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코스맥스가 하이드로겔 마스크팩 제품군 생산성 강화에 힘을 실을 것으로 보인다. 사진은 이병만 코스맥스 대표이사 부회장이 1월6일 경기도 성남시 코스맥스 사옥에서 신년사를 하는 모습. <코스맥스>
하이드로겔 마스크팩은 해외 판매 확대를 이끄는 전략 품목으로 떠오르고 있지만 공정 난도가 높아 안정적인 납기와 품질 대응이 쉽지 않은 품목으로 꼽힌다. 코스맥스가 이 품목의 생산 경쟁력을 높이면 기존 고객사의 후속 제품 개발과 추가 수주 기회도 넓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19일 화장품업계 상황을 종합하면 최근 화장품 수출 품목 가운데 마스크팩의 증가세가 두드러진다.
마스크팩 수출액은 올해 3월 3810만 달러(586억 원)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86% 늘며 처음으로 월간 3천만 달러를 넘어섰다. 4월에는 4870만 달러(749억 원)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88% 증가했다.
특히 하이드로겔 마스크팩이 성장세를 이끄는 것으로 분석된다. 화장품 브랜드 바이오던스의 흥행 이후 아누아, 성분에디터, 토리든, 아비브, 메디힐 등이 하이드로겔 마스크팩을 내놓거나 판매를 확대하고 있다.
코스맥스도 메디큐브에 이어 토리든, 아비브 등으로 하이드로겔 마스크팩 고객사를 넓히고 있다.
하이드로겔 마스크팩 수주가 다른 품목 수주로 자동 연결되는 것은 아니다. 다만 개발 역량과과 납기, 품질을 안정적으로 입증한 제조자개발생산(ODM) 업체는 하이드로겔 마스크팩을 생산하는 브랜드가 후속 제품군을 확대할 때 협업 후보로 검토될 가능성이 높아질 수 있다.
코스맥스는 앰플, 크림, 선케어, 색조, 헤어·바디 등 다양한 카테고리의 제품 개발과 생산을 제안할 수 있는 종합 ODM 역량을 갖춘 기업으로 평가받는다. 브랜드가 제품군을 넓히는 과정에서 폭넓은 대응력을 제시할 수 있다는 점이 강점으로 부각될 수 있는 셈이다.
마스크팩은 소비자들이 많이 찾는 틱톡과 같은 짧은 영상 콘텐츠에서 사용감과 밀착감, 피부 변화 등을 보여주기 쉬운 품목으로 꼽힌다. 해외 소비자가 제품 특성을 직관적으로 확인하기 쉬워 브랜드가 아마존, 세포라, 타깃, 코스트코 등 해외 유통채널에 제안하는 전략 품목으로 활용되는 사례도 늘고 있다.
특히 하이드로겔 마스크팩은 일반 시트 마스크팩보다 높은 가격대로 형성돼 있어 이를 생산하는 기업의 수익성 확대 기대감을 높여주는 품목으로 거론된다. 밀착감과 쿨링감, 장시간 사용성 등이 프리미엄 가격을 뒷받침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한국IR협의회에 따르면 하이드로겔 마스크팩의 경우 북미 주요 유통 채널에서 1장당 5달러, 4장 묶음은 19달러 안팎에 판매되고 있다. 코스알엑스 공식몰에서도 하이드로겔 마스크팩 3장 묶음 가격은 15달러 수준이다.
시장 성장 전망도 우호적이다. 시장조사업체 그랜드뷰리서치는 세계 하이드로겔 페이스 마스크팩 시장이 2023년 1억1600만 달러(1785억 원)에서 2030년 2억4천만 달러(3693억 원)로 커질 것으로 전망했다. 연평균 성장률은 11.0% 수준이다.
