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균, 삼성전자 스마트폰 치킨게임 시도할까  
▲ 신종균 삼성전자 IT모바일(IM)부문 사장

신종균 삼성전자 사장은 스마트폰 가격파괴 경쟁에 뛰어들까?

삼성전자는 2014년 스마트폰사업에서 부진을 겪었다. 샤오미 등 중국 스마트폰업체들에 ‘텃밭’과 같은 중저가 스마트폰시장 주도권을 내준 것이 뼈아팠다.

글로벌 스마트폰업체들이 펼치는 가격파괴 경쟁은 2015년 더욱 심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과거 반도체시장에서 벌어진 ‘치킨게임’이 스마트폰시장, 특히 중저가시장에서 재연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신 사장은 수익과 점유율 두 가지 가운데 하나를 선택해야 하는 기로에 서 있다.

수익을 얻으려면 애플처럼 과감히 점유율을 포기해야 한다. 반대로 점유율을 확대하려면 높은 수익을 추구하는 정책을 버려야 한다.

신종균 삼성전자 IT모바일(IM)부문 사장은 어떤 선택을 할까? 신 사장은 스마트폰 치킨게임에서 승자가 될 수 있을까?

◆ 초저가 경쟁으로 치닫는 스마트폰시장

2014년 글로벌 스마트폰시장의 최대 화두는 가격 경쟁이었다.

프리미엄 스마트폰시장이 포화상태에 이르면서 스마트폰시장의 중심이 선진국시장에서 신흥국시장으로 이동했다. 스마트폰업체들은 중저가 제품이 주력인 신흥국시장을 공략하기 위해 가격을 대폭 낮춘 제품을 잇달아 출시했다.

스마트폰업체들이 펼친 저가경쟁이 심화되면서 세계 스마트폰 평균판매단가(ASP)는 계속 낮아지고 있는 추세다.

시장조사기관 IDC에 따르면 2014년 1~3분기까지 스마트폰 평균판매단가는 250~300달러 선에서 머물렀다. 4분기 평균판매단가가 큰 폭으로 오르지 않을 것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2014년 평균판매단가는 IDC가 5월 내놓은 전망치인 314달러에 미치지 못할 것으로 점쳐진다.

시장조사기관 카운터포인트리서치는 2014년 스마트폰 평균판매단가가 2013년(271달러)보다 약 14% 하락한 234달러가 될 것으로 내다봤다.

가격하락 추세는 2015년에도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김지웅 이트레이드증권 애널리스트는 “2015년 스마트폰 평균판매단가는 2014년 대비 약 10% 하락할 것”이라며 “궁극적으로 스마트폰시장의 핵심은 가격경쟁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 샤오미가 불붙인 가격 경쟁

스마트폰시장의 경쟁양상이 기술에서 가격으로 이동한 것은 스마트폰 기술이 상향평준화한 것과 깊은 연관이 있다.

샤오미를 비롯한 후발주자들이 삼성전자 등 선두권 업체들이 누리고 있던 하드웨어 우위를 빠르게 따라잡으면서 가격이 차별화 핵심으로 급부상했다. 삼성전자가 스마트폰사업에서 부진한 근본적 이유도 이런 변화를 따라잡지 못한 데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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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레이쥔 샤오미 회장
닐 샤 카운터포인트 리서치 이사는 “스마트폰시장이 성숙기에 접어들면서 부품가격이 하락하고 있고 스마트폰가격도 떨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중국업체들은 풍부한 자본력과 거대한 내수시장을 바탕으로 급성장하며 스마트폰 가격경쟁을 주도하고 있다.

시장조사기관 스트래티지애널리틱스(SA)에 따르면 2014년 3분기 기준으로 평균판매단가가 가장 높은 업체는 600달러를 기록한 애플이었다. 삼성전자는 229달러, LG전자는 235달러로 집계됐다.

중국 3대 스마트폰 제조사로 불리는 샤오미와 화웨이, 레노버의 평균판매단가는 모두 200달러 미만이었다. 샤오미가 173달러로 세 업체 가운데 가장 높았고 화웨이는 166달러를 기록했다. 레노버의 평균판매단가는 86달러에 불과했다.

이밖에 ZTE가 91달러, 쿨패드가 86달러를 기록한 것으로 조사됐다.

중국업체들은 저가폰을 앞세워 동남아와 러시아를 비롯한 동유럽, 아프리카 등 신흥국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샤오미의 경우 2014년 7월 인도 스마트폰시장에 뛰어들었는데 진출 6개월 만에 누적 판매량 100만 대를 돌파하는 등 좋은 성과를 내고 있다.

◆ 삼성전자의 무기, 갤럭시 ‘A’와 ‘E’ 시리즈

중국업체들이 저렴한 가격을 무기로 중저가 스마트폰시장에서 입지를 넓히는 것은 삼성전자에 심각한 위협이다. 삼성전자의 전체 스마트폰 매출에서 중저가제품의 매출이 차지하는 비중은 70%나 된다.

삼성전자는 2014년 3분기 실적 컨퍼런스콜에서 “품질에서 가격 중심으로 경쟁구도가 변화하는 데 신속히 대응하지 못해 실적이 줄었다”며 “중저가제품을 강화해 경쟁력을 다시 회복할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전자가 중저가시장의 강자로 다시 일어서기 위해 내세운 전략은 ‘선택과 집중’이다. 수십 종에 이르는 중저가 모델 수를 정리해 규모의 경제를 달성하고 가격 경쟁력을 높이겠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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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샤오미의 초저가 스마트폰인 '홍미1S'(왼쪽)와 '홍미노트'
삼성전자가 2014년 10월 말 공개된 ‘갤럭시A’ 시리즈는 중저가시장의 실지를 회복하기 위한 첫 번째 야심작이다.

