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최근 자동차 에어컨용 친환경 신냉매로 인한 고장이 잇따르는 가운데 자동차 제조사와 정부 모두 문제 해결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으면서 소비자들의 불만이 들끓고 있다.

현재 판매 중인 대부분 차량에는 신냉매인 'R1234YF'가 사용되고 있다. 이 냉매는 수분과 반응하면 강한 부식성을 가진 불산을 만들고, 에어컨 부품을 부식시키면서 고장을 일으킨다.

▲ 최근 자동차 에어컨용 신냉매 'R1234YF'로 인한 잇단 고장 논란이 불거지고 있다. 국산차와 수입차 관계없이 관련 문제가 생기고 있는 가운데 국산차는 100만 원, 수입차는 400만 원 이상의 수리비를 지불해야 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제미나이로 생성한 AI 이미지>


국산차와 수입차 관계없이 5년 정도가 지나면 관련 문제가 생기고 있는 가운데 국산차는 100만 원, 수입차는 400만 원 이상의 수리비를 지불해야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자동차 제조사들은 보증 기간 내에서만 무상 수리를 하고 있고, 정부는 안전과 관련이 없다는 이유로 개입하지 않고 있어 소비자들은 제조사와 정부가 적극적으로 대책 마련에 나서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21일 관련 업계 취재를 종합하면 에어컨 신냉매 고장과 관련해 제조사와 정부가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에어컨 신냉매인 R1234YF는 현재 국내에서 판매 중인 대부분의 차량에서 사용 중이다. 메르세데스-벤츠·도요타 일부 차량과 폭스바겐그룹의 전기차 일부 모델을 제외하면, 대부분 글로벌 완성차 제조사들이 R1234YF 냉매를 사용한다.

일부 소비자 사이에서는 현대차와 기아 차량들에서 발생한다는 주장이 나오기도 했지만, 특정 제조사만의 결함이 아닌 R1234YF 냉매를 사용하는 국산차와 수입차를 가리지 않고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

에어컨을 사용하는 기간이 길어지면 냉방이 제대로 되지 않는 문제가 발생하고, 서비스센터를 방문하면 대부분 에바포레이터에 부식이 생겼다는 진단을 받고 있다.

에바포레이터는 에어컨에서 냉매를 증발시켜 주변 열을 흡수하고 차가운 공기를 만들어주는 부품이다. 에어컨 사용 상황에 따라 다르지만 보통 4~5년이 지나면 에바포레이터에 문제가 생기는 것으로 알려졌다.

R1234YF 냉매가 본격적으로 사용되기 시작한 것은 2017년부터다. 기존에는 R134A 냉매를 사용했다. 하지만 R134A 냉매가 온실가스 배출량을 늘린다는 지적이 나오면서, 글로벌 환경 규제 대응 차원에서 완성차 제조사들이 신냉매인 R1234YF를 도입하기 시작했다.

R1234YF 냉매는 R134A와 비교해 수분에 취약하다는 것이 단점으로 꼽힌다. 시스템 내부에 미세한 수분이 유입돼도 R1234YF 냉매와 반응해 강한 부식성을 가진 불산을 만들어낸다.

불산이 에바포레이터 알루미늄 배관에 접촉하면서 부식이 발생하고 냉방 성능을 떨어뜨리는 것이다.

국내에선 R134A 냉매 사용을 금지하고, R1234YF 냉매를 의무적으로 사용해야 한다는 규정은 아직 없다. 유럽 등 해외 환경 규제에 따라 글로벌 자동차 기업들이 신냉매 도입을 늘리는 추세다.

▲ 도요타 준중형 플러그인하이브리드 스포츠유틸리티차(SUV) 라브4. 라브4에는 R1234YF가 아닌 구냉매 R134A가 사용됐다. <도요타코리아>


에바포레이터에 문제가 생기면 이를 교체하는 방식으로 수리를 진행해야 한다. 보통 차량 내부 깊숙한 곳에 위치해 있기 때문에 차량 대시보드를 뜯어내고 교체 작업이 이뤄진다.

무상 보증 기간이 지나면 공임비와 부품비를 더해 국산차는 100만 원, 수입차는 400만 원이 넘는 수리비가 나오는 것으로 전해졌다.

국산차와 수입차 가리지 않고 에어컨 냉매와 관련한 문제가 발생하고 있음에도 제조사들은 명확한 원인과 대책을 밝히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최근 일부 소비자들은 사설 업체에서 신냉매 대신 구냉매를 충전해서 사용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정부는 차량에 신냉매 대신 구냉매를 충전해 사용하는 자체가 불법은 아니라는 입장이다. 다만 이 경우 냉매 혼합이나 냉동유 교체 등 문제로 차량에 이상이 발생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차량마다 냉방 성능과 냉매 압력 등이 모두 다르기 때문에 전문적으로 교체를 진행할 수 있는 곳도 많지 않다.

일부 소비자들은 국토교통부에 민원을 제기하고 있다. 하지만 국토부는 자동차 안전과 관련된 문제에는 개입하지만, 에어컨 냉매 문제는 안전 문제가 아니어서 적극적 대책 마련에 나서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소비자들은 제조사가 적극적 무상 수리 대책을 내놓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호근 대덕대학교 미래자동차학부 교수는 비즈니스포스트와 통화에서 “환경 규제에 맞춰 신냉매를 사용하다 보니 세계 자동차 제조사들에서 발생하고 있는 문제인데, 제조사에서 더 적극적으로 움직일 필요가 있다”며 “현대자동차는 제네시스를 중심으로 보증 기간을 연장하고는 있지만, 결국 기술 개발로 해결해야 한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차량은 10년 이상 탄다는 생각으로 구매하는 경우가 많은데, 보증 연장만으로 냉매 고장 문제를 대응하는 것은 부족하다는 생각”이라고 덧붙였다.

신냉매를 적용하는 이유가 환경과 관련돼 있기 때문에 정부가 더 적극적으로 관련 문제에 개입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 교수는 “국내에는 신냉매 사용 의무가 없다고 하더라도 결국 환경에 더 도움이 되는 방향이기 때문에 신냉매를 사용하는 것 아닌가”라며 “하지만 현재 소비자들이 피해를 보고 있기 때문에 정부가 명확한 가이드라인을 제시해 줘야 한다”고 말했다. 윤인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