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려동물을 기르는 인구가 갈수록 늘어나고 있다. 반려동물(pet)과 가족(family)의 합성어인 '펫팸족'도 이제 낯설지 않은 단어다.

반려동물을 향한 사랑은 정치권에서도 마찬가지다. 대통령이 키우는 개나 고양이를 가리키는 퍼스트독(First Dog)이나 퍼스트캣(First Cat)이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정치권에서 반려동물은 중요한 존재가 됐다.
 
이재명 윤석열 앞다퉈 반려동물 공약, 펫팸족 표심 어디로 갈까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통령선거 후보(왼쪽)와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


설 연휴 마지막 날인 2일 정치권에 따르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통령선거 후보와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는 펫팸족의 마음을 사로잡기 위한 공약들을 앞다퉈 내놓고 있다.

우선 두 후보가 나란히 공통으로 제시한 공약은 반려동물 표준수가제 도입이다.

반려동물을 키우며 가장 부담이 되는 부분 중 하나가 바로 높은 진료비와 수술비다. 병원마다 진료비와 치료비, 수술비 등의 편차가 커 보호자와 병원 사이 갈등으로 번지기도 한다.

이 후보는 지난해 11월18일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7번째 소확행(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 공약으로 "반려동물 진료비 표준수가제를 도입해 반려인의 부담을 덜어주겠다"고 발표했다.

이 후보는 진료수가가 표준화되어 있지 않아 보험료 산정이 어렵기 때문에 반려동물보험 가입률이 0.3%에 불과하다고 설명했다.

그는 "표준수가제 도입에 필요한 전제 사항인 진료항목 표준화, 예상되는 진료비 사전 고지제도, 진료 항목별 비용 공시제도를 시행하겠다"고 말했다.

윤 후보 역시 올해 1월20일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당사에서 같은 내용의 공약을 발표했다.

윤 후보는 "동물복지공단을 설립해 개, 고양이 등 반려동물의 다빈도 고부담 질환에 대해 표준수가제를 도입하겠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 진료항목 표준화와 항목별 비용 공시제, 진료비 사전공시제를 정착시키겠다고 덧붙였다. 반려동물 진료비와 치료비를 소득공제 대상에 포함시키겠다는 계획도 내놨다.

전문가와 펫팸족 사이에서는 강아지 한 마리가 무지개다리를 건널 때까지 드는 예상 비용을 3천만 원에서 5천만 원 사이로 추산하고 있다. 표준수가제 도입은 이런 펫펨족의 현실적 고민을 어느 정도 해결해줄 것으로 예상된다.

표준수가제를 제외하고 두 후보의 반려동물 공약은 다소 차이를 보인다. 

이 후보는 개물림 사고 등 사회적 우려를 불식시키기 위해 반려동물의 기본예절교육을 의무화하고 행동지도사를 양성하기로 했다. 동물로 인한 상해보상 지원방안도 마련한다.

반대로 동물을 학대했을 때 처벌도 강화한다. 자치경찰에 동물학대범죄 전담팀을, 지방정부에 동물복지 전담부서를 신설하고 동물학대 경험이 있는 사람은 동물양육을 금지한다.

무분별한 동물거래를 막기 위해 무허가·무등록 업체 단속을 강화하고 공공동물보호센터를 통한 입양을 적극 추진해 반려동물 입양문화를 정착시키겠다고 강조했다.

동물보호법을 개정해 사람과 동물의 통합복지를 확대하겠다는 방침도 세웠으며 공공기관의 채식선택권 보장 및 민간 비건문화 확대에도 힘쓰기로 했다.

개식용과 관련해서는 성남시장으로 일할 때 모란시장을 정비한 경험을 바탕으로 개식용 금지를 위한 단계적 로드맵을 제시하기로 했다. 아직 이를 생계로 삼는 이들이 있어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이 후보는 1월15일 선대위 산하에 동물권위원회를 출범했다. 대선 후보 가운데 동물관련 위원회를 마련한 것은 이 후보가 처음이다. 이 후보는 "사람과 동물이 함께하는 생명 존중 사회, 반려동물 문화 선진국으로 가야 한다"고 강조하며 "반려동물 문화 대전환을 반드시 이루겠다"고 약속했다.

