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국 메모리반도체 기업들이 구글과 애플 등 미국 빅테크 메모리 공급망에 진입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수익성에 악재로 작용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그래픽 비즈니스포스트>
빅테크의 이와 같은 메모리 공급망 변화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메모리 반도체 수익성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구 공정을 선단 공정으로 전환하며 중국의 마진 압박에 대응하고, 10나노급 7세대 '1d D램' 등 차세대 메모리 양산으로 '초격차'를 유지하는 데 집중할 것으로 예상된다.
22일 반도체 업계 취재를 종합하면 순다르 피차이 구글 최고경영자(CEO)가 차세대 스마트폰 '픽셀 11' 시리즈의 D램 확보를 위해 중국 CXMT와 공급 계약 협상을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서는 픽셀 11뿐만 아니라 구글의 자체 인공지능(AI) 반도체인 텐서처리장치(TPU)에 CXMT D램이 탑재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미국 IT매체 안드로이드헤드라인은 "구글은 CXMT로부터 D램을 공급받으려는 여러 회사 가운데 하나일 뿐이며, 델, HP, 에이수스, 에이서 등은 2월부터 CXMT와 접촉했다"며 "구글이 비용 절감을 위한 대안을 모색하는 것은 합리적 시나리오"라고 분석했다.
애플도 메모리 가격 상승에 중국산 메모리를 구입하는 방안을 저울질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리서치에 따르면 2026년 1분기 모바일용 D램(LPDDR) 가격은 전분기 대비 50% 상승했으며, 2분기에는 1분기보다 80% 오를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CEO)는 지난 17일(미국 현지시각) 월스트리트저널과 인터뷰에서 "이번 메모리 가격 급등 사태는 100년에 한 번 오는 대홍수"라며 "공급망 전체를 다시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애플은 지난 2022년에도 아이폰에 중국 YMTC 낸드플래시 탑재를 추진했지만, 미국 정치권의 강력한 압박으로 포기한 적이 있다. 구글과 애플 모두 CXMT와 YMTC로부터 반도체를 구입하려면 미국 정부의 별도 허가를 받아야 한다.
구글과 애플의 중국산 메모리 도입 검토는 인공지능(AI) 수요 증가에 초호황기를 맞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 악재로 부각될 수 있다.
2024년 중국 업체들은 DDR4 등 범용 메모리 제품을 국내 기업 제품의 절반 가격으로 쏟아내며 시장점유율을 끌어올렸는데, 이 같은 현상이 향후 DDR5나 LPDDR5, 낸드플래시 메모리에서도 벌어질 수 있는 셈이다.
게다가 CXMT와 YMTC 모두 상장을 통해 확보한 자금을 활용해, 대규모 증설을 추진하고 있다.
CXMT는 지난 12일 중국 증권감독관리위원회(CSRC)에 상장 신고 절차를 마무리했으며, 7월 상장에 성공하면 295억 위안(약 6조7천억 원)에 달하는 자금을 확보할 수 있다. 이 자금으로 설비투자를 확대해 현재 월 20만 장 수준의 D램 생산량(웨이퍼 기준)을 올해 말 30만 장까지 늘리고, 2027년 40만 장으로 확대할 것으로 전망된다.
메모리 3사의 2026년 말 기준 월간 웨이퍼 예상 생산량은 삼성전자가 약 70만 장, SK하이닉스 60만 장, 마이크론 35만 장 정도에 이른다.
YMTC도 연내 상장을 목표로 관련 절차를 밟고 있으며, 2027년 말까지 낸드 생산능력을 현재보다 2배 많은 월 40만 장 수준까지 끌어올리려 하고 있다.
황민성 카운터포인트리서치 디렉터는 "YMTC가 기업공개(IPO)를 통해 추가 자금을 확보하게 되면 본격적인 스케일업(확장)에 나설 수 있다"며 "YMTC가 키옥시아와 마이크론을 제치고 낸드플래시 시장점유율 3위까지도 넘볼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 삼성전자, SK하이닉스는 차세대 메모리 공정 기술 전환으로 중국 CXMT와 '초격차'를 유지할 것으로 전망된다. <비즈니스포스트>
삼성전자 전체 낸드 생산량의 약 40%를 책임지는 핵심 거점인 중국 시안 공장은 그동안 128단 등 구형 제품 비중이 높았다. 하지만 최근 주력 공정을 236단으로 전환하고 있으며, 시안 2공장을 중심으로 최고 사양의 286단 생산설비도 구축하고 있다.
SK하이닉스도 올해 하반기 중국 다롄 2공장에서 200단대 낸드를 월 5만 장(웨이퍼 기준) 생산할 수 있는 설비를 구축하기 위해 투자를 진행할 것으로 예상된다.
D램도 선단공정으로의 전환을 가속화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평택 4공장(P4)을 중심으로 10나노급 6세대(1c) D램 생산라인을 확대하고 있으며, 구형인 10나노급 4세대(1a) D램 생산량은 약 40% 줄이는 결정을 내렸다. SK하이닉스도 청주 M15X, 이천 M16 라인을 중심으로 1c 공정 전환을 위해 새 장비를 반입하고 있다.
중국 CXMT가 2025년 11월부터 양산에 들어간 DDR5는 10나노급 4세대(1a) 공정으로 만들어진 제품이다.
또 삼성전자는 이르면 2027년부터 10나노급 7세대(1d) D램 양산을 시작하기 위해, 협력사들과 장비 개발 작업을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SK하이닉스도 2025년 1월부터 1d D램 개발팀을 꾸리고 차세대 공정 도입을 준비하고 있다.
이종욱 삼성증권 연구원은 보고서를 통해 "중장기적으로 CXMT가 상장 이후 더 낮은 자본비용으로 증설을 지속할 수 있게 되면 2028~2029년에는 중국발 범용 D램 공급이 동시에 늘어날 것"이라며 "이는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마이크론 등 메모리 3사가 고대역폭메모리(HBM)와 고부가 D램 등에 더 집중하게 만드는 요인이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나병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