하는 대통령실의 복두규 인사기획관과 이원모 인사비서관, 이시원 공직기강비서관 모두 검찰 출신이다. 전날 출범한 법무부 산하 인사정보관리단에서 공직 인사의 사회 분야 정보를 검증하는 인사정보1담당관에도 이동균 서울 남부지검 형사3부장이 임명됐다.   

윤석열 정부의 편중된 인사가 윤 대통령이 가장 강조하는 ‘헌법 원리’에도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상희 건국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경향신문과 인터뷰에서 “헌법이 권력기관을 검찰, 경찰, 금감원 등 여러 곳으로 나눠놓은 것은 견제와 균형을 보장하기 위한 것이다”라며 “그런 기관들을 동일한 배경을 가진 인사들이 장악하면 권력이 집중되고 검찰이라는 하나의 시각으로만 국정운영이 이뤄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윤석열 정부에서는 검찰 출신과 더불어 기획재정부(기재부) 출신 인사들의 약진도 두드러진다. 

한덕수 국무총리를 비롯해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최상목 대통령실 경제수석 모두 기재부 출신이다. 학자와 경제 관료 출신이 공존하던 과거 정부와 달리 경제를 운영하는 주요 사령탑이 기재부 일색으로 채워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또 김대기 대통령 비서실장과 김병환 대통령실 경제금융비서관, 박성훈 기획비서관도 기재부 출신이다. 

윤 대통령이 전날 지명한 방문규 국무조정실장, 김주현 금융위원장 역시 기재부 관료 출신이다. 국무조정실장은 앞서 기재부 관료 출신인 윤종원 기업은행장이 여당의 반대로 무산되었음에도 또다시 기재부 출신 방문규 수출입은행장이 발탁되기도 했다.

기재부는 경제 핵심라인 뿐 아니라 외청장과 타부처 차관까지 꿰찼다. 윤태식 관세청장, 이종욱 통계청장, 한훈 조달청장을 비롯해 조규홍 보건복지부 1차관, 조용만 문화체육관광부 1차관 등이 기재부 출신이다.

기재부 일색으로 채워진 경제팀이 국가경제를 끌고가는 게 위험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우석진 명지대학교 교수는 4월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나와 윤석열 정부 인사 구성을 두고 “검찰 특수부 출신 검피아와 금융 모피아의 연합 정부가 됐다”고 꼬집었다.

우 교수는 “축구팀에 공격수만 모아 놓은 것과 같다”며 “경제를 운영하는 팀이 하나의 라인으로만 짜여 있어 의사결정 방향이 잘못돼도 바로잡아 줄 사람이 없어 굉장히 위태로워 보인다”고 바라봤다.

여당인 국민의힘 내부에서도 윤석열 정부의 인사에 다양성이 부족하다는 비판이 나온다. 국정운영 폭이 넓은 만큼 다양한 경험과 관점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하태경 국민의힘 의원은 6일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서 "인사편중이 되면 판단도 한쪽으로 치우칠 수 있다"며 “다양한 출신을 중용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대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