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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덕수 샐러리맨 신화 뒤에 감춰진 재벌의 얼굴

김디모데 기자 Timothy@businesspost.co.kr 2014-04-14 16:17: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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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덕수 샐러리맨 신화 뒤에 감춰진 재벌의 얼굴  
▲ 강덕수 전 STX그룹 회장

강덕수 STX그룹 회장은 올해 초 회사 빚을 갚기 위해 국내에서 가장 비싸다는 서초동 아파트를 내놓았다. 강남의 100억 원대 아파트를 처분하고 경기도 중소형 아파트로 이사 가겠다고 했다.

그룹이 해체되는 어려움 속에서도 끝까지 빚을 갚기 위해 집까지 내놓은 강 회장의 모습에서 ‘샐러리맨 신화’의 붕괴를 안타까워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강 회장은 샐러리맨 신화를 시작할 때도 집을 팔았다. 강 회장은 강남 아파트와 주식을 처분해 20억 원을 마련한 뒤 쌍용중공업을 인수했다. 그 위에서 신화를 썼고 한때 재계 순위 13위의 STX그룹을 세웠다.

고졸 출신 평사원에서 시작해 대그룹을 이룬 그의 삶은 말 그대로 많은 샐러리맨들의 희망이었다. 명문대학교를 나온 것도 아니고 부유한 가문에서 태어난 것도 아닌 그의 성공에 아낌없이 박수를 보냈다. 그리고 그 박수 속에는 단순히 성공에 대한 축하도 있지만 강 회장은 다를 것이라는 기대도 있었다.

그러나 샐러리맨의 신화가 무너진 폐허 속에서 그런 기대의 흔적은 찾아볼 수 없었다. 부패한 재벌과 똑같았다. 부실계열사 지원, 순환출자, 일감 몰아주기, 편법 지분 승계, 비자금 조성, 정관계 로비 의혹 등 그가 걸어온 길은 전형적으로 부패하고 몰락한 재벌의 길이었다.

◆ 분식회계로 부실경영 감춰, 감사도 제대로 받지 않아

강 회장은 검찰 조사 결과 2조3천억 원대의 분식회계를 저지른 것으로 드러나고 있다. 강 회장은 원재료와 부품 등의 가격을 허위로 낮춰 장부에 기재하고 손실에 대한 대손충당금을 적립하지 않는 방법으로 분식회계를 저질렀다. 이런 사실은 회사가 감추고 있다가 채권단 관리로 넘어가면서 드러났다.

지난달 STX조선해양의 사업보고서에 기록된 충당부채는 9269억 원이었다. 이는 2011년 114억 원, 2012년 889억 원보다 많이 늘어난 규모다. 그동안 감춰왔던 부실이 드러난 것이다. 전문가는 STX조선해양이 2011년 영업적자를 내고 2012년 완전자본잠식 상태가 됐을 것으로 추정한다.

삼정회계법인은 지난달 2013년 감사보고서를 낼 때 재무제표가 왜곡됐을 가능성을 인정하며 “감사인이 2013년 3월20일자에 발행한 감사보고서는 상기의 영향으로 더 이상 유효하지 않다”며 감사의견을 거절했다. 삼정회계법인은 지난해 발표한 2012년 감사보고서에서 적정의견을 냈다. 부실감사로 분식회계를 덮어준 셈이라는 비난을 면치 못하게 됐다.

◆ 계열사 통해 개인회사 STX건설 밀어주기

강 회장은 STX건설이 발행한 1천억여 원의 기업어음을 STX와 STX팬오션, STX중공업이 매입하도록 했다. STX건설은 강 회장 일가가 62.2%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고 포스텍이 나머지 37.8%의 지분을 소유하고 있다. 포스텍 지분 69.38%를 강 회장이 가지고 있어 사실상 개인 회사다.

이뿐이 아니다. 강 회장은 STX중공업이 STX건설과 STX다롄에 2천억 원이 넘는 연대보증을 서도록 했다. 연대보증을 결정하는 긴급이사회 기록에 ‘왜 중공업이 건설의 연대보증을 해야 하는지 다소 회의적’이라는 의견과 ‘이런 계열사의 지원이 상법상 향후 문제가 될 수 있음’이라는 의견이 남아 있다.


그런데도 ‘연대보증을 하지 않을 경우 건설뿐 아니라 그룹 전체가 문제가 되기 때문에 연대보증은 불가피한 선택’이라는 이유로 참석 이사 5명 전원의 동의로 연대보증은 가결됐다. STX건설은 사실상 강 회장 개인회사 성격이 짙은데 개인회사를 살리기 위해 계열사를 동원한 셈이다.

STX건설은 강 회장이 2005년 STX엔파코(현 STX메탈) 건설사업부문을 분리해 만든 회사다. STX그룹은 STX건설에 공사를 집중적으로 몰아줬다. STX건설은 STX조선해양의 진해의 사원아파트 신축공사, STX엔진의 비즈니스센터 신축공사, STX중공업의 사우디 사우스스틸 현장공사 등을 수주했다.

STX건설은 입찰경쟁 없이 계열사들의 수의계약으로 높은 금액에 계열사 공사 물량을 수주했다. 설립 후 7년 동안 STX건설 매출의 80%가 계열사로부터 발생한 것이었다. STX건설의 매출은 2005년 884억 원에서 2012년 5474억 원으로 여섯 배 넘게 증가했다. 건설회사 도급순위도 2005년 222위에서 2012년 37위로 수직 상승했다.

◆ 강 전 회장과 두 딸, STX 건설로 이익 챙겨

STX건설이 일감몰아주기로 급성장하자 강 회장 일가는 큰 이익을 볼 수 있었다. 두 딸을 포함한 강 회장 일가에게 50억 원의 배당금을 지급했다. 강 회장과 두 딸은 STX건설 설립 때 1인당 40억 원씩 투자해 25%씩 지분을 보유했다. 이후 5년간 배당금 32억 원, 주식가치 상승분 179억 원 등 무려 211억 원의 수익을 올렸다. 투자원금의 5배가 넘는 금액이다.

20대의 두 딸이 40억 원의 돈을 투자한 것과 200억 원이 넘는 수익을 얻은 것에 대해서 편법상속이라는 논란이 일었다. 감사원은 특수관계자간 부당지원으로 STX건설의 기업가치가 증가했기 때문에 강 회장의 두 딸이 얻은 이익은 증여세 부과 대상이라고 지적했다.

강 전 회장은 “가족이라고 해서 무조건 승계하진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빈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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