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영채 NH투자증권 대표이사 사장이 옵티머스자산운용 펀드(옵티머스펀드) 환매중단을 수습해야 하는 상황에서 노사관계 회복이라는 새로운 난관도 직면하게 됐다.

정 사장은 금융위원회에서 옵티머스펀드 사태와 관련한 징계수위를 낮추는 일이 절실한데 노조와 갈등이 불거지면 부담이 더욱 커질 수도 있다. 
 
NH투자증권 옵티머스펀드 시련 겪는 정영채, 노사관계 회복도 힘겨워

정영채 NH투자증권 대표이사 사장.


정 사장은 옵티머스펀드 사태를 두고 금융감독원으로부터 중징계에 해당하는 문책경고를 받았는데 금융위에서 징계수위가 경징계로 낮아질 수 있도록 소명하는 데 적극 나설 것으로 보인다.

31일 증권업계게 따르면 NH투자증권 노조가 옵티머스펀드 사태와 관련해 정영채 사장을 해임해야 한다고 주장한 배경에 임단협과 성과급 문제가 있다는 시선이 나온다.

전국사무금융서비스노동조합 NH투자증권지부(NH투자증권 노조)는 30일 서울 서대문구에 위치한 농협중앙회 앞에서 정 사장을 해임해야 한다고 주장하며 기자회견을 열었다. 

노조는 정 사장을 두고 옵티머스펀드 사태의 불씨를 제공한 책임자로 꼽았다. 이에 더해 투자자 보상문제에는 관심이 없고 본인 징계 수위만 낮추려 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비난하기도 했다.

노조가 이처럼 강경한 태도를 보이고 있는 것은 임금 및 단체협약(임단협)과 성과급 등 문제를 두고 노조와 의견차이를 좁히지 못한 결과로 보인다. 

NH투자증권 관계자는 “회사가 어려운 상황인데 임단협과 성과급 문제로 이렇게까지 집회를 하는 것은 안타깝다”며 “최고경영자 해임을 주장하는 것 보다는 최고경영자를 중심으로 모든 임직원이 투자자 보호에 최선을 다하면 옵티머스펀드사태를 잘 마무리할 수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정 사장으로서는 옵티머스펀드와 관련해 피해보상 문제를 해결하고 징계수위를 낮추기 위해 전력을 다해야 하는데 설상가상으로 노사관계 회복이라는 과제까지 안게 된 셈이다.

NH투자증권은 최근 옵티머스펀드 사태를 수습하기 위해 ‘다자배상안’을 제안하며 피해보상에 힘쓰고 있는데 노조가 대표이사인 정 사장을 향해 책임론을 제기하면 고객신뢰를 되찾으려는 노력에 부정적 영향을 끼칠 수도 있다.

NH투자증권이 제안한 다자배상안은 펀드 판매사인 NH투자증권과 수탁사 하나은행, 사무관리를 맡은 예탁결제원이 공동으로 옵티머스펀드 투자자에게 원금을 배상하는 것이다.

NH투자증권은 수탁사 사무관리회사도 투자제안서와 전혀 다르게 운용된 옵티머스펀드를 제대로 감시하거나 관리하지 못했기 때문에 함께 책임을 져야 한다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

정 사장은 25일 금감원 제재심의위로부터 중징계에 해당하는 문책경고 처분을 받았다.

금감원이 사전통보했던 '3개월 직무정지' 제재안보다 수위가 한 단계 낮아진 것이지만 문책경고도 금융사 취업에 제한이 생기는 중징계에 해당한다.

문책경고와 직무정지, 해임권고 등 중징계를 받은 금융사 임원은 임기를 마친 뒤 연임 및 3~5년 동안 금융권 취업이 제한된다.

정 사장의 이번 임기는 내년 3월 끝나는데 임기를 마친 뒤 연임을 하기 위해서는 금융위에서도 제재수위가 낮아질 수 있도록 적극 소명해야 한다. 

정 사장의 징계는 금융위 정례회의를 통해 최종 확정된다. 정 사장의 징계 관련 안건이 상정되는 금융위 정례회의 일정은 정해지지 않았다.

NH투자증권 노조가 정 사장을 두고 옵티머스 사태를 일으킨 당사자라는 주장을 내놓고 해임을 촉구하는 점은 정 사장의 징계경감 노력에 부담을 안길 수 있다. 

금융당국의 최고경영자 징계와 관련해 노조의 지지가 힘이 됐던 최근 사례로 우리은행을 꼽을 수 있다.  

우리은행 노조는 2020년 금감원이 파생결합펀드(DLF) 손실사태로  손태승 우리금융지주 회장에게 중징계처분을 내렸을 때  손 회장 지키기에 나선 바 있다.

당시 우리은행 노조는 금감원이 손 회장의 중징계를 결정한 것이 권한을 넘어선 행위라며 감독 실패의 책임을 은행에게 떠넘기는 행위라는 태도를 보였다.

손 회장은 중징계가 확정된 뒤 효력정지 가처분신청을 제기했고 법원이 이를 받아들이면서 징계 효력은 정지됐다. 

그 결과 손 회장은 연임에 성공할 수 있었는데 당시 우리은행 노조의 지지가 든든한 우군이 되었다는 말이 나오기도 했다. [비즈니스포스트 박안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