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전기차 기업 중국과 협업 피하기 어렵다, 수출 길 열어주는 '독이 든 성배' 우려도 

▲ 미국 포드와 중국 지리자동차 경영진이 7월23일 스페인 알무사페스에 있는 포드 공장에서 협업을 발표한 뒤 스페인 축구 국가 대표님 유니폼을 들고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비즈니스포스트] 중국 전기차 기업이 세계 시장을 주도하면서 유럽과 아시아 지역 기업이 생존을 위해 중국과의 협업이 불가피하다는 관측이 나왔다. 

중국 전기차 기업은 포화 상태에 달한 내수 시장과 줄어든 정부 보조금으로 해외 판매에 집중하는데 이러한 협업이 수출만 늘려 주고 공급망 종속을 야기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 미국 포드 비롯해 한국·동남아·독일 전기차 기업 중국과 협업 확대

4일 중국 관영 매체 글로벌타임스는 한국의 KG모빌리티와 중국 체리자동차의 협업을 다룬 논평을 내고 “전기차 전환이 가속화하면서 개별 기업 차원의 독자 행보로는 빠른 기술 발전과 비용 압박을 따라가기 어렵다”고 보도했다. 

KG모빌리티는 지난 2일 중국 체리자동차로부터 7500만 달러(약 1072억 원)의 투자를 유치하고 전략적 협업을 확대한다는 내용을 발표했다. 

이번 투자는 KG모빌리티가 발행할 전환사채(CB)를 체리자동차가 사들이는 방식이다. 주식으로 전환하면 체리자동차는 KG모빌리티의 지분 16.22%를 보유한 2대 주주에 오른다. 

KG모빌리티와 체리자동차는 주행거리 연장형 전기차(EREV)를 개발할 예정인데 중국 관영 매체가 이번 협업을 조망한 것이다. 주행거리 연장형이란 내연기관 엔진의 발전을 통해 전기를 만들어 배터리 주행거리를 늘리는 행태를 말한다. 

중국 전기차 기업과의 협업은 유럽을 비롯한 세계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다. 

독일 폴크스바겐은 중국 샤오펑과 공동 개발한 전기차 ID.UNYX 08를 올해 중국에서 양산할 예정이다. BMW 또한 중국 자율주행 기업 모멘타의 기술을 적용한 전기차를 준비하고 있다.

미국 완성차 업체 포드는 지난 7월24일 중국 지리자동차와 전기차를 개발해 유럽에 판매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스페인 발렌시아에 있는 기존 포드 공장을 활용해 2028년부터 생산에 들어갈 예정이다.

일본 토요타 또한 중국 BYD와 2019년 11월7일 전기차 연구 개발을 위한 합작 회사(BTET)를 설립하고 2020년부터 현재까지 운영하고 있다. 

가격 경쟁력과 배터리 및 소프트웨어 등 기술 우위까지 갖춘 중국 전기차 업체와의 협업이 세계 시장에서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 불가피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태국 최대 자동차 부품업체 아피코의 엽스위춘 창립자 겸 최고경영자(CEO)는 지난 7월8일 닛케이아시아와 인터뷰에서 “중국 전기차 업체와 협력하지 않으면 생존하기 어렵다”고 강조했다.  
글로벌 전기차 기업 중국과 협업 피하기 어렵다, 수출 길 열어주는 '독이 든 성배' 우려도 

▲ BYD와 지리자동차를 비롯한 중국 업체가 세계 완성차 기업과 전기차를 함께 개발하고 있다. <그래픽 챗GPT로 제작>


◆ 중국 전기차 내수 성장 둔화, 해외 협업으로 활로 찾아

중국 전기차 업체가 해외 기업과 협력을 확대하는 배경에는 정부 보조금 축소로 내수 판매가 감소해 해외 시장 중요성이 커졌다는 점이 자리한다.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 보도에 따르면 중국 정부는 신차 구매시 1만5천 위안(약 310만 원)을 정액으로 돌려주던 보상 판매 프로그램을 올해 초부터 구매 가격의 10% 정률제로 축소했다. 

