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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용진의 유통 정체 탈출 승부수

이민재 기자 betterfree@businesspost.co.kr 2014-02-18 14:45: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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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용진 신세계 부회장은 유통 다변화가 절실히 필요하다. 지난해 신세계의 성장이 정체된 원인이 매장의 신규 출점이 좌절된 데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더욱 새로운 유통망을 절실히 찾고 있었다. 정 부회장은 일단은 대규모 투자라는 승부수를 던졌다.


18일 신세계그룹 등에 따르면, 신세계 백화점 매출은 지난해 사상 최초로 감소했다. 신세계 백화점은 지난해 4조1,530억 원의 국내 총매출을 기록했다. 2012년보다 0.6% 감소한 수치다.


◆ 부진에 빠진 신세계...올해 악재 더 많다.

  정용진의 유통 정체 탈출 승부수  
▲ 정용진 신세계 그룹 부회장

문제는 올해도 부진이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신세계는 올해 백화점 신규 출점 계획이 없다. 대형마트와 SSM은 정부 규제와 골목상권 논란 때문에 신규 출점이 쉽지 않다. 유통망 확대가 확실한 부진 탈출의 방법이지만 정 부회장은 쉽게 선택할 길이 없어 고민이 깊다.


설상가상으로 아마존이 올해 국내에 진출한다. 증권업계에서는 아마존의 진출로 해외 직접구매를 이용하는 ‘직구족’들이 늘어날 것으로 예측한다. 직구족들의 증가는 기존 유통업체에 큰 위협이다. 여영상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해외 직구의 확대는 소비자들이 더 이상 높은 가격을 인정하지 않기 때문”이라며 “합리적 소비 확대로 기존 유통업체의 마진이 줄어들 것”이라고 전망했다. 주요 직구 품목에는 가전과 잡화, 의류, 화장품 등이 있는데, 대부분 백화점의 주력 상품이다.


병행수입도 걱정이다. 정부는 지난 1월9일 유통구조 개선을 위해 병행수입 활성화를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독점 수입업자와 백화점이 수입 브랜드 유통을 독점해 공산품 물가 상승을 이끌고 있다고 봤기 때문이다. 정부는 병행수입을 통해 가격 하락을 기대한다.


정부의 발표 이후 신세계인터내셔날의 주가가 큰 폭으로 떨어졌다. 신세계인터내셔날은 해외 브랜드 수입을 담당한다.


◆ 위기 극복 위한 ‘돌격형 경영전략’


정 부회장은 지난 1월 6일 경영전략 워크숍에서 신세계그룹의 10년 경영계획을 발표했다. 공격적 투자를 통해 다양한 유통 채널을 마련하겠다는 것이 주 내용이었다. 정 부회장은 “앞으로 10년간 새로운 유통 포맷을 발굴하고, 투자를 집중해 혁신을 이끌 것”이라고 말했다. 정 부회장은 10년간 총 31조4,000억 원을 투자해 17만 명을 새로 채용하는 계획을 세웠다.


신세계가 편의점 사업에 진출한 것도 정 부회장의 유통 채널 다변화 전략에 따른 것이다. 편의점은 대형마트나 SSM과 달리 정부 규제와 논란을 회피하면서 유통망을 확대시킬 수 있다. 업계 관계자는 “신세계가 1,000개 이하의 편의점 점포를 운영한다면 정부 규제나 논란 없이 확장을 계속할 수 있다”고 말했다.


정 부회장은 정부의 병행수입 활성화 정책을 놓고 이마트로 대응할 것으로 보인다. 이마트의 병행수입 품목은 2010년 10여개에 불과했으나 지난해 500여 품목으로 늘었다. 올해는 최대 100개 더 늘리기로 했다. 이마트 관계자는 “지난해 병행수입품 매출은 2009년보다 60배나 성장한 600억 원이었다. 올해는 800억 원의 매출을 달성할 것”이라며 자신감을 드러냈다. 서정연 신영증권 연구원은 “병행수입 시장에서 이마트를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정 부회장이 특히 신경을 쓰는 사업은 교외형 복합 쇼핑몰이다. 정 부회장은 기존의 백화점 시장이 포화상태에 있다고 본다. 따라서 도심 외곽으로 진출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정 부회장은 성장 둔화에 빠진 백화점에 새로운 성장 동력을 불어넣어야 한다고 본다. 


