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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다 살아난' 윤석금, 웅진렌탈에서도 '사람의 힘'을 믿는다

고진영 기자 lanique@businesspost.co.kr 2018-06-08 14:30: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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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다 살아난' <a href='https://www.businesspost.co.kr/BP?command=article_view&num=287128' class='human_link' style='text-decoration:underline' target='_blank'>윤석금</a>, 웅진렌탈에서도 '사람의 힘'을 믿는다
윤석금 웅진그룹 회장.
오뚜기는 밑에 추가 있어 넘어져도 금세 우뚝선다.

윤석금 웅진그룹 회장은 무거운 추를 지니고 있는 모양이다. 여러 번 실패했지만 매번 다시 일어났다.

비관적 상황에서도 회생을 거듭하게 한 윤 회장의 추는 무엇으로 만들어졌을까? 올해 렌탈사업 재진출을 선언하면서 그는 ‘사람의 힘’이라는 책을 출간했는데 여기에 '답'이 담겨 있다. 

8일 업계에 따르면 웅진의 생활가전 브랜드 웅진렌탈은 5월 말 고객계정이 2만 개를 넘어서면서 시장에 빠르게 자리잡고 있다. 출범 3개월 만이다.

윤 회장은 "앞으로는 모든 제품을 빌려쓰는 시대가 올 것"이라며 올해 안에 10만 계정 달성을 목표로 세워뒀다. 현재 웅진렌탈의 대리점은 출범 초기 100개에서 150개로 늘었고 대리점을 관리하는 지국은 28개 정도다. 

3월 영업전문가인 신승철 각자대표를 선임해 렌탈사업을 담당하도록 하고 판매채널 확대와 온라인, 대리점 구축에도 공을 들이고 있다. 신 대표는 웅진그룹에서 대표적 영업전문가로 꼽힌다. 

웅진렌탈 관계자는 "우리가 가장 잘할 수 있는 분야인 정수기를 중심으로 현재 4가지 제품군을 구축했고 더 확대해 갈 것"이라며 "렌탈 원조로서 영업 노하우와 브랜드 인지도를 지닌 만큼 자신감은 충분하다"고 말했다. 

물론 상황이 녹록지만은 않다. 렌탈시장은 LG전자와 SK매직 등 대기업들까지 가세해 점유율 싸움을 치열하게 벌이고 있다. 현재 업계 1위인 코웨이의 계정 수가 575만 개, SK매직 125만 개, 청호나이스는 113만 개다.

이 시기에 다시 등장한 ‘렌탈의 원조’ 웅진을 두고 업계는 긴장을 늦추지 않으면서도 회의적 시선을 보내고 있다.  

류권주 SK매직 대표는 최근 신제품 기자간담회에서 “윤석금 회장이 입지전적이고 훌륭한 만큼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긴 하지만 이 시장은 트렌드가 굉장히 빨리 변한다”고 조심스레 말했다.

올해 초 이해선 코웨이 대표는 한 인터뷰에서 윤 회장의 렌탈사업 성공 가능성을 놓고 ‘돈은 있느냐’는 물음을 던지기도 했다. 렌탈사업은 기본적으로 실탄이 넉넉해야 한다는 것이다.

윤 회장은 국내 렌탈시장을 처음 개척해서 정상에 올랐으나 다시 출발선에 선 것이나 마찬가지다. 하지만 ‘내 것을 되찾겠다’는 73세 윤 회장의 패기는 예전과 다름없다.  

“죽다 살아난 윤석금입니다.” 윤 회장은 최근 롯데월드타워에서 ‘사람의 힘’을 주제로 강연을 하면서 스스로를 이렇게 소개했다. 

윤 회장은 세일즈맨의 신화로 불린다. 가난하게 태어나 방황하는 청년기를 보냈지만 27세에 우연히 들어간 브리태니커 백과사전 한국지사에서 영업의 재능을 꽃피웠다.

입사 1년 만에 판매 1위를 차지했고 9년 만에 판매상무에 올랐다. 1980년 웅진씽크빅을 세워 독립하고는 직원 7명의 작은 출판사를 재계 32위의 그룹으로 키워냈다.

이런 성장의 발판이 된 것이 웅진코웨이다. 윤 회장은 외환위기 당시 정수기를 창고에 쌓아두느니 빌려주는 게 낫겠다는 생각에 국내 최초로 렌탈 서비스를 도입했는데 이 선택은 웅진코웨이를 정수기시장에서 독보적 1위로 만들었다. 하지만 무리한 투자로 2012년 법정관리에 들어가 알짜 계열사들을 매각하면서 웅진코웨이도 잃고 말았다. 

윤 회장은 오래 넘어져 있지 않았다. 2014년 1년 4개월 만에 법정관리를 조기 졸업하고 재기의 시동을 걸었다. 2016년에는 분할변제하기로 했던 빚을 6년이나 앞당겨 갚았다. 

그는 이런 ‘부활’의 원동력으로 주저없이 사람을 꼽는다. 직원들이 망해가던 회사를 떠나지 않고 헌신한 덕분에 위기를 벗어날 수 있었다는 것이다. 웅진이 법정관리에 들어갔을 때 영업용 법인카드 사용이 제한되자 간부들이 사비로 영업비용을 마련하기도 했다. 

윤 회장의 ‘사람중심 경영’ 철학이 보답으로 크게 돌아온 셈이다. 

기업의 수장이라면 누구나 ‘인재 경영’을 입에 담지만 실행은 말처럼 쉽지 않다. 하지만 윤 회장은 회사가 영업조직으로 시작한 데다 스스로도 세일즈맨 출신인 만큼 영업직원들의 공정한 평가와 보상에 중점을 두고 있다.

그는 3월 내놓은 책 ‘사람의 힘’에서 “보기 드문 성공 신화를 이룬 것도, 기업회생의 어려움을 이겨내고 다시 선 것도 결국 사람 덕분”이라며 “위기에 처했을 때 조직의 사람들이 어떤 마음으로 일하느냐에 따라 결과는 엄청나게 달라진다”고 말하기도 했다.

특히 렌탈은 사람이 가장 중요한 사업이다. 윤 회장은 웅진코웨이 시절에 방문판매 조직인 '웅진 코디'를 처음 만들었는데 웅진렌탈 역시 유사한 렌탈 서비스인력 '케어스타'를 조직해 운영하고 있다. 

웅진렌탈 관계자는 "윤 회장 스스로가 영업사원 출신인 만큼 영업현장에 관심이 많고 적절한 보상을 위한 치하 행사 등도 많이 열고 있다"며 "경쟁사에서 웅진렌탈로 넘어온 분들이 많은데 이유를 물어보니 웅진코웨이 시절 서비스인력을 우대하는 문화를 높이 평가하고 있다는 대답을 들었다"고 말했다. 

최근 열린 웅진렌탈 판매단 출범식에는 600여 명의 '케어스타'들이 모였다. 90% 이상이 과거 웅진코웨이에 몸담았던 직원들로 '웅진'에 다시 돌아왔다. 윤 회장의 추가 좀 더 무겁고 단단해졌다. [비즈니스포스트 고진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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