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7일 서울 여의도 금융투자협회에서 ‘국민연금기금 스튜어드십코드 도입방안’ 공청회가 진행되고 있다. <연합뉴스> |
국민연금공단이 스튜어드십코드를 도입해도 정관 변경 관련 주주제안 등 기업의 직접적 경영 참여에 해당하는 주주권 행사는 하지 않기로 했다.
기금운용의 독립성을 강화하기 위해 ‘수탁자책임 전문위원회’를 새롭게 만드는 방안도 추진한다.
보건복지부는 17일 서울 여의도 금융투자협회에서 공청회를 열고 그동안 준비해 온 ‘국민연금기금 스튜어드십코드 도입방안’을 공개했다.
스튜어드십코드는 연기금 등 기관투자자가 주주활동 등 수탁자 책임을 충실하게 이행하도록 하는 행동지침으로 국민연금은 7월 말 도입을 준비하고 있다.
발제 발표를 맡은 최경일 보건복지부 국민연금재정과장은 “국민연금에 스튜어드십코드가 도입되면 기업가치와 주주가치를 훼손할 가능성이 있는 기업과 문제해결을 위한 생산적 대화 등을 적극적으로 할 수 있게 된다”며 “국민연금기금의 장기 수익 확대, 기금자산 보호 등에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보건복지부는 우선 자본시장법상 경영 참여에 해당하지 않는 주주권을 행사하는 방안부터 국민연금에 도입하기로 했다. 경영 참여 주주권의 도입 여부는 앞으로 여건이 갖춰지면 다시 검토하기로 했다.
자본시장법 시행령은 임원의 선임과 해임, 정관변경 등 회사의 고유한 영역인 경영을 놓고 주주가 회사에 사실상 영향력을 행사하는 것을 경영 참여 주주권으로 보고 있다.
보건복지부는 금융위원회의 법령해석을 토대로 주주제안을 통한 인사 개입과 정관 변경 등을 경영 참여 주주권으로 해석했다. 그밖에 △비공개대화 △단순 입장과 요구사항 관련 대외 공표 △의결권 행사 △주주 대표소송 등을 경영 참여에 해당하지 않는 주주권으로 파악했다.
최 과장은 “일부에서 나오는 과도한 기업 경영 간섭 우려와 자본시장법상 경영 참여 주주권 행사 시 기금운용상 제약 등을 고려해 이렇게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보건복지부는 국민연금이 자본시장법 등 현행법 아래에서 경영 참여 주주권을 행사하게 되면 지분 변동을 수시로 공시해야 하고 단기매매 차익을 반환해야 하는 의무가 발생하는 등 기금운용에 제약이 생길 수 있다고 봤다.
기업의 경영 참여에 해당하지 않는 주주권은 매년 조금씩 확대하기로 했다.
하반기에는 합리적 배당정책 수립을 요구하는 배당 관련 주주활동을 확대하고 의결권 행사 결정내역을 주주총회 전에 공시하기로 했다. 주주 대표소송 등 소송근거도 마련한다.
대한항공 사례처럼 예상하지 못한 기업가치 훼손이 발생하면 기업과 대화 등의 주주활동을 펼치고 사안에 따라 공개서한 발송 등의 공개활동, 의결권 행사와 연계하는 방안 등을 검토하기로 했다.
2019년에는 횡령 등 기금 수익과 밀접한 분야를 '중점 관리 사안'으로 정하고 기업과 비공개 대화를 추진한다.
국민연금이 중점 관리하는 사안에는 △횡령 △배임 △부당지원행위 △경영진의 사익편취 행위(일감 몰아주기) △임원의 과다한 보수 등이 포함된다.
위탁운용사에 의결권 행사를 위임하고 위탁운용사 선정할 때 스튜어드십코드 도입 여부 등을 평가항목에 반영하기로 했다.
2020년에는 비공개 대화에도 개선되지 않은 기업을 대상으로 기업명 공개, 공개서한 발송 등 비공개 활동을 공개 활동으로 전환할 계획을 세웠다.
기금운용의 독립성을 높이기 위한 방안도 공개됐다.
정부 인사가 배제되고 가입자대표 추천 전문가 중심으로 구성된 ‘수탁자책임 전문위원회’를 설치해 독립적이고 투명한 주주 활동을 수행하는 방안이 제시됐다.
수탁자책임 전문위원회는 기존 9명으로 구성된 의결권행사 전문위원회를 확대 개편한 것으로 모두 14명이 주주권 행사와 책임투자 등 2개 분과로 나뉘어 활동하게 된다.
수탁자책임 전문위원회는 국민연금의 주주권 행사 및 책임투자 관련 주요사항을 검토하거나 결정하며 기금운용본부의 주주 활동을 점검하는 역할을 맡는다.
보건복지부는 수탁자책임 전문위원회의 투명성과 책임성을 강화하기 위해 회의 시 발언내용 전부를 회의록으로 작성해 보관하도록 하고 안건부의를 요구하는 위원의 금융거래 정보 제공 동의서 제출, 이해상충 여부 확인서 제출 등의 조치도 이행하도록 했다.
보건복지부의 스튜어드십코드 도입안에는 국민연금의 수탁자 책임을 강화하기 위해 현재 9명으로 구성된 기금운용본부의 책임투자팀을 2019년까지 30여 명 규모의 책임투자실로 확대해 개편하는 내용도 담겼다.
최 과장은 “국민연금의 스튜어드십코드 도입과 관련해 일각에서 과도한 경영간섭 우려가 있는 만큼 정해진 원칙과 기준에 따라 스튜어드십코드가 공정하고 객관적이며 투명하게 운영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보건복지부는 이번 공청회에서 나온 의견들을 종합해 7월 말 열리는 기금운용위원회에서 국민연금의 스튜어드십코드 도입 안건을 심의하기로 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이한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