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안준형 오아시스 대표이사(사진)가 공들여 인수한 티몬을 전혀 활용하지 못하고 있다. 티메프 사태의 피해자들이 티몬 영업재개에 강력히 반발하고 있는 탓이다.
티몬 피해자들의 반발에 티몬을 인수한 지 100일이 훌쩍 넘었지만 회사를 정상화한 뒤 오아시스와 시너지를 내겠다는 청사진을 펼칠 엄두조차 못내고 있다.
문제는 꼬인 실타래를 풀 수 있는 뾰족한 수가 안 보인다는 점이다.
13일 이커머스업계 안팎의 얘기를 종합하면 티몬 플랫폼 재가동 일정이 현재로서는 전면 중단된 상태에 놓인 것으로 파악된다.
우선 앱(애플리케이션)은 먹통이 된 지 오래됐다.
현재 구글 플레이스토어와 애플 앱스토어에서 티몬 앱(애플리케이션)은 내려받기 할 수 없는 상태다. 안드로이드와 iOS 버전 업데이트가 이뤄지면서 이와 관련해 앱 업데이트가 이뤄져야 하는데 개발이 중단돼 아예 앱 목록에서 사라진 것으로 여겨진다.
iOS 기준으로는 옛 버전을 설치한 사용자들이 버전 업데이트를 시도해도 ‘더 이상 사용할 수 없다’는 문구만 뜨고 있다. 안드로이드 기준으로는 앱에 접속은 되지만 티몬이 9월 초 공지한 안내문만 뜨고 다른 화면으로 전환이 불가능하다.
홈페이지도 마찬가지다. 티몬 임직원 일동 명의로 적힌 ‘존경하는 협력사 여러분께’라는 공지 글만 볼 수 있는 상태다. 사실상 잠정폐쇄된 상태나 다름없다.
여러 개발 수요에 전혀 대응하지 못하는 상태에 놓인 것 아니냐는 평가가 나온다.
실제로 오아시스가 티몬을 인수하면서 고용을 승계한 50명 가운데 10명가량이 9월 중순 퇴사했다. 오아시스는 퇴직 의사를 밝힌 이들에게 티몬 업무 말고 오아시스 업무를 맡는 방안을 제안했지만, 이들은 퇴직금과 위로금을 받고 퇴사한 것으로 파악됐다.
티몬의 영업 재개가 막힌 이유는 티몬·위메프의 정산대금 미지급 사태, 이른바 ‘티메프 사태’의 피해자들이 강력히 반발하고 있기 때문이다.
오아시스가 티몬의 영업재개 날짜를 9월10일로 잡았다가 무기한 연기한 것도 바로 이런 이유 때문이었다.
티몬이 공지 글에서 밝힌 내용을 보면 “천신만고 끝에 법정관리를 졸업하고 9월10일을 오픈일로 정하고 마지막 점검을 하던 중 저희의 영업재개 소식에 제휴 카드사, 관계기관을 통해 피해자들께서 많은 민원을 집중 제기하면서 다시 부득이하게 오픈을 연기할 수밖에 없는 참담한 현실에 직면하게 됐다”고 언급되어 있다.
티메프 사태의 피해자들은 티몬의 채권 변제율이 터무니없이 낮다는 점을 문제로 삼고 있다.
서울회생법원은 6월 말 티몬 채권단의 부동의에도 불구하고 티몬 회생계획안을 놓고 강제인가 결정을 내렸다. 티몬이 서울회생법원에 제출했던 피해자 변제율은 0.76%에 불과했다.
실제로 온라인 커뮤니티를 둘러보면 티메프 사태가 불거진 뒤 곧바로 환불 신청을 했지만 1년이 훌쩍 지난 9월에서야 돈을 돌려받았다는 한 소비자는 구입액 210만 원 가운데 1만6천 원가량만 받았다고 인증했다.
피해자들은 티몬 측에서 피해액을 제대로 변제하지 않는다면 오아시스의 티몬 영업재개에도 결코 동의할 수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들이 카드사와 PG사(결제대행사)를 향해 티몬과 협업하려면 우선 피해액부터 갚아야 한다고 압박한 배경이다.
피해자들은 온라인 피해자 모임에서 “오아시스가 인수해 재오픈한다는 소식을 듣고 피가 거꾸로 솟는다”, “아직 내 돈이 환불조차 안 됐는데 영업재개가 말이 되느냐”는 등의 반응을 보이고 있다.

▲ 오아시스는 애초 티몬의 재오픈 일정을 8월11일로 잡았다가 이를 9월10일로 연기했다. 하지만 이마저도 중단된 이후 현재 티몬 앱과 홈페이지 모두 정상 작동이 불가능한 상황이다.
안준형 오아시스 대표의 상황도 난처할 수밖에 없다.
현재 돌아가는 상황을 살펴보면 티몬 플랫폼을 정상적으로 운영하기 위해서는 피해자들을 향한 변제를 적극적으로 해야 실마리를 잡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안 대표로서는 법원 판단으로 정해진 변제율 이외에 추가적으로 보상을 해야 할 필요가 없는 상황이다. 자칫 피해자 구제에 적극적으로 나섰다가는 오아시스 주주들의 반발을 살 가능성만 높아질 수 있다.
법원에서 피해 보상이 끝났다고 판단한 일에 추가 보상을 해주는 것 자체가 또 다른 법적 문제를 만들 가능성도 배제하기 힘들다.
티몬의 정상화를 위해 자체적으로 보상하는 것도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다. 법원에서 파악한 티몬 관련 피해 채권은 대략 1조2천억 원가량이다.
오아시스 측은 “판매 피해자들을 대상으로 수수료 무료, 소비 피해자들을 대상으로 소비쿠폰 발급 등의 혜택을 제공하려는 계획을 세워놓고 있지만 현재로서는 이 모든 것이 티몬 플랫폼이 오픈돼야 가능한 일”이라며 “티몬 오픈이 요원한 상황에서 오아시스가 그리고 있는 비전이나 목표 등을 PG사 등에 전달해 가능하다면 카드사와 직접 협의하고 싶다는 의사를 가진 상태”라고 말했다.
안 대표는 티몬을 인수하면서 오아시스를 통해 116억 원을 썼다. 대부분 회생채권 변제에 투입된 것으로 파악된다. 이밖에도 미지급 임금과 퇴직금 채권 등 65억 원도 추가 지출됐다. 남희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