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4일 그린피스, 플랜1.5, 녹색교통운동, 녹색에너지전략연구소 등 환경단체 관계자들이 서울 중구 청와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비즈니스포스트] "유럽연합(EU) 같은 경우 2010년부터 16년째 자동차 제조사별 온실가스 배출 실적을 공개하고 있지만 우리는 2021년 이후 실적을 공개하지 않고 있습니다."

홍혜란 그린피스 기후에너지 캠페이너는 국내 수송부문의 온실가스 감축이 제대로 효과를 보려면 자동차 제조사별로 감축 책임을 물을 수 있도록 실적을 공개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14일 그린피스, 플랜1.5, 녹색교통운동, 녹색에너지전략연구소 등 환경단체들은 서울 중구 청와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차량 온실가스 배출허용기준 개편을 촉구하는 성명서를 청와대 측에 전달했다.

앞서 기후에너지환경부는 지난 7월 기존의 차량 온실가스 배출허용기준을 개편한다는 행정예고를 내놨다. 기존에는 2030년 기준 주행거리 1km당 70g으로 잡혀있던 승용 및 승합차 배출허용기준을 54g으로 약 23% 감축하는 내용을 골자로 했다.

하지만 환경단체들은 이같은 개편 움직임에 의미가 없지는 않으나 실효성을 보기 어려운 부분들이 많다고 지적했다.

대표적으로 자동차 제조사들의 감축 의지를 낮추는 '슈퍼 크레딧' 제도를 유지한 것이 문제로 꼽혔다.

슈퍼 크레딧 제도란 제조사들이 친환경차를 팔았을 때 실제 판매 대수보다 많은 차를 판 것으로 인정해주는 것을 말한다.

이를 놓고 실제 친환경차 감축 효과보다 더 큰 온실가스 감축 실적을 인정하기 때문에 문제가 된다는 지적이 많다.

더구나 온실가스 감축 목표 달성이 쉬워지기 때문에 오히려 친환경차 판매를 유인하는 효과도 줄어들 수 있다는 비판도 나온다.

▲ 환경단체 관계자들이 청와대 관계자에 성명서를 전달하고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광일 녹색교통운동 사무처장은 "이번 개정안에서 가장 큰 문제는 실제로 기준을 강화한다고 하면서 지금 이행해야 할 온실가스 감축 의무를 2030년 이후로 미루고 있다는 것"이라며 "애초 없애기로 했던 슈퍼 크레딧을 2029년 이후까지 유지되도록 뒀다"고 강조했다.

김 사무처장은 "올해까지 15년째 온실가스 배출허용기준 제도를 운영해오고 있다"며 "이 정도로 시간이 지났는데도 제도가 제대로 효과를 보지 못했다면 어떤 점이 제조사들의 무공해차 전환을 이끌어내지 못했는지 냉정하게 되돌아봐야 할 때"라고 지적했다.

홍혜란 캠패이너는 "정부가 수송부문에 막대한 예산을 쏟아붓고도 2024년에 거둔 감축율 실적을 보면 2018년 대비 단 1.3%에 그쳤다"며 "이대로라면 2030년까지 전기차 420만 대를 보급하겠다는 목표를 달성할 수 없다"고 말했다.

정부는 2023년 국가온실가스감축(NDC) 목표를 수정하는 과정에서 2030년 전기차 목표대수를 기존 300만 대에서 420만 대로 높인 바 있다.

그러면서 홍 캠페이너는 "가장 심각한 문제는 지금 제조사별로 온실가스 감축 실적이 공개되지 않아 지금 제도가 제대로 확인할 방법조차 없다는 것"이라며 "책임을 묻고 싶어도 정보가 없다"고 거듭 강조했다.

이날 기자회견에 참여한 환경단체들은 정부가 슈퍼 크레딧 제도 유지를 철회하고 제조사별로 투명하게 감축 이행 실적을 공개할 수 있는 제도를 마련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또 현재 정부 행정고시에 머물고 있는 배출허용기준 제도를 법률로 운용하도록 변경해 국회와 시민사회의 감시를 받을 수 있도록 개편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와 관련해 문효동 녹색에너지전략연구소 연구위원은 "수송부문은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NDC) 달성을 좌우하는 핵심 분야"라며 "2030년까지 남은 기간은 4년 남짓인데 현행 허용기준대로라면 정부는 스스로 세운 목표에 다다르지 못한 채 시간을 흘려보내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손영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