반면 윤 후보는 현재 '토리'를 비롯해 강아지 4마리, 고양이 3마리를 키우고 있다는 점을 앞세워 펫팸족과 공감대를 형성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그는 1월19일 용인시 삼성화재 안내견학교를 방문해 안내견과 어울리는 모습을 보여줬다. 이 자리에서 당선되면 은퇴한 안내견이나 특수목적견 한 마리를 맞아들이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윤 후보가 가장 처음 내놓은 공약은 반려동물 쉼터 확대다. 1월8일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3번째 심쿵약속으로 "반려견 놀이터 등 반려동물 쉼터를 확대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는 "모두 잘 알다시피 반려동물들이 마음 놓고 뛰어놀 공간이 너무 부족하다"며 "반려견 놀이터는 반려견의 스트레스 해소를 통해 개 물림, 개 짖음 등으로 인한 사회적 갈등을 줄이고 동물복지를 위한 필수시설이라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 한강공원 등 하천구역에 반려견 놀이터를 설치하고 공공부지에 반려동물 쉼터를 확대하겠다는 공약을 내걸었다.

1월20일 추가로 발표한 공약에는 제도적 측면이 담겼다. 반려동물 관련 서비스 산업을 육성하고 이를 지원하기 위한 법적·제도적 기반을 마련하겠다고 했다. 반려동물 장례식장, 추모공원, 장묘시설 설치도 지원한다.

이와 함께 '강아지공장'으로 불리는 대규모 번식장을 근절하겠다는 계획도 세웠다. 명절이나 휴가철 합리적 가격으로 반려동물을 맡길 수 있는 편의시설도 확충하겠다고 약속했다.

다만 윤 후보는 반려인답지 않은 개식용 발언으로 비판을 받았다.

지난해 9월에는 개식용을 두고 "개인 선택의 문제"라고 발언했고 10월 국민의힘 후보경선에서는 "식용 개는 따로 있다"며 개 식용을 옹호하는 발언을 했다. 이와 관련해 1월28일 동물단체가 광화문광장에서 윤 후보 사과를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열기도 했다.

대선 후보들의 반려동물 공약은 새로운 일이 아니다.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 후보는 △개 농장과 반려동물 번식 공장 단계적 폐쇄 △대통령 직속 동물복지위원회 신설 등을 제시했다.

심상정 정의당 대선 후보 역시 지난 대선에 이어 이번에도 △동물보호법을 동물복지법으로 개정 △개식용 금지 △반려동물 공공 장례시설 확충 등을 약속했다. 

반려동물 애호가로 알려진 문재인 대통령도 지난 대선에서 △동물의료협동조합 등 민간 동물주치의 사업 활성화 지원 △반려견 놀이터 확대 △반려동물 행동교육 전문인력 육성 및 지원센터 건립 등 반려동물 관련 공약을 내걸었다.

문 대통령은 현재 반려견 마루, 깜, 곰이, 송강이와 반려묘 찡찡이, 뭉치와 함께 생활하고 있다. 올해 임기가 끝난 뒤 양산 사저에서도 반려동물과 함께 지낼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통계청이 발표한 '2020 인구주택총조사' 표본 집계 결과를 살펴보면 국내 반려동물 양육가구는 약 312만9천 가구로 조사됐다. 전체 가구수의 약 15%에 달한다.

애완(愛玩)동물이 반려(伴侶)동물이 되면서 이들을 가족으로 인식하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반려동물을 위한 보험도 생겼고 팻펨족이 살기 적합한 가구단지가 등장하기도 했다.

대선 후보들의 공약을 하나하나 뜯어보면 반려인들에게는 모두 필요한 이야기들이다. 반려동물과 사람이 함께 지낼 수 있도록 법과 제도가 정비돼야 하고 서로 삶의 만족도를 지키기 위한 복지도 확대돼야 한다는 데에는 이견이 없다.

다만 반려동물 관련 법안 역시 국회 입법 과정을 거쳐 현실화해야 한다는 점에서 어떤 공약을 제시할 것인지가 아닌 어떻게 실행할 것인지에 더 중점을 둔 고민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국동물보호연합 등 100여 개 동물단체는 1월 발표한 20대 대통령 후보에게 보내는 동물복지 정책제안과 질의서에서 "동물보호를 위한 국가적 행정 사법 시스템은 국민의식을 따라오지 못하고 있다"며 "이제라도 제대로 된 국가 동물복지 정책이 바로 우리사회와 우리 미래 세대를 위해 시급히 입안되고 추진돼야 한다"고 밝혔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서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