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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렌지 주스 앞으론 먹기 힘들어진다, 기후변화에 가격 올라 대체품 확산될 듯

손영호 기자 widsg@businesspost.co.kr 2024-06-17 13:46: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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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렌지 주스 앞으론 먹기 힘들어진다, 기후변화에 가격 올라 대체품 확산될 듯
▲ 오렌지 주스. <위키미디아 커먼스>
[비즈니스포스트] 세계 여러 지역에 걸친 동시다발적인 작황 악화에 오렌지 가격이 급등했다. 이에 일부 국가에서는 공급 부족을 이유로 오렌지 주스 수입을 중단하는 사태까지 발생했다.

줄어드는 공급량에 오렌지 주스 생산자들은 가격을 낮출 수 있는 대체품을 모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16일(현지시각) 사우스차이나모닝스프트와 ABC뉴스 등에 따르면 글로벌 오렌지 선물 가격이 급등하고 있다.

미국 국내에서 냉동 오렌지 12온스(약 340그램)는 6월 기준 약 4.27달러(약 5909원)에 거래됐다. 지난해 같은 기간 3.01달러와 비교하면 약 42% 급등한 셈이다.

이는 브라질, 스페인, 미국 등 주요 오렌지 생산국들의 작황이 일제히 악화된 데 따른 현상이다.

글로벌 오렌지 주스의 약 70%를 생산하는 브라질은 올해 오렌지 수확량이 지난해와 비교해 24% 감소할 것으로 전망됐다. 이는 1989년 이후 가장 낮은 수확량이다.

유럽에서 오렌지를 가장 많이 생산하는 스페인도 올해 생산량이 평년 대비 14.4% 낮을 것으로 추산됐다.

ABC뉴스는 미국 플로리다주의 지난해 수확량이 약 62% 감소했고 올해도 지난해와 비슷한 수준의 작황이 전망된다고 보도했다. 플로리다주는 캘리포니아주에 이어 미국 국내에서 오렌지 생산량이 두 번째로 많은 주다.

이렇게 오렌지 주스 작황이 악화되면서 오렌지 주스 원액 유통량도 급격하게 줄어들고 있다.

영국과일주스협회(BFJA)는 올해 5월 기준 세계적으로 유통되는 오렌지 주스 원액 물량이 50년 만에 최저치로 떨어졌다고 발표했다. 전반적으로 주스 가격 자체도 올해 들어 25% 이상 오른 것으로 집계됐다.

경제지표 분석업체 트레이딩이코노믹스에 따르면 올해 6월 기준 오렌지 주스 원액 선물 가격은 1파운드(약 0.45킬로그램)당 422.40달러(약58만 원)로 지난해 같은 기간 267.88달러와 비교해 약 58% 올랐다.

키스 쿨스 국제과일채소주스협회 회장은 파이낸셜타임스에 “과일 주스 업계는 지금 전례없는 위기에 처해 있다”며 “가장 심각한 겨울 한파나 허리케인 등 재난이 닥쳤을 때도 이런 위기를 겪은 적은 없었다”고 말했다.

외신들은 전 세계적으로 일제히 오렌지 작황 악화를 겪는 원인이 기후변화에 있다고 지적했다. 기후변화 악화로 가뭄, 홍수, 폭염 등 수확에 영향을 주는 각종 재난이 전보다 강해졌기 때문이다.

브라질과 미국 등 일부 국가에서는 감귤녹화병(green citrus disease)도 수확량을 떨어뜨린 것으로 파악됐다. 감귤녹화병은 박테리아성 병충해로 감염된 나무는 떫은 맛이 나는 열매만 맺다가 수년 내로 시들게 된다.

원래는 따뜻한 기후가 1년 내내 유지되는 중국 남부나 동남아시아 지역에서 발생하는데 기온이 오르면서 세계 여러 지역으로 퍼져나가고 있다.

이에 주스 생산자들은 공급이 줄고 있는 오렌지 대신 대체품을 일부 섞어 주스 가격을 낮출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표적으로 일본에서는 세븐&아이 홀딩스가 올해부터 자사 계열사에 유통되는 오렌지 주스에 자국산 귤 원액을 섞기 시작했다. 세븐&아이 홀딩스는 세븐일레븐, 세븐은행 등을 계열사로 두고 있는 유통지주사다.
 
오렌지 주스 앞으론 먹기 힘들어진다, 기후변화에 가격 올라 대체품 확산될 듯
▲ 감귤녹화병에 감염된 나무에서 나온 열매. < Flickr >
프랑수아 소네빌 라보뱅크 선임 음료 애널리스트는 가디언과 인터뷰에서 “주스 생산자들이 오렌지 대신 사용할 수 있는 과일로 유력한 것은 사과, 망고, 포도 등으로 보인다”며 “만다린 오렌지 등 다른 감귤류 과일들은 감귤녹화병 등 같은 위협에 노출돼 있어 대체품이 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농산물 선물 전문 거래 은행인 라보뱅크는 오렌지 주스 가격이 오르면서 주요 소비국인 미국과 영국 등 서방권 식문화도 변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주로 아침 식사에 함께 곁들이던 오렌지 주스를 비슷한 성분을 가진 에너지 드링크로 대체하는 사람이 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나친 가격 상승에 아예 오렌지 사용을 중단하는 사례도 나온다.

ABC뉴스에 따르면 호주 맥도날드는 5월부터 오렌지 함량이 35% 이상인 모든 음료를 제공하지 않는다고 발표했다. 공급 부족이 심화되면서 고객 수요를 맞추기 어렵다는 것이 이유였다.

같은 사유로 미국 선키스트와 오렌지 주스를 독점적으로 거래하던 모리나가 유업도 6월부터 주스 수입을 중단하기로 결정했다.

결국 오렌지 주스 생산자들이 높은 가격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면 업계 전체가 큰 타격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쿨스 회장은 “높은 가격이 계속 유지되면 대체품을 통해 가격을 낮추는 방법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다만 다른 과일류를 섞게 되면 순수한 오렌지 주스를 찾는 고객들을 상대로 제품의 매력이 떨어질 위험성도 있다”고 강조했다. 손영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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