갤럭시A 시리즈는 화면 크기별로 A3(4.5인치)와 A5(5인치), A7(5.5인치) 세 종류로 출시된다. 갤럭시 제품 가운데 처음으로 풀 메탈 디자인이 적용됐고 ‘셀피(Selfie, 자가촬영)’족들을 공략하기 위해 전면에 500만 화소 카메라를 탑재했다.

갤럭시A3과 A5는 중국과 대만, 러시아에 출시된 상태다. 국내의 경우 2015년 초 출시될 것으로 점쳐진다.
삼성전자는 또 다른 보급형 신제품인 ‘갤럭시E’ 시리즈도 준비하고 있다.

IT전문매체 샘모바일에 따르면 갤럭시E 시리즈도 갤럭시A 시리즈처럼 화면 크기에 따라 E5와 E7 등으로 나뉘어 출시될 것으로 예상된다. 전반적인 사양은 갤럭시A 시리즈와 비슷하지만 가격은 더 저렴하게 책정될 것으로 알려진다.

◆ 삼성전자의 중저가폰은 경쟁력 있나

삼성전자가 갤럭시A 등 새로운 중저가 제품을 내놨지만 성공은 여전히 불투명하다. 샤오미 등이 출시한 제품에 비해 성능과 가격 경쟁력 모두 떨어진다는 지적이 많이 나온다.

갤럭시A5의 경우 지역별로 41만~45만 원에 출시됐다. HD 디스플레이에 1.2㎓ 스냅드래곤 410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 2기가바이트 램 등을 탑재했다. 배터리는 2300mAh다.

갤럭시A5와 가격이 비슷한 제품으로 중국 제조사 메이주가 2014년 11월 공개한 ‘MX4 Pro’가 있다. MX4 Pro 16기가바이트 모델 가격은 2499위안으로 약 44만 원이다.

하지만 성능은 큰 차이를 보인다. MX4 Pro는 갤럭시A5보다 4배 선명한 QHD 디스플레이와 삼성전자의 옥타코어 AP인 ‘엑시노스 5430’, 3기가바이트 램을 탑재했다. 보급형 모델이 아닌 플래그십 스마트폰에 해당한다.

갤럭시A5와 성능이 비슷한 제품들은 대부분 가격이 더 싸다. 레노버가 출시한 ‘시슬리 S90’은 모바일 AP와 디스플레이 등 하드웨어 성능이 갤럭시A5와 거의 같은데도 가격은 1999위안(35만 원)으로 책정됐다.

인도에서 선풍적 인기를 끌고 있는 샤오미의 ‘홍미1S’와 ‘홍미노트’는 성능에서 갤럭시A5보다 다소 떨어지지만 월등한 가격 경쟁력을 자랑한다. 홍미1S과 홍미노트의 가격은 각각 699위안(12만 원)과 999위안(17만 원)에 불과하다.

업계 한 관계자는 “애플의 중저가제품인 아이폰5C가 실패한 데에서 알 수 있듯이 중저가제품을 찾는 소비자들은 브랜드보다 가격을 더 중시한다”며 “갤럭시A5 가격을 낮추지 않으면 중저가시장에서 성공을 장담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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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삼성전자의 새로운 보급형 스마트폰 갤럭시A5(왼쪽)와 갤럭시A3 <삼성전자>

◆ 삼성전자, 스마트폰 ‘치킨게임’ 뛰어들까


김영찬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애플의 대화면 아이폰6 출시로 프리미엄 스마트폰시장 경쟁이 심화하고 있고 중저가시장의 경우 중국업체들과 치킨게임이 본격화할 전망”이라고 내다봤다.

치킨게임은 경쟁상황에서 먼저 포기하는 사람은 완전히 도태되고 끝까지 버티는 사람만 승자가 되는 것을 말한다.

삼성전자는 2000년대 일본과 대만, 독일 기업들과 D램 시장의 패권을 두고 치킨게임을 벌였다. 공급량을 크게 늘려 D램 시장가격 하락을 주도해 경쟁업체들을 따돌렸다. 마진이 극단적으로 줄어든 탓에 수익성이 악화했지만 D램 시장의 절대강자로 등극할 수 있었다.

전문가들은 삼성전자가 이런 전략을 스마트폰시장에도 적용해야 중저가시장의 패권을 다시 찾을 수 있다고 지적한다. 점유율을 높이려면 수익성을 포기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번스타인 리서치의 마크 뉴먼 애널리스트는 “삼성전자의 문제는 보급형 제품에서 마진을 고집스럽게 지키려고 하는 것”이라며 “중국업체들에 점유율을 뺏기지 않으려면 더 좋은 제품을 더 낮은 가격에 팔아야 한다”고 말했다.

삼성전자는 연간 3억 대 이상, 하루에만 100만 대의 스마트폰을 생산할 수 있는 세계 최대 제조사다. 제품 포트폴리오를 단순화해 원가를 절감할 경우 중국업체들의 추격을 뿌리칠 수 있다고 업계는 본다.

하이투자증권은 “삼성전자가 마진을 포기하고 공격적 가격정책을 앞세워 치킨게임을 시작할 경우 생존할만한 업체는 몇 안 된다”며 “중국 제조사들은 영업 마진율이 1~5% 수준 밖에 안 돼 매우 취약한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삼성전자가 치킨게임에 나설 경우 수익구조가 다변화된 샤오미나 화웨이, 레노버 등은 생존할 수 있겠지만 쿨패드나 HTC 등 스마트폰사업에 올인하는 곳은 퇴출될 가능성이 높다고 하이투자증권은 내다봤다. [비즈니스포스트 이민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