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방탄소년단(BTS)의 2027년 그래미어워즈 출품 거부는 단순한 시상식 불참을 넘어 하이브의 사업 구조 변화를 보여주는 상징적 장면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팬덤을 기반으로 자체 플랫폼과 지식재산(IP)을 중심으로 한 수익 생태계를 구축하면서 그래미와 같은 외부 권위에 대한 사업적 의존도가 과거보다 낮아진 데 따른 자신감을 보여주는 사례로 여겨진다는 것이다.
 
BTS 그래미 출품 거부로 부각된 체질 변화, 하이브 팬덤 수익 생태계에 '자신감' 충전

▲ BTS가 2027년 그래미 어워즈에 출품을 거부하면서 팬덤을 중심으로 하는 달라진 수익 구조가 주목된다. 사진은 방탄소년단 '아리랑' 앨범 커버. <하이브>


31일 하이브의 움직임을 종합하면 BTS는 최근 신설된 '베스트 아시안 팝 뮤직 퍼포먼스' 부문에 반대하며 2027년 그래미어워즈에 음악을 출품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과거 K팝은 그래미 등 해외 유명 시상식의 후보 지명과 수상을 통해 글로벌 음악시장에서 인정받는 것을 중요한 목표 가운데 하나로 삼아왔다.

그래미는 미국 음악산업 관계자들로 이루어진 레코딩 아카데미 회원들의 투표로 수상자를 선정하기 때문에 후보 지명과 수상은 미국 음악산업에서 경쟁력을 인정받았다는 상징으로 여겨졌다.

이는 글로벌 인지도를 높이는 것은 물론 음반과 공연, 브랜드 협업 등 해외 사업을 확대하는 데도 긍정적 영향을 미치는 요소라는 평가를 받았다.

하지만 하이브는 이제 자체 플랫폼과 지식재산(IP)을 기반으로 팬덤을 직접 확보하고 이를 수익으로 연결하는 구조를 구축하고 있기 때문에 외부 권위있는 상을 받는 것이 더 이상 아쉬운 상태는 아니라는 시선이 나온다.

김헌식 대중문화평론가는 비즈니스포스트와 통화에서 "기존에는 글로벌 음반과 음원 판매를 위해 그래미나 빌보드 같은 서구 유통망을 거쳐야 했지만 지금은 팬덤을 기반으로 아티스트가 직접 팬과 연결되는 구조가 만들어졌다"며 "그래미가 아니어도 하이브와 방탄소년단은 팬덤 비즈니스 모델을 탄탄히 구축해 놨기 때문에 문제가 없다"고 말했다.

김 평론가는 "그래미 눈치를 안 보겠다는 것은 하나의 독립 선언으로 볼 수 있다"고 덧붙였다.

하이브의 사업 구조도 실제로 단단한 편인 것으로 여겨진다.

하이브는 팬덤을 직접 확보하고 반복적 수익으로 연결하는 생태계를 구축한 것으로 평가된다. 이 같은 사업 구조 변화의 중심에는 팬 플랫폼 위버스가 있다.

하이브는 위버스를 통해 팬 커뮤니티와 멤버십, 유료 콘텐츠뿐 아니라 음반 구매와 공연 예매, 라이브 스트리밍, 기획상품(MD), 라이선싱 등을 하나의 플랫폼 안으로 연결해왔다.

팬들은 플랫폼에서 아티스트와 소통하는 데 그치지 않고 음반과 공연, MD, 멤버십 등 다양한 소비 활동을 이어간다.

이러한 팬덤 수익 생태계는 실적으로도 확인된다.

하이브는 올해 2분기 연결기준 매출 1조4500억 원, 영업이익 1709억 원으로 사상 최대 분기 실적을 거뒀다.

음반과 음원, 공연, 출연료 등 직접 참여형 매출은 공연과 음반 판매 호조에 힘입어 1조398억 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32.2% 증가했다. MD와 라이선싱, 콘텐츠, 팬클럽 등 간접 참여형 매출은 4101억 원으로 59.1% 늘었다.
 
BTS 그래미 출품 거부로 부각된 체질 변화, 하이브 팬덤 수익 생태계에 '자신감' 충전

▲ 하이브는 팬 플랫폼 위버스를 중심으로 한 수익 구조를 갖고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사진은 서울 용산구 하이브 사옥. <연합뉴스>


이에 따라 위버스를 중심으로 한 공연과 음반, MD, 멤버십 등 팬 소비가 하나의 플랫폼 안에서 이어지는 구조가 실적으로 연결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증권가도 위버스 중심 팬덤 생태계가 본격적 수익 창출 단계에 들어섰다고 평가한다.

이현지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보고서에서 "위버스는 팬들의 체류시간 확대가 멤버십 구독 및 유료 콘텐츠 구매로 이어지며 선순환이 지속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그래미는 미국 레코딩 아카데미가 주관하는 세계적 음악 시상식이다. 미국 음악시장의 영향력을 바탕으로 글로벌 음악산업에서 가장 권위 있는 시상식 가운데 하나로 평가받는다.

기존 그래미는 팝과 록, 랩, 컨트리, 재즈 등 음악 장르를 기준으로 후보를 선정해 시상해왔다. 여기에 올해 처음으로 아시아권 대중음악을 대상으로 하는 '베스트 아시안 팝 뮤직 퍼포먼스' 부문을 신설했다.

BTS는 "음악이 지역이나 언어로 구분되기보다 음악 그 자체로 들리고 사랑받기를 바란다"며 특정 지역 음악을 별도 부문으로 분류하는 시상 체계에 동의할 수 없다는 입장을 내놨다.

하비 메이슨 주니어 미국 레코딩 아카데미 최고경영자(CEO)는 "방탄소년단의 결정을 이해하고 존중한다"면서도 "아시아 팝 부문은 아시아 음악의 깊이와 다양성, 놀라운 성장을 기념하기 위해 만들어졌다"며 차별 의혹을 부인했다.

그는 "누군가를 분리하려는 것이 아니라 더 많은 아티스트를 인정하기 위한 것"이라며 "아시아 팝 부문 출품이 '올해의 레코드', '올해의 앨범', '올해의 노래' 등 본상(제너럴 필드) 부문 경쟁을 제한하는 것은 아니며 두 부문 모두 출품과 심사가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이솔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