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경배 아모레퍼시픽그룹 회장이 6월15일 오전 서울 용산구의 새 사옥에서 열린 준공기념행사에서 인삿말을 하고다.
서경배 아모레퍼시픽그룹 회장이 지난해 놓친 화장품업계 왕좌를 되찾기 위해 절치부심하고 있다.
17일 화장품업계에 따르면 서 회장이 올해 들어 그동안 국내 화장품회사의 불모지로 여겨졌던 해외시장에서 잇달아 성과를 내는 데 이어 국내시장에서도 전략을 대대적으로 수정하고 있다.
면세점에서 구매제한 완화가 대표적이다.
아모레퍼시픽은 최근 한 브랜드에서 5개 제품만 살 수 있도록 했던 면세점 구매제한을 품목별 5개로 완화했다. 1인당 구매금액도 1천 달러에서 2천 달러로 확대했다.
지난해 9월 구매제한을 강화한 지 9개월여 만이다.
구매제한이 완화되면서 주요 유통채널인 면세점에서 아모레퍼시픽의 매출이 크게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아모레퍼시픽은 또 10년여 동안 아모레퍼시픽에서 생산한 화장품을 주로 판매하던 화장품전문점 ‘아리따움’에 다른 화장품회사의 제품을 판매하는 방안을 놓고 검토하고 있다.
사실상 올리브영이나 랄라블라와 같은 헬스앤뷰티(H&B)숍시장에 도전하는 셈이다.
브랜드 운영전략에서도 변화가 눈에 띈다.
아모레퍼시픽은 2분기부터 그동안 홍보대행사가 진행했던 브랜드 홍보업무도 회사에서 직접 하고있다.
아모레퍼시픽은 설화수, 아이오페, 라네즈, 한율 등 30여 개에 이르는 대부분 화장품 브랜드 홍보를 3곳의 홍보대행사에 맡겨왔는데 이제 자체적으로 소화하고 있다. 각 브랜드의 가치를 높이고 시너지 창출에도 힘쓰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최근 설화수 광고모델로 배우 송혜교씨를 기용하기도 했다. 아모레퍼시픽은 1997년 설화수를 처음 선보일 때부터 광고모델 없이 제품력만으로 승부하는 전략을 펼쳤는데 20년 만에 전략을 바꿨다.
아모레퍼시픽의 이런 행보는 LG생활건강이 지난해 사드보복에도 선방한 반면 아모레퍼시픽은 사드보복의 직격탄을 맞으면서 위기감을 느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아모레퍼시픽은 지난해 매출이 급감하면서 3년 만에 LG생활건강에 1위를 내줬다.
아모레퍼시픽이 화장품을 주력으로 하고 있고 LG생활건강은 화장품과 생활용품, 음료사업을 두루 하고 있어 두 회사를 단순 비교하기는 어렵다.
그러나 LG생활건강에서 화장품부문 매출이 늘어난 것과 달리 아모레퍼시픽은 매출이 줄었다. 서 회장으로서 자존심이 크게 상할 만한 대목이다.
두 회사의 국내 화장품 생산실적 기준 점유율 격차도 점차 줄어들고 있다.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따르면 지난해 생산실적 기준 화장품시장 점유율은 아모레퍼시픽이 4조898억 원으로 30.26%였다. 같은 기간 LG생활건강은 3조9672억 원으로 29.35%를 차지했다.
자회사 이니스프리를 더하면 아모레퍼시픽의 점유율은 31.67%까지 올라가고 LG생활건강에 자회사 더페이스샵을 더하면 점유율이 30.25%가 돼 두 회사의 격차가 1.42%포인트에 그친다.
2016년까지만 해도 두 회사의 점유율 격차가 6.39%포인트에 이르렀는데 1년 사이 LG생활건강이 아모레퍼시픽을 바짝 따라붙은 셈이다.
서 회장은 올해 들어 자존심을 회복하기 위해 해외사업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지금까지 가만히 있어도 중국인들 덕분에 급성장했지만 사드보복을 계기로 시장의 불안정성이 확인된 만큼 중국인만으로는 예전처럼 성장동력을 확보할 수 없다고 판단한 것이다.
아모레퍼시픽은 올해 다양한 화장품 브랜드를 통해 해외시장 곳곳을 공략하고 있다.
미국에서는 마몽드가 화장품전문점 얼타 200여 개 매장에 입점했고 호주에서는 라네즈가 세계적으로 유명한 화장품전문점 세포라에 입점했다. 이니스프리도 호주 멜버른에 1호점을 열었다.
이 밖에도 두바이에서 에뛰드하우스를 처음으로 열었으며 헤라는 싱가포르 백화점에서 단독 매장을 열었다.
미국과 호주, 중동 등은 모두 그동안 국내 화장품업계가 진출하는 데 어려움을 겪어왔던 불모지들이다.
서경배 회장은 6월 열린 새 사옥 준공 기념행사에서 “새 사옥은 그동안 볼 수 없던 새로운 아름다움을 내세워 아시아 뷰티로 세계 고객과 소통하는 거대한 구심점이 될 것”이라며 “세상을 아름답고 건강하게 바꿔나가는 ‘미(美)의 전당’이 될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조은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