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정부가 수입 철강재 관리 기준을 기존 원산지 중심에서 조강국 확인으로 강화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제3국 경유 우회덤핑 등을 차단하기 위한 조치로 풀이되지만, 수입 통제 강도를 어디까지 높일지를 놓고 실효성과 기업 부담 사이 균형이 핵심 쟁점으로 떠오를 전망이다.
 
수입 철강재 관리 '원산지'에서 '조강국'으로 강화, '품질검사증명서 제도' 실효성과 기업 부담은 쟁점

▲ 철강 제품이 4월3일 경기도 평택항에 쌓여있다. <연합뉴스>


17일 산업통상부에 따르면 산업부는 수입 철강재에 대한 품질검사증명서(MTC) 제출을 제도화할 수 있도록 하는 ‘수출입 공고’ 일부개정안과 ‘대외무역관리규정’ 일부개정안을 행정예고하고 있다. 예고기간은 6월15일부터 7월6일까지다.

이번 행정예고안은 수입 철강재를 들여올 때 수입승인 대상 품목과 조강국 증빙서류를 명시하는 내용을 뼈대로 한다. MTC는 철강재 제조사가 발급하는 품질검사증명서로 제품 규격과 강종, 화학 성분, 인장강도 등 기계적 성질과 함께 제조사, 생산번호 등 제품의 품질과 생산 이력을 확인할 수 있는 서류다.

정부의 이번 조치는 일본·중국산 열연강판에 대한 덤핑방지관세 부과 절차에 이어 철강 보호무역 장치를 강화하는 흐름으로 풀이된다.

이번 개정안에서 주목되는 점은 수입 철강재 관리 기준이 단순한 ‘원산지’ 확인에서 ‘조강국’ 확인으로 넓어진다는 점이다. 조강국은 철강제품이 최종 가공되거나 수출된 국가가 아니라 원료 철강이 처음 녹고 부어져 만들어진 국가를 뜻한다.

제3국을 통한 우회 덤핑수출은 원산지와 조강국이 달라질 수 있다는 점을 이용한다. 덤핑방지관세 대상 국가에서 쇳물을 부어 철강 반제품을 생산한 뒤 이를 다른 국가에서 압연·가공하면 반덤핑 관세 장벽을 피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정부는 조강국까지 확인하게 되면 저가 수입재와 제3국 경유 물량을 더 정밀하게 파악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재윤 산업연구원 탄소중립산업전환연구실장은 2025년 11월4일 서울 강남구 포스코센터에서 열린 ‘2025 스틸코리아’ 통상 세션에서 MTC가 품목별 무역정책의 기준이 되는 HS코드 확인과 조강·제강 등 단계별 생산국 파악, 불공정 무역 대응 기반 마련에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국내 철강업계에서도 이번 조치를 단순한 서류 제출 의무화보다 수입 철강재에 대한 상시 모니터링 체계를 구축하는 조치로 보는 분위기다. 최종 원산지를 넘어 실제 쇳물이 생산된 국가까지 확인하겠다는 것으로 철강 수입관리 방식이 사실상 전면 개편될 수 있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다만 제도를 지나치게 엄격하게 운용하면 자동차·조선·건설·가전 등 철강 수요기업과 중소 수입업체의 부담이 커질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공급망이 여러 단계로 나뉘어 있거나 소량·다품종 거래가 많은 경우 수입업체가 원 제조사의 MTC와 조강국 정보를 건별로 확보하기 쉽지 않고, 통관 지연이나 조달 비용 증가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일본 철강업계는 5월 열린 한일 철강회의에서 한국의 MTC 제출 의무화 추진과 관련해 해상 운송 기간이 짧아 통관 시점까지 MTC를 확보하기 어려운 경우가 있다며 사후 제출 허용 등 제도 운용 보완이 필요하다는 취지의 의견을 제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수입 철강재 관리 '원산지'에서 '조강국'으로 강화, '품질검사증명서 제도' 실효성과 기업 부담은 쟁점

▲ 여한구 산업통상부 통상교섭본부장이 4월9일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철강보호무역조치 관련 민관 합동 점검회의에서 인사말하고 있다. <연합뉴스>


해외에서는 이미 조강국 확인 제도가 확산되는 흐름이다.

미국은 철강 수입 모니터링·분석 제도(SIMA)를 통해 수입허가 신청 때 철강이 처음 녹고 부어진 국가 정보를 요구하고 있다. 캐나다도 2024년 11월부터 일반수입허가 대상 철강재에 대해 ‘쇳물이 처음 녹고 주조된 국가(country of melt and pour)’ 보고를 의무화했다.

다만 캐나다는 5천 캐나다달러 이하 저가 물품, 일부 완제품 철강, 일정한 자체평가 프로그램 대상 수입자 등에 대해서는 조강국 정보 제공 의무를 적용하지 않고 있다. 인도 역시 소규모 수입업자 부담을 줄이기 위해 SARAL SIMS를 도입해 소량 수입이나 수출연계 수입은 연간 단위 등록으로 여러 건을 처리할 수 있도록 했다.

반면 유럽연합(EU)은 가장 강한 모델을 도입하고 있다.

EU는 2026년 철강 수입 규제 체계를 개편하면서 ‘melt and pour(쇳물이 처음 녹고 주조된 국가)’ 원칙을 우회수입 방지와 공급망 투명성 강화 장치로 도입하기로 했다. 또한 철강 무관세 수입쿼터를 2024년 대비 47% 줄이고 쿼터 초과 물량에 부과하는 관세를 50%로 높이는 방안에도 잠정 합의했다. EU식 모델은 수입 급증과 우회수입을 강하게 억제해 역내 철강산업을 보호하는 효과가 크지만 부작용도 뚜렷하다.

유럽 철강 수요산업 단체들은 1월6일 공동성명을 내고 “철강이 처음 녹고 부어진 국가를 기준으로 삼는 조강국 규칙의 도입은 철강 수요자들의 행정 부담을 크게 늘릴 것이며 특히 중소기업에 불이익을 줄 것”이라며 “저가 화물에 대해 원산지 정보를 확보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결국 한국의 MTC 제도도 핵심은 제출 의무화 자체보다 제도 강도를 어디까지 설정하느냐에 달릴 것으로 보인다.

조강국 확인을 지나치게 엄격하게 적용하면 철강 수요기업과 중소 수입업체의 통관·조달 부담이 커질 수 있고, 반대로 사후 제출이나 예외를 폭넓게 허용하면 우회덤핑 차단이라는 제도 도입 취지가 약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앞으로 쟁점은 소량·다품종 수입에 대한 간소화 기준, 사후 제출 허용 범위, MTC 미비 시 보완 절차, 확보한 조강국 정보를 단순 모니터링에 그칠지 수입승인이나 덤핑방지관세 등 무역구제 조치와 연계할지에 맞춰질 것으로 전망된다.

정부가 철강 보호무역이라는 취지를 살리면서도 하류 산업의 비용 부담을 과도하게 키우지 않는 제도 설계를 할 수 있을지가 관건으로 꼽힌다. 권석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