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빈 워시의 '조용한 연준' 실험에 불안 확산, 트럼프 정부의 압박 의혹도 커져

▲ 연방준비제도의 시장 개입을 최소화하는 케빈 워시 의장의 정책 방향이 투자자들에 혼란을 키우고 연준의 독립성과 관련한 의혹도 키울 수 있다는 외신들의 지적이 나온다. 케빈 워시 연방준비제도 의장. <연합뉴스>

[비즈니스포스트] 케빈 워시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의장이 통화정책 회의 횟수를 줄이고 관련 내용도 거의 공개하지 않는 방안을 추진하며 시장의 우려를 키우고 있다.

‘조용한 연준’은 시장에 불확실성을 키우고 미국 정부의 재정 악화로 이어질 뿐만 아니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영향력과 관련한 의혹도 힘을 얻는다는 비판이 나온다.

9일 미국 CNBC와 블룸버그 등 외신 보도를 종합하면 케빈 워시 체제의 연준이 시장과 소통을 줄이면서 투자자들에 혼란을 안길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지난 5월에 취임한 워시 의장은 연준이 시장에 미치는 영향력을 가능한 축소해야 한다는 견해를 보이며 경제 지표가 자본의 움직임을 결정하는 역할을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시장이 연준의 메시지나 정책 방향성에 반응해 움직이지 않도록 통화정책과 관련한 내용을 가능한 공개하지 않는 쪽으로 변화를 추진하겠다는 의미다.

워시 의장은 이에 따라 기준금리 및 통화정책 방향성을 제시하는 '포워드 가이던스' 및 FOMC(연방공개시장위원회) 성명을 간소화한 데 이어 매년 8차례씩 통화정책 회의 자체를 줄이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CNBC는 연준이 지난 수십 년 가까이 시장과 적극적으로 소통해 오던 관행을 뒤집기 시작하면서 투자자들이 미국의 통화정책 방향을 예측하기 어려워졌다고 분석했다.

독일 자산운용사 DWS그룹의 미주 채권부문 책임자인 조지 캐트램본은 이러한 변화가 시장의 변동성을 높일 것이라며 “시장 참여자들이 다양한 리스크에 대응할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고 CNBC에 전했다.

영국 시장 조사기관 TS롬바드의 다리오 퍼킨스 글로벌 거시경제 책임자도 “투자자들은 연준의 회의 내용을 거의 예측할 수 없는 상황에 놓일 것”이라며 시장 변동성이 확대될 공산이 크다고 바라봤다.

CNBC는 연준의 정책 변화가 미국 재정에도 부담을 키울 수 있다고 내다봤다. 시장 불확실성이 국채 금리 상승으로 이어지면 정부의 차입 비용도 높아지기 때문이다.

하지만 미국 정부에서도 워시 의장이 추진하는 변화를 어느 정도 긍정적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스콧 베센트 미국 재무장관은 CNBC에 “워시 의장의 접근 방식은 ‘해독’에 가깝다”고 말하며 시장이 연준의 신호에 의존하는 습관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견해를 내비쳤다.

블룸버그는 5일(현지시각) 논평을 내고 워시 의장의 개혁 방안이 모순을 안고 있다고 지적했다.
 
케빈 워시의 '조용한 연준' 실험에 불안 확산, 트럼프 정부의 압박 의혹도 커져

▲ 미국 워싱턴DC에 위치한 연방준비제도 건물. <연합뉴스>


연준은 미국의 물가 안정화를 주요 과제로 앞세우고 있는데 시장과 소통을 줄인다면 인플레이션 위험과 관련한 공포심은 더욱 커질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것이다.

블룸버그는 연준이 코로나19 사태 직후 기준금리 정책 방향성을 지나치게 앞서 제시하면서 인플레이션 심화를 이끄는 실책을 불러왔다고 지적했다.

워시 의장의 전략 변화가 어느 정도 타당성을 갖추고 있다는 점을 시사한 것이다.

다만 블룸버그는 연준이 지난 7월 말 발표한 기준금리 동결 등 정책의 배경마저 설명하지 않는 이유는 파악하기 어렵다며 시장의 신뢰를 얻기 어려워질 수 있다고 비판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연준의 통화정책 결정에 개입할 수 있다는 의혹을 해소하는 데 워시 의장의 태도가 부정적 영향을 미칠 가능성도 제기됐다.

연준의 정책 방향성에 납득할 만한 설명이 제시되지 않는다면 금리 동결이 정치적 압력이 원인으로 작용했을 것이라는 시장의 의구심도 커질 여지가 있다는 것이다.

블룸버그는 결국 워시 의장이 충분한 신뢰를 얻을 때까지는 시장에 불확실성을 키우는 대신 투자자들이 연준의 판단 근거를 이해할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고 권고했다.

정책전문지 포린폴리시는 연준의 정책 불확실성이 미국을 넘어 전 세계 경제에도 막대한 영향을 미치며 시장에 불안감을 높이고 있다고 5일(현지시각) 보도했다.

싱크탱크 브루킹스연구소의 데이비드 웨슬 연구원은 연준이 시장에 메시지를 주는 대신 시장의 신호를 받아들이겠다는 워시 의장의 전략 자체가 모순적이라는 비판을 포린폴리시에 전했다.

연준이 통화정책 방향성을 설명하지 않으면 시장에서 보내는 신호는 더욱 불안해지고 왜곡이 발생할 가능성도 커지기 때문에 이러한 체계가 올바르게 작동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포린폴리시에 따르면 싱크탱크 미국외교협회(CFR)는 시장과 소통을 줄이는 원인으로 워시 의장의 능력 부족을 지목했다.

워시 의장이 경제학자가 아닌 투자은행 출신 인사인 만큼 통화정책과 관련한 언어를 충분히 익히지 못해 시장과 소통하는 방식을 잘 알지 못한다는 것이다.

미국외교협회는 워시 의장이 긴축 통화정책을 선호하는 매파적 인물인 반면 트럼프 대통령으로부터 통화정책 완화 요구를 받으며 연준에 취임했다는 점도 확실하게 입장을 정하기 어려운 이유일 수 있다고 덧붙였다.

결국 포린폴리시는 “워시 체제의 연준은 금융시장과 트럼프 정부 양쪽에서 모두 불만을 사고 있다”며 “결과적으로 기대에 못 미치는 초반 행보를 보여주고 있다”고 비판했다.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