  정용진의 유통 정체 탈출 승부수  
▲ 지난해 10월 28일 정용진 신세계 그룹 부회장(가운데)이 하남 유니온스퀘어 기공식에 참석했다.
정 부회장은 지난해 10월 경기도 하남시에 ‘유니온스퀘어’ 착공을 시작했다. 정 부회장은 착공식에 참석해 유니온스퀘어를 통해 수도권의 관광사업을 선도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유니온스퀘어는 백화점에 명품관, 할인점, 영화관 등의 엔터테인먼트 요소가 결합된 복합 쇼핑몰이다. 정 부회장은 “앞으로 우리의 경쟁자는 테마파크와 야구장”이라고 말했다. 판매와 문화를 결합해 소비자의 ‘흥겨운 지출’ 을 유도하겠다는 게 정 부회장의 의도다.


정 부회장이 이 사업에 투자한 금액은 1조 원에 달한다. 정 부회장은 이밖에도 총 3조 원을 추가로 투자해 교외형 복합 쇼핑몰을 늘려나갈 계획을 수립했다. 현재까지 부지가 확보된 곳은 하남과 인천, 대전, 안성, 의왕, 고양의 6곳이다.


남옥진 삼성증권 연구원은 신세계의 실적개선 가능성을 내년까지는 낮게 보면서 “2016년 이후 신규 출점이 이뤄지면 매출이 성장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 투자에 따른 리스크 관리 필요할 듯


투자에는 항상 위험이 따른다. 정 부회장의 야심찬 계획에도 위험이 도사리고 있다.


정 부회장의 교외형 복합 쇼핑몰 사업은 무리한 투자라는 의견이 있다. 김상현 영남대 경영학과 교수는 “성장이 저조한 상황에서 부동산에 대한 대형투자는 자금이 묶이는 위기를 초래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지난해 하락한 이자보상배율(기업이 영업이익으로 금융비용을 얼마나 감당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지표)도 정 부회장이 고려해야 할 리스크다. 신세계는 지난해 상반기 영업이익이 118억원 감소한 반면 이자비용은 192억원 늘었다. 이에 따라 신세계의 이자보상배율은 평균 4.9배로 떨어졌다. 보통 1.5배 이상이면 준수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그렇지만 정 부회장은 앞으로 대규모 투자를 앞두고 있어 ‘기초 체력 고갈’ 문제를 걱정해야 한다.


정 부회장은 지역 상권과 마찰도 해결해야 한다. 지역 상권과 마찰은 종종 정 부회장의 발목을 잡았다. 신세계 관계자는 “도심지역이 아니기에 그러한 문제는 없다고 본다”라고 했다. 그렇지만 이미 대전에서는 신세계의 유니온스퀘어 유치를 반대하는 영세소상공인들의 움직임이 있었다. 정 부회장의 과제는 상생의 길을 모색하는 것이다.


위드미 인수로 편의점 사업에 뛰어들었지만 미풍에 그칠 거라는 우려도 불식시켜야 한다. 국내 편의점 시장은 이미 4개 업체가 90%이상 차지하고 있다. 따라서 전문가들은 신세계가 진출을 해도 시장판도를 바꾸기 어렵다고 지적한다. 김희은 한국신용평가원 연구원은 “편의점 1개 점포당 2,400명을 수용하면 상권이 포화됐다고 보는데, 현재 이미 2,100명에 달했다”고 말했다. 신세계가 진출해도 운신의 폭이 좁다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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