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크리스티아노 아몬 퀄컴 최고경영자(CEO)가 프리미엄 모바일 프로세서(AP) 시장에서 삼성전자와 디멘시티의 추격이 거세지면서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제미나이로 만든 AI 이미지>

[비즈니스포스트] 2023년 프리미엄 모바일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 시장의 70% 이상을 장악했던 퀄컴의 입지가 갈수록 축소되고 있다.

중저가 AP의 강자인 대만 미디어텍의 추격이 거세진 동시에 삼성전자도 자체 AP '엑시노스' 탑재 비중을 확대하려는 움직임이 본격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크리스티아노 아몬 퀄컴 최고경영자(CEO)는 2나노 공정을 처음 적용한 차세대 AP '스냅드래곤8 엘리트 6세대 프로'로 돌파구를 찾고 있지만, 경쟁 심화와 스마트폰 시장 둔화 등을 극복하는 것이 쉽지 않을 것으로 분석된다.

22일 반도체 업계 취재를 종합하면, 퀄컴이 22일(현지시각) 미국 마우이에서 여는 연례 최대 기술 행사 '스냅드래곤 서밋 2026'에서 '스냅드래곤8 엘리트 6세대 프로' 모델을 공개하며, 2나노 AP 시장 경쟁이 치열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스냅드래곤8 엘리트 6세대 프로는 대만 TSMC의 2나노 공정이 처음 적용되며, 모바일 LPDDR6 메모리 지원을 통해 전작 대비 성능과 전력 효율이 크게 개선될 것이란 기대를 받고 있다.

경쟁사들은 이미 2나노 AP를 상용화하거나 공개했다.

애플은 TSMC의 2나노 공정을 적용한 AP 'A20 프로'를 최근 출시한 아이폰18 프로·프로맥스 및 아이폰 듀오에 탑재했다. 삼성전자는 자체 2나노 공정을 적용한 '엑시노스2600'을 올해 3월 출시한 갤럭시 S26 시리즈 일부 모델에 적용했다.

대만 반도체 설계기업 미디어텍도 지난 15일 TSMC의 2나노 공정이 적용된 AP '디멘시티9600 프로'를 선보였다.

퀄컴의 '스냅드래곤8 엘리트 6세대 프로'는 '엑시노스2700', '디멘시티9600 프로' 대비 성능 측면에서 확실한 경쟁 우위가 불확실한 상황이다.

삼성전자 모바일경험(MX)사업부가 최근 진행한 내부 벤치마크 평가에서 엑시노스2700의 중앙처리장치(CPU)는 스냅드래곤8 엘리트 6세대 프로보다 9.5% 더 높은 점수를 기록했다. 그래픽처리장치(GPU)에서도 엑시노스가 스냅드래곤보다 최대 성능 기준으로 5%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가격 경쟁력 측면에서는 디멘시티9600 프로에 밀린다.

대만 경제매체 공상시보에 따르면 스냅드래곤8 엘리트 6세대 프로는 300달러 이상에 판매될 것으로 예상된다. 반면 디멘시티 9600 프로는 약 216달러의 가격이 책정된 것으로 추정된다.

▲ 삼성전자는 2027년 출시하는 '갤럭시 S27 울트라' 모델에 '엑시노스2700'을 탑재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퀄컴은 최근 몇 년 동안 모바일 칩 시장에서 지배력이 약해지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리서치에 따르면 퀄컴의 AP 시장 점유율은 2024년 2분기 30%에서, 2025년 2분기 26%, 2026년 2분기 23%로 계속 줄어들고 있다.

특히 600달러 이상의 프리미엄 스마트폰에 탑재되는 AP 점유율은 2023년 74%에서 2024년 59%로 줄었고, 2025~2026년에도 감소 추세가 이어졌을 것으로 추정된다.

카운터포인트 측은 지난 18일 보고서에서 "퀄컴은 올해 2분기 프리미엄 AP 부문에서 일부 갤럭시S26 기본형이 엑시노스2600을 채택하면서 타격을 입었고, 스냅드래곤600과 400 시리즈도 메모리 공급 부족과 재고 증가 영향으로 출하량이 줄었다"고 밝혔다.

내년 상황은 더 불확실하다.

삼성전자가 갤럭시S27 시리즈에 엑시노스2700 비중을 50% 이상으로 끌어올린다는 목표를 세운 것으로 알려졌기 때문이다. 갤럭시S26 시리즈 내 엑시노스2600 탑재 비중이 약 25%였던 것을 감안하면 배로 높이려는 것이다.

퀄컴으로서는 갤럭시S 시리즈의 삼성전자라는 핵심 고객사 공급 물량이 추가로 줄어들 수 있는 셈이다.

퀄컴의 크리스티아노 아몬 최고경영자(CEO)는 지난 7월 삼성전자의 '갤럭시 언팩' 무대에 3년 만에 올라 "더 많은 삼성전자 제품에서 스냅드래곤을 만나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삼성전자 측은 부품 단가 인하를 위해 자체 칩인 엑시노스 비중을 높일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 이에 갤럭시S27 울트라 모델에도 최상위 모델 최초로 엑시노스를 탑재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여기에 중국의 주요 안드로이드 스마트폰 제조사들이 가격이 더 저렴한 디멘시티9600 프로의 채택을 늘릴 경우, 퀄컴은 AP 고객사 확보에 더 어려움에 빠질 수 있다.

해외 IT매체 폰아레나는 "메모리 값이 크게 오른 상황에서 퀄컴 칩셋 하나에 300달러를 지출해야 한다면 많은 차세대 프리미엄 스마트폰은 가격이 크게 오를 것"이라며 "하지만 미디어텍은 퀄컴의 어려움을 틈타 더 저렴한 대안을 제시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나병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