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카드사들이 7월 책무구조도 도입을 앞두고 대표이사의 이사회 의장 겸직 문제가 내부통제의 주요 현안으로 떠올랐다.

금융당국이 이 문제를 책무구조도 시범운영에서 드러난 미흡한 지점으로 콕 짚으면서다.
당국 책무구조도 앞두고 대표·이사회의장 겸직 지적, 카드사 '경영효율' '견제강화' 고심

▲ 카드사들이 책무구조도 제출을 앞두고 대표이사와 이사회 의장 겸직 문제를 들여다봐야 할 것으로 보인다. <연합뉴스>



금융당국은 견제라는 이사회 본연의 기능이 충분히 작동하는 환경을 조성한다는 취지로 대표이사와 이사회 의장 분리에 힘을 싣고 있다.

반면 카드업계에서는 치열한 경쟁 환경 속 속도감 있는 의사 결정을 위해 겸직 체제가 효율적이라는 목소리도 여전해 모든 카드사가 대표이사와 이사회 의장을 분리하기까지는 좀 더 시간이 필요해 보인다.
 
22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자산총액 5조 원이 넘는 카드사는 7월2일까지 금융감독원의 시범운영 컨설팅 결과를 반영해 ‘개선된’ 책무구조도를 제출해야 한다.

2025년 12월 말 기준 8개 전업카드사(신한·삼성·KB·현대·롯데·하나·우리·BC)의 자산총액은 모두 5조 원이 넘어 사실상 국내 주요 카드사가 모두 포함된다.

책무구조도는 최고경영자를 포함한 금융회사 임원의 내부통제 책임 범위 등을 사전에 규정해놓은 문서다. 금융사고 등 내부통제 부실이 발생했을 때 책임 소재를 명확히 하기 위해 마련됐다.

문제는 금융감독원이 앞서 진행한 시범운영 컨설팅에서 대표이사의 이사회 의장 겸직 구조를 콕 짚어 지적한 점이다.

금융감독원은 전날 발표한 '대형 여전사 책무구조도 시범운영 현황 및 향후 계획' 보도자료에서 "대표이사가 이사회 의장을 동시에 맡으면 이해상충이 발생해 책무구조도 도입에 따른 견제와 균형의 원리가 작동하지 않을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일반적으로 대표이사는 경영 성과에 보다 신경을 쓸 수 밖에 없는데 이사회 의장은 단기 성과에 치중해 기업의 존속가치를 해치는 일을 견제해야 한다는 점에서 가치 충돌이 불가피하다고 본 것이다.

아직 대표이사와 이사회 의장을 분리하지 않은 카드사는 금감원의 지적에 부담을 느낄 수밖에 없다.

현재 카드업계 지배구조 상황을 보면 삼성·KB국민·하나·우리카드 등 4곳은 대표이사와 이사회 의장을 따로 두고 있다. 반면 신한·현대·롯데·BC카드 등 4곳은 대표이사가 이사회 의장을 겸직한다.

업계에서는 금융당국이 겸직 문제를 지적하고 있다는 점에서 대표이사와 이사회 의장 분리 체제를 선택하는 카드사가 늘어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실제로 KB국민카드는 당초 2026년 말까지 김재관 KB국민카드 대표이사 사장이 이사회 의장을 겸직할 계획을 세웠다. 그러나 3월 황인선 KB국민카드 사외이사를 이사회 의장으로 선임하면서 분리 체제로 돌아섰다.

카드업계 한 관계자는 비즈니스포스트에 “금융당국에서 가이드라인을 제시한 만큼 이사회 의장 분리는 각 카드사 상황에 따른 시간의 문제”라며 “당장 분리하지 않더라도 긴 흐름에서 볼 때 점점 분리하는 곳이 많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경영효율성을 고려했을 때 카드사들이 모두 의장 분리 체제로 전환하기는 쉽지 않다는 의견도 있다.
 
당국 책무구조도 앞두고 대표·이사회의장 겸직 지적, 카드사 '경영효율' '견제강화' 고심

▲ 카드업계에서는 경영 효율성 측면에서 대표이사와 이사회 의장 겸직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온다. <여신금융협회>


겸직 체제에 있는 한 카드사 관계자는 “신속한 의사 결정이 필요한 상황에서는 상근직인 대표이사가 이사회 의장을 맡는 것이 유리한 측면이 있다”며 “대표이사가 업무 이해도에서도 비교적 강점을 가진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현재 대표이사와 이사회 의장 분리는 고려하고 있지 않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대표이사가 이사회 의장을 겸직하는 카드사들은 공통적으로 신속한 의사결정과 업무 이해도를 사유로 제시했다.

신한카드는 2026년 3월 박창훈 신한카드 대표이사 사장의 의장 겸직을 알리며 “카드업은 일반 금융업에 비해 제반 환경 및 영위하는 업무의 변화 속도가 빠르고 매우 다양한 영역의 안건이 이사회에서 결정돼야 한다”며 “신속한 대응을 위해 카드업에 대한 이해 수준이 높고 상근직으로서 신속한 의사결정을 할 수 있는 대표이사를 이사회 의장으로 선임해 이사회를 운영하겠다”고 설명했다.

현대카드도 2026년 3월 정태영 현대카드 대표이사 부회장이 이사회 의장을 맡는다고 공시했다.

당시 현대카드는 정 부회장이 “회사 업무 전반에 대한 높은 이해도, 탁월한 리더십을 구비하고 구성원들에 대한 장기적 비전제시 및 건전경영을 위한 선진적 제도 도입으로 회사를 안정적이면서도 계속적으로 성장 가능하게 한다”며 “이사회 구성원들에게 회사의 현황과 금융업 전반을 이해시키고 각 이사들의 다양한 의견을 원만하게 조율할 수 있다”고 평가했다.

특히 카드사는 본업인 결제 시장에서 빅테크·핀테크 기업들과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책무구조도 규제에서 자유로운 경쟁사들이 속도전을 펼칠 때 자칫 뒤처질 수 있다는 우려도 배경에 깔린 것으로 보인다.

이런 가운데 대표이사와 이사회 의장의 형식적 분리 여부보다 실질적 견제 장치가 제대로 작동하는지가 더 중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김화진 미시간대학교 석좌교수는 5월 삼일PwC 거버넌스센터가 발간한 ‘거버넌스포커스’를 통해 “CEO와 이사회 의장을 분리하는 것은 이사회가 CEO를 견제하고 감독하는 데 효과적이기 때문이라고 한다”며 “다만 실질적으로 이사회 소집과 진행 이외 독립된 역할이 없는 의장은 분리하지 않은 것과 같다”고 말했다.

이어 “회사 상황에 따라서는 분리모델 채택이 리더십에 집중력 저하를 발생시킬 수도 있다”며 “특별한 이유가 없는 데 평가기관들과 일부 교과서에서 좋게 평가한다는 이유만으로 분리모델을 택할 것은 아니다”고 덧붙였다. 조혜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