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 '제2의 울산' 조성해 세계 5대 조선국가 노린다, HD현대 삼성중공업 역할 확대 청신호

▲ 인도 케랄라주에 위치한 국영 코친 조선소. < HD현대 >

[비즈니스포스트] 인도가 2047년 세계 5대 조선국 진입을 목표로 국가 차원의 조선산업 육성에 나선 가운데 HD현대와 삼성중공업 등 한국 조선사도 현지 진출을 확대하며 기회를 노리고 있다. 

인도는 특히 울산식 '조선 클러스터 모델'을 벤치마킹해 조선소와 기자재 및 연구개발과 인력 양성 체계를 구축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한국 기술과 운영 경험을 전수할 HD현대와 삼성중공업의 역할이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 "30년 전 울산 같다" 인도가 배우려는 건 조선소 아닌 '울산 모델'

18일(현지시각) 인도 씽크탱크 옵저버리서치파운데이션은 조선산업 관련 보고서를 통해 “인도는 조선업 발전을 위한 과정에 한국 울산시에서 영감을 얻고 있다”고 분석했다. 

울산은 조선소와 연구소 등 조선업을 위한 사회 기반 시설이 한 데 모여 있는 한국의 대표 도시이다. 

울산광역시에 따르면 2024년 기준 이 지역 조선해양산업 생산액은 17조3728억 원으로 한국 내 23.7% 비중을 차지한다. 사업체와 종사자 비중은 각각 18.9%와 28%로 나타났다. 

인도 정부가 이를 참고해 자국 내에 유사한 조선업 클러스터를 꾸리려 한다는 분석으로 풀이된다. 

인도가 조선업 클러스터를 조성하는 이유로는 우선 비용 문제가 꼽혔다. 철강과 선박 엔진 등 핵심 부품을 대부분 수입해 비용이 많이 들고 시간도 오래 걸리기 때문이다. 

인도 중공업 기업 라센앤토브로(L&T)의 아룬 람찬다니 정밀엔지니어링 부문 수석 부사장은 블룸버그에 “인도의 조선업 생태계는 현재 파편화돼 있다”고 말했다. 

옵저버리서치파운데이션은 HD현대가 참여하는 타밀나두주 투티코린 프로젝트를 울산식 조선업 클러스터의 사례로 꼽았다. 

해당 프로젝트는 조선소 건설을 넘어 울산처럼 기자재 업체와 연구기관 및 인력양성 시설까지 모으는 산업도시 모델을 지향한다.

HD현대는 전신인 현대조선중공업이 1974년 울산 조선소에서 만든 선박을 처음으로 인도한 뒤 50년이 넘은 현재까지 울산에 다수 조선 계열사를 두고 클러스터를 꾸리고 있다. 

투자유치기관 가이던스의 다레즈 아메드 최고경영자(CEO)는 블룸버그에 “HD현대 경영진은 지난해 3월 투티코린을 방문했을 때 30년 전 울산의 모습을 떠올리기도 했다”고 말했다.  
 
인도 '제2의 울산' 조성해 세계 5대 조선국가 노린다, HD현대 삼성중공업 역할 확대 청신호

▲ 숫자로 보는 인도 조선업. <그래픽 제미나이로 제작>

◆ HD현대 이어 삼성중공업까지, 한국 조선업이 인도 성장판 된다

HD현대는 타밀나두 조선클러스터 사업과 코친조선소와 협력하고 있다.

인도 현지매체 트리뷴인디아에 따르면 HD한국조선해양의 권영훈 글로벌사업부장은 지난 17일 조셉 비제이 타밀나두 주총리와 만나 3800억 루피(약 6조2천억 원) 규모의 조선 클러스터 조성 방안을 논의했다. 

HD한국조선해양은 HD현대의 조선 분야 중간지주사이다. 

앞서 HD현대는 지난해 12월7일 타밀나두 주정부와 조선소 건설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는데 이 계획을 구체화하고 있는 것이다. 

삼성중공업도 인도의 민간 조선소인 스완디펜스와 조선 및 해양사업 협력을 위한 양해각서를 지난해 9월29일 체결했다. 

삼성중공업은 선박 설계와 조달 및 생산관리 분야에서 협력해 초대형 원유운반선(VLCC)과 해양플랜트 건조 역량을 인도에 지원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삼성중공업도 경남 거제에 울산과 같은 조선 클러스터를 꾸린 만큼 인도에 필요한 노하우를 제공할 역량을 갖춘 것으로 평가받는다.

정부 차원에서 협업도 활발하다. 

인도 측은 지난 4월20일 이재명 대통령의 인도 국빈 방문에서 자국 내 조선 클러스터 조성 계획을 설명하고 한국 조선사가 역할을 맡아 줄 것을 요청했다. 한국 정부도 이 같은 협력 진전에 기대를 표명했다. 

향후 인도 조선산업이 본격 성장할 경우 국내 조선 기자재와 엔지니어링 및 설계 등 업체까지 새로운 수주와 공급망 확대 기회를 확보할 밑그림을 그린 셈이다.
  
인도 '제2의 울산' 조성해 세계 5대 조선국가 노린다, HD현대 삼성중공업 역할 확대 청신호

▲ 키르타나 삼파트 인도 타밀나두주 신임 산업부 장관(왼쪽 네 번째)이 9일 HD현대의 울산 조선소를 방문해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 인도 '세계 5대 조선국' 목표, 국가 차원 조선 진흥 프로젝트 본격화

인도매체 비즈니스스탠다드에 따르면 인도 정부는 2047년까지 선박 건조 능력을 키워 현재 20위권인 세계 조선업 순위를 5위권으로 끌어올리려 한다.

인도는 국내 조선소가 부족하고 대부분 정부 소유라 군함 생산에 치중한다. 이에 수출입에서 외국산 상선을 활용하고 있어 외화가 유출되고 있다.

로이터에 따르면 인도는 2019 회계연도(2018년 4월-2019년 3월)에 750억 달러(약 115조 원)를 외국 선박 이용료로 지불했다. 

이러한 상황을 바꾸기 위해 국가 차원에서 자국 조선업을 육성하기 위해 조선 클러스터를 다수 만들겠다는 정책을 인도 정부에서 추진하고 있는 것이다.

이를 위해 인도 항만해운부(MoPSW)는 모두 7조5천억 루피(약 122조 원)씩 투자해 세 개의 조선 클러스터를 조성할 계획을 세웠다.

타밀나두주 정부도 조선산업을 제조업 경쟁력을 끌어올릴 핵심 산업으로 규정하고 대규모 클러스터 조성에 나서고 있다. 

중국의 막대한 선박 생산 능력도 인도를 자극해 조선업 발전에 더욱 힘을 주도록 한다는 블룸버그 분석도 있다. 

결국 인도가 강력한 정부 지원을 바탕으로 ‘제2의 울산’을 만들어 선박 생산 능력을 대폭 늘리는 과정에 HD현대와 삼성중공업의 역할이 더욱 커질 가능성이 고개를 든다. 

인도 해운 전문가이자 국영 에너지기업 가일의 액화천연가스(LNG) 운송책임자 므리날 더트는 지난 4월29일 해운 전문매체 트레이드윈즈에 “한국 기업과의 협력은 양국의 조선 역량을 크게 향상시킬 수 있을 것이다”고 강조했다. 이근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