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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구자열 LS 회장이 지난 1월 LS타워에서 열린 신년행사에서 신년사를 하고 있다. |
구자열 LS그룹 회장이 미래를 위한 준비를 강조하고 있다. 지난해 원전 비리 사태에 연루돼 홍역을 치른 그룹 분위기를 재정비하고 신성장 동력을 찾으려는 노력이다.
구 회장은 지난 12일 경기 안양시 LS타워에서 개최된 임원세미나에서 “(지금은) 미래를 내다보는 준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양적 완화 축소와 신흥국 외환위기설 등 예측하기 힘든 환경을 헤쳐나가야 한다는 것이다.
구 회장은 “창립 11년을 맞은 LS그룹의 성장을 위해서는 임원들이 세상의 변화를 잘 읽고 미래의 기회에 대비해야 한다”며 임원들의 능동적 태도를 촉구했다. 임원의 역할에 대해서 “급변하는 경영 환경 속에서 기업이 직면한 과제에 맞서 해결사가 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LS의 임원은 과감한 의사결정과 그 선택을 책임지는 리더십을 발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구 회장의 이날 발언은 지난해 LS그룹이 맞닥뜨렸던 위기와 관련이 있다. LS그룹은 지난해 원전 비리 사태에 계열사인 JS전선이 연루되면서 그룹 이미지에 큰 타격을 입었다. 지난해 5월 JS전선이 신고리 1·2호기를 비롯한 원전 6기에 180억원 규모의 케이블을 납품하면서 시험 성적서를 위조한 혐의가 드러났다. 해당 케이블은 재시험을 거쳐 불량품인 것으로 확인됐다. 이를 교체하고 새 케이블을 구입하는 데만 총 추정 4조 원 이상의 손실이 발생했다. 원전 3기 가동 중단으로 인해 여름에 전력대란 우려가 심화하기도 했다.
이 사태로 LS그룹은 법정소송에 휘말렸다. 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은 지난해 11월 JS전선의 불량 케이블 납품으로 원전 가동이 중단됐다며 1270억 원 규모의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다. 이어 모회사인 LS전선 등을 상대로 단계적 소송을 준비중이다.
한수원은 9700억 원에 달하는 전기 판매 손실액 및 신고리 원전 3·4호기 불량케이블 교체비용 970억 원 등을 합쳐 총 1조670억 원 규모의 손실이 발생했다고 추정했다. 그중 일부인 1300억 원 배상을 놓고 한수원이 제기한 소송 1차 변론이 오는 24일 열린다.
JS전선 문제는 곧바로 LS그룹의 실적 악화로 이어졌다. 지난 1월 발표된 LS그룹의 지난해 4분기 영업이익은 805억 원이었다. 시장전망치였던 1490억 원의 50% 수준이다. LS그룹의 핵심 계열사인 LS전선은 영업적자 21억 원을 기록했다. JS전선이 품질보증 충당금 200억 원을 내야 했던 것이 가장 큰 이유였다.
구 회장은 지난해 10월 LS그룹 명의로 사과문을 발표했다. “같은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철저히 반성하고 뼈를 깎는 노력으로 국가 전력 산업 발전에 이바지하겠다”며 국민의 신뢰를 되찾으려 했다. 지난해 11월 LS그룹 창립 10주년 기념식에서도 통렬하게 반성하며 모든 책임을 지겠다는 말을 반복했다.
올해 1월 구 회장은 실제로 JS전선의 자발적 폐업과 상장폐지 결정을 내렸다. 구자홍 LS미래원 회장, 구자용 E1 회장, 구자은 LS전선 사장 등 오너 일가 8명의 사재 212억 원을 출연해 소액주주 지분 38.08%를 공개매수하기로 했다. LS전선도 원전 안전과 연구개발을 위해 회사의 순수자산 5073억 원 중 20% 1000억 원을 기금으로 내놓기로 했다.
구 회장의 ‘미래 강조’는 LS그룹의 분위기를 추스르고 다시 앞으로 나아가려는 의지를 드러낸 것으로 해석된다. LS그룹은 계속 신성장동력을 찾는 중이다. 지난 10년 동안 해저 케이블, 초고압직류송전(HVDC), 전기차 부품 등의 미래성장 사업에 꾸준히 투자했다. 2009년 동해 해저케이블 공장을 설립했다.
부산 HVDC 공장, 청주 그린카 부품(EV Relay) 공장, 미국 전력케이블 공장, 브라질 트랙터 공장 등을 준공하며 관련 사업을 계속 추진했다. 해당 사업 중 상당수를 담당하는 LS산전은 그룹 위기 속에서도 지난해 매출 2조3519억 원, 당기순이익 1140억 원을 거두며 선전했다.
구 회장의 선언대로 LS그룹의 2014년 전망은 밝은 편이다. 신한금융투자는 LS그룹의 올해 실적은 나쁘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LS전선이 고부가제품인 지중선 및 해저 케이블 매출 증가로 영업이익이 74.1%포인트 가량 늘어날 것으로 예상했다. LS그룹의 효자 계열사인 LS산전도 중동의 일거리 증가 및 초고압직류송전(HVDC) 사업 본격화로 1951억 원의 영업이익을 예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