이 시기와 맞물려 중국 내 전기차 판매가 급감했다.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는 중국승용차협회(CPCA)의 자료를 인용해 올해 상반기 중국 내 전기차 판매량이 470만 대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4% 감소했다고 보도했다. 

이러한 판매 감소로 가격 경쟁이 더 치열해지며 전기차 업체의 수익성을 잠식하는 악순환이 이어지고 있다. 

중국자동차제조협회(CAAM)의 천스화 부비서장은 지난 7월11일 지린성 창춘에서 열린 자동차 업계 콘퍼런스에서 “10만 위안(약 2100만 원)짜리 전기차 한 대를 판매해서 버는 순이익은 1500위안(약 31만5천 원)”이라며 “이익률이 1.5%에 불과하다”고 설명했다. 
 
더구나 미국과 유럽연합(EU)이 중국산 전기차를 상대로 고율 관세를 부과해 수출 대신에 해외 시장 진출에 생존이 걸린 기업이 많은 상황이다. 

유럽연합은 2024년 11월부터 중국산 전기차에 최고 45.3%의 관세를 부과하고 있다. 미국 정부는 중국산 전기차에 최대 125%에 달하는 고율 관세를 부과해 사실상 수입을 막고 있다. 

이에 중국 업체가 완성차 수출을 넘어 현지 기업과 공동 개발, 기술 제휴, 생산 협력 등을 통해 해외 시장 진출 속도를 높이는 것으로 풀이된다. 

유럽계 금융 회사 케플러쉐브뢰의 토마스 베송 자동차 연구 책임은 파이낸셜타임스를 통해 “중국 전기차 내수 수요가 예상을 훨씬 밑돈다”며 “중국 자동차 제조사는 해외 매출 압박을 더 크게 받고 있다”고 분석했다.
 
글로벌 전기차 기업 중국과 협업 피하기 어렵다, 수출 길 열어주는 '독이 든 성배' 우려도 

▲ 황기영 KG모빌리티 대표(오른쪽)와 장귀빙 중국 체리자동차 사장이 2일 서울 용산구 그랜드하얏트호텔에서 열린 전략적 투자 계약 체결식에서 취재진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연합뉴스>


◆ 중국 언론 "한국 기업 협력 확대해야", 수출 확대·공급망 종속 우려도  

글로벌 완성차 업체가 중국 기업과 협력을 확대하면서 중국 전기차 산업의 글로벌 영향력이 더욱 커질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중국 업체가 해외 기업과 협력을 통해 기술 신뢰도를 높이고 생산·판매 거점을 확보하면서 세계 시장 점유율을 확대할 기반을 마련할 수 있기 때문이다.

국제에너지기구(IEA)의 지난 7월27일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중국산 전기차 수출량은 240만 대로 집계됐다. 지난해 상반기 110만 대에서 118% 증가했다.

한국 전기차 시장도 중국의 수출 증가 영향권에 들었다. 

한국자동차산업협회(KAMA)가 지난 4일 발표한 ‘2026년 상반기 국내 자동차 신규등록현황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들어 6월까지 한국에 신규 등록된 중국산 전기차는 6만9513대로 지난해보다 178.7% 증가했다. 

이는 전기 버스를 비롯한 전기 상용차까지 포함한 수치이며 승용차만 보면 6만9160대로 나타났다. 해당 기간 한국에 새로 등록된 전체 전기차 가운데 중국산 비중은 3분의 1 이상으로 늘었다. 

더구나 배터리와 전장, 소프트웨어 등 전기차 핵심 요소까지 중국 기업 의존도가 높아질 경우 장기적으로 공급망 종속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나온다.

결국 중국과 협력이 단기적으로는 전동화 경쟁력을 확보하는 현실적 선택이지만 결과적으로 중국 업체의 글로벌 수출 확대와 공급망 영향력을 키우는 ‘독이 든 성배’가 될 수 있다는 시각이 떠오른다.

글로벌타임스는 “중국의 스마트 드라이빙 부품 공급업체가 한국 자동차 제조사의 공급망에 자리를 잡았다”고 평가했다. 이근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