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세창, 정부의 신약개발 지원에 '리더' 한미약품 어깨 무거워

권세창 한미약품 대표이사 사장(앞줄 왼쪽)이 1월15일 청와대에서 열린 문재인 대통령과 기업인과의 대화에 참석하고 있다. <청와대>

문재인 대통령의 2019 기업인과 대화에 참석한 권세창 한미약품 대표이사 사장은 문 대통령의 오른쪽 두 번째 자리에 앉았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정의선 현대자동차 총괄수석부회장 등 대기업 총수들보다도 눈에 띄는 자리였다.

정부가 중견기업, 그 중에서도 제약바이오 기업을 육성하겠다는 의지를 나타낸 배치였다는 해석이 많다.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은 1월22일 제약바이오업계와 간담회에서 차세대 국가 주력사업인 제약바이오 업계의 신약 개발 등을 적극적으로 지원하겠다는 뜻을 다시금 확인했다.

정부의 신약 개발 지원 의지가 뚜렷한 만큼 한미약품의 신약 개발부문을 맡고 있는 권 사장의 어깨도 더욱 무거울 것으로 보인다.

10일 한미약품에 따르면 한미약품은 27개 신약개발 파이프라인을 진행하고 있는데 신약 개발의 속도를 높여나가고 있다. 

현재 바이오신약 에플라페그라스팀과 에페글레나타이드, 합성신약 오락솔은 신약 개발의 마지막 단계인 임상3상을 밟고 있다.

혁신신약 포지오니팁은 2022년 중국 판매 허가를 목표로 올해 중국에서 임상 승인을 신청한다. 중국 법인 북경한미약품이 개발한 펜탐바디를 적용한 표적 항암 신약의 글로벌 임상도 올해 안에 시작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 외에도 권세창 사장이 주요 연구개발 과제로 꼽고 있는 차세대 비만 치료 신약 HM15136, 비알콜성 지방간염(NASH) 치료 신약 HM15211, 차세대 급성 골수성 백혈병 치료제 HM43239 등도 있다.

권 사장은 1월7일부터 10일까지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글로벌 제약바이오 최대 투자행사인 JP모건 헬스케어 콘퍼런스에서 “과감하고 혁신적 도전, 글로벌 경쟁력을 지닌 연구개발을 통해 제약강국 실현에 앞장설 것”이라고 의지를 보였다.

권 사장은 2017년 3월부터 우종수 사장과 함께 한미약품 공동대표를 맡아 신약 개발을 총지휘하고 있다. 우 사장은 경영관리부문을 맡고 권 사장이 신약 개발부문을 맡는 구조다.

그는 1963년 생으로 서울대학교에서 동물자원과학과 박사학위를 받았다. 1996년 한미약품 연구센터 연구위원으로 입사해 연구센터 부소장, R&D본부 상무, 연구소장 등을 거쳤다.

권 사장은 바이오신약팀장 시절 바이오의약품의 약효를 늘려주는 신기술인 랩스커버리 개발을 주도하기도 했다. 랩스커버리는 한미약품을 대표하는 독자적 신기술로 자리잡고 있어 한미약품에서 권 사장의 존재감은 더욱 크다.

랩스커버리를 적용한 신약은 사노피와 얀센 등 글로벌 제약사에 5조 원 이상 규모로 기술수출됐다. 2018년 12월에는 랩스커버리를 적용한 글로벌 신약 롤론티스가 처음으로 미국 식품의약국(FDA)에 시판 허가를 신청했다.

한미약품은 최근 10년 동안 평균매출의 15% 이상을 연구개발에 투자하고 있어 제약업계를 대표하는 연구개발 기업이다. 2018년에는 1929억 원을 연구개발에 투입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18.99%까지 높아졌다.

한미약품은 2018년 매출 1조160억 원을 올리며 3년 만에 매출 1조 원에 복귀했다. 한미약품의 매출 1조 원은 외부 상품이 아닌 자체 개발 제품 위주라는 점에서 의미가 더 크다.

한미약품은 매출의 93.3%를 자체 개발 제품으로 거뒀다. 다른 제약사 상품을 도입해 판매한 비중은 6.7% 뿐이었다.

1월 열린 문 대통령과 기업인 간담회에 제약업계에서 네 사람이 참여했는데 권 사장은 문 대통령과 가장 가까운 자리에 배치를 받았다. 신약개발 기업으로서 한미약품의 대표성을 인정받은 것으로 풀이된다.

한미약품은 2015년 잇따라 대형 기술수출 계약을 맺으면서 국내 제약업계의 기술수출 ‘잭팟’ 붐을 일으킨 장본인이다. 당시 기술수출한 신약 개발 권리가 최근 반환되는 등 일부 우려도 나오긴 했으나 여전히 한미약품의 신약 개발을 향한 기대치는 높다.

정부는 2017년 제2차 제약산업 육성 지원 5개년 종합계획을 수립하고 신약 개발 지원을 추진하고 있다. 

올해는 국내 개발 신약이 해외에서 진행하는 임상3상에 세액공제를 확대하는 등 제도를 개선해 다양한 신약의 임상을 앞둔 권 사장의 부담을 다소 덜어줄 것으로 보인다. [비즈니스포스트 김디모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