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동빈 롯데그룹 대표 수시인사 '예측불허', 성과주의 기대 못 미친 계열사 대표들 촉각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사진)의 수시인사가 이어지면서 실적 회복이 더딘 일부 계열사 대표들은 연말까지 기다릴 여유 없이 성과를 입증해야 하는 부담을 안게 됐다. <그래픽 비즈니스포스트>

[비즈니스포스트]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수시인사에 속도를 내면서 올해 실적이 부진한 그룹 계열사를 이끄는 수장들의 향후 거취가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특히 오랜 기간 적자에서 벗어나지 못했거나 어렵게 만든 반등을 이어가야 하는 계열사일수록 수시인사의 긴장감은 더 크게 다가올 것으로 보인다.

15일 롯데그룹 동향을 종합하면 신동빈 회장이 올해 들어 계열사 대표이사 자리를 놓고 수시인사를 연달아 진행하면서 조직 전반의 분위기를 다잡고 있다.

롯데하이마트는 12일 신임 대표이사에 김종윤 부사장을 내정했다. 기존 대표였던 남창희 대표는 임기를 9개월 앞두고 중도 하차했다.

3월에도 예정에 없던 인사가 있었다. 롯데그룹은 당시 코리아세븐 대표를 기존 김홍철 대표에서 김대일 부사장으로 교체했다. 코리아세븐 대표 교체는 롯데그룹이 수시 임원인사 체제로 전환한 뒤 이뤄진 첫 주요 대표이사 교체 사례로 받아들여졌다.

이번 흐름이 주목되는 이유는 단순히 특정 계열사 대표가 바뀌었다는 데 있지 않다. 롯데그룹이 연말 정기인사 중심의 관행에서 벗어나 필요할 때마다 경영진 교체 카드를 꺼낼 수 있다는 점이 확인됐기 때문이다.

그룹 안팎에서는 다음 인사 시점과 대상을 가늠하기 어려워졌다는 말도 나온다. 과거처럼 연말 정기인사만 바라보는 구조가 아니라 계열사별 실적과 현안에 따라 인사 변수가 불거질 수 있는 만큼 일부 대표들은 이전보다 더 자주 성과를 증명해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

코리아세븐과 롯데하이마트 모두 실적 개선과 사업 전환 과제가 컸던 계열사라는 점에서 수시인사는 부진 사업을 향한 쇄신 압박으로도 읽힌다. 이에 실적 부담을 안고 있는 일부 계열사 대표들은 인사 시점과 무관하게 성과 검증대에 오를 수 있다는 긴장감을 느낄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 롯데그룹 안팎에서 나온다.

어느 계열사가 다음 수시인사 대상이 될지는 예단하기 어렵지만 성과주의 기조가 강해질수록 적자 구조가 길어졌거나 반등 지속성을 증명해야 하는 계열사들의 부담이 커질 가능성이 충분하다는 얘기다.
 
신동빈 롯데그룹 대표 수시인사 '예측불허', 성과주의 기대 못 미친 계열사 대표들 촉각

▲ 신민욱 롯데GFR 대표이사(사진)는 2023년 9월 투입됐지만 제대로 된 성과를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롯데GFR>


롯데GFR은 이런 분위기에서 실적 부담이 큰 계열사로 거론된다. 신민욱 롯데GFR 대표이사는 2023년 9월 외부 출신 구원투수로 투입됐지만 아직 적자 구조를 완전히 끊어내지는 못했다.

롯데GFR은 2018년 롯데백화점 글로벌 사업부문과 롯데쇼핑 자회사 엔씨에프를 통합해 출범한 패션 계열사다. 출범 당시 롯데그룹은 패션 사업 경쟁력 강화를 기대했지만 이후 실적은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롯데GFR은 최근 3년 동안 별도기준 적자 구조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영업손실은 2023년 92억 원에서 2024년 58억 원, 2025년 39억 원으로 줄었지만 3년 연속 적자고리를 끊지 못하고 있다. 같은 기간 순손실도 2023년 116억 원, 2024년 81억 원, 2025년 60억 원으로 이어졌다.

매출 흐름도 뚜렷한 반등으로 보기에는 애매하다. 롯데GFR은 2025년 매출 1043억 원을 내며 2024년보다 3.7% 늘었지만 2023년 매출 1139억 원에는 미치지 못했다. 손실 규모를 줄인 점은 긍정적이지만 외형 회복과 흑자 전환을 동시에 증명해야 하는 과제가 남아 있는 셈이다.

누적 손실 부담도 커지고 있다. 롯데GFR의 결손금은 2023년 말 809억 원에서 2024년 말 883억 원, 2025년 말 945억 원으로 늘었다. 현금및현금성자산도 2023년 말 214억 원에서 2024년 말 64억 원, 2025년 말 12억 원으로 줄었다.

롯데온도 안심하기 어렵다는 시각이 많다. 

롯데온은 올해 1분기 영업손실 58억 원을 내며 적자를 이어갔다. 다만 영업손실 규모가 줄어드는 추세인데다 추대식 대표가 지난해 말 선임된 만큼 당장 대표 교체 가능성을 거론하기에는 다소 이르다는 평가가 우세하다.

롯데컬처웍스도 반등 흐름을 이어갈 수 있을지 증명해야 한다.

롯데컬처웍스는 올해 1분기 영업이익 79억 원을 내며 흑자 전환했지만 지난해까지 영화관 업황 부진과 고정비 부담으로 수익성 악화를 겪었다. 극장 관람 수요 회복이 더딘 만큼 1분기 반등이 일회성에 그칠 경우 다시 성과 압박권에 들어갈 수 있다. 

신 회장의 성과주의 기조는 올해 초부터 이어지고 있다.

신 회장은 1월15일 서울 송파 롯데월드타워에서 상반기 VCM(옛 사장단회의)을 열고 기존의 매출 중심 외형 성장보다 수익성과 투자 효율을 높이는 데 무게를 두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신 회장은 "익숙함과의 결별 없이 변화하지 않는다면 지금 우리가 겪는 문제들을 해결할 수 없다"며 "과거의 성공방식에서 벗어나 본원적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한 혁신을 신속하게 추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조성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