다만 수요 확대가 곧바로 공급 확대와 수익성 개선으로 이어진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
일반 시트 마스크팩은 부직포 시트와 에센스를 파우치에 넣어 밀봉하는 공정이 중심이다. 반면 하이드로겔 마스크팩은 배합한 원료를 고온에서 코팅하고 냉각한 뒤 얼굴형에 맞춰 타공해야 한다.
원료 배합이 끝난 상태에서 타공이 이뤄지는 만큼 자투리 원료 손실도 크다. 브랜드마다 원하는 제형과 얼굴형 크기, 접는 방식도 달라 공정을 표준화하거나 자동화하는 데 한계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박종대 전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하이드로겔 마스크팩이 시트 마스크팩과 비교해 수율을 안정화하기 어려운 제품”이라며 “생산라인 1개당 약 30명의 인력이 필요할 정도로 인건비 비중이 높다”고 설명했다.
하이드로겔 마스크팩 ODM 공급업체가 제닉, 코스맥스, 엔코스, 아이큐어, 진코스텍, 코스메카코리아 등 일부 기업에 제한되는 배경도 여기에 있다. 설비를 도입하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원료 배합과 성형·타공 과정에서 축적한 생산 경험이 실제 양품 생산량과 원가율을 좌우하기 때문이다.
▲ 코스맥스가 하이드로겔 마스크팩 제품군 생산성 강화에 힘을 실을 것으로 보인다. 사진은 토리든 겔마스크 제품. <토리든>
하이드로겔 마스크팩 ODM 1위 기업인 제닉의 사례는 이 시장의 진입장벽이 얼마나 높은지 잘 보여준다.
제닉은 국내 화장품 시장에서 하이드로겔 마스크팩을 처음 상용화한 선도 기업이다. 2025년 기준 전체 매출에서 하이드로겔 얼굴 마스크팩이 차지하는 비중은 75.44%에 이른다.
제닉은 올해 1분기 주문이 급증하면서 초과근무가 늘고 신규 제품의 초기 수율 문제가 겹쳐 원가율이 81%까지 높아졌다. 지난해 평균 원가율인 71%보다 10%포인트 높은 수준이다. 하이드로겔 마스크팩 생산 경험이 축적된 제닉조차 신규 고객사 물량이 빠르게 늘어나면서 생산 효율 측면에서 부담을 안고 있다는 뜻으로 여겨진다.
코스맥스의 하이드로겔 마스크팩 원가율은 별도로 공개되지 않았다. 다만 제닉 사례에 비춰보면 코스맥스도 상당한 원가 부담을 안고 있을 것이란 관측이 우세하다.
코스맥스 관계자는 “하이드로겔 마스크팩 카테고리는 지속적 인력 효율화 및 수율 증대를 통해 생산성을 높이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병만 부회장 입장에서도 하이드로겔 마스크팩의 생산성을 높여 수익성 관련 성과를 보여줄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
코스맥스는 올해 1분기 연결기준 매출 6820억 원을 내며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5.9% 성장해 분기 최대 매출을 기록했다. 다만 영업이익은 530억 원으로 3.3% 증가하는 데 그쳤다. 외형 성장에 비해 이익 증가 폭이 제한된 만큼 고매출원가 품목의 생산성을 얼마나 높이느냐가 중요한 과제가 될 수 있다.
이 부회장은 올해 신년사에서 고객 가치의 프리미엄화를 강조하며 한 가지 제품을 대량 생산하는 방식보다 여러 제품을 빠르게 만들고 검증하는 생산체질로 바꿔야 한다는 뜻을 밝혔다. 하이드로겔 마스크팩 역시 고객사별 제형과 사용 방식이 다른 만큼 이 같은 다품종 대응력과 생산 효율이 함께 요구되는 품목으로 볼 수 있다.
코스맥스 관계자는 “하이드로겔 마스크팩과 같은 고매출원가 부담 카테고리는 생산성 개선을 통해 연내 수익성을 지속 개선해 나갈 예정”이라며 “관련 제형기술 연구를 고도화해 프리미엄 제품 개발 방향으로 연구를 확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예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