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관람객들이 4월20일 이탈리아 밀라노에서 열린 디자인 위크 박람회에서 현대차의 아이오닉3 전기차를 구경하고 있다. <연합뉴스>
현대자동차와 기아가 이를 기회로 삼아 미국을 비롯한 주요 시장에서 전기차 경쟁력을 강화하며 중장기 시장 성장에 대응하기 유리해졌다는 진단이 나온다.
31일 뉴욕타임스 등 외신을 종합하면 미국 3대 자동차 제조사로 꼽히는 포드와 GM, 스텔란티스가 모두 2분기에 좋은 실적을 발표했다.
내연기관차와 비교해 수익성을 확보하기 어려웠던 전기차 사업을 대폭 축소하고 비용 절감에 힘쓴 성과가 반영되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스텔란티스는 전기차 판매 부진에 대응해 관련 프로젝트를 일부 중단했다. 2030년부터 모든 신차를 전기차로 구성하겠다는 목표도 올해 5월 폐지했다.
스텔란티스는 이러한 비용 절감 노력에 힘입어 2026년 2분기 순이익 2억9300만 유로(약 4846억 원)를 거뒀다. 2025년 2분기에는 순손실을 냈지만 큰 폭의 흑자로 전환했다.
GM은 2025년 4분기에 대규모 일회성 손실을 감수하며 전기차 생산 설비를 내연기관차로 전환하고 관련 설비 가동도 대거 중단했다.
이러한 성과 덕분에 2026년 2분기 영업이익을 39억 달러(약 5조6천억 원)로 2025년 2분기와 비교해 29.8% 늘렸다.
포드의 경우 2026년 2분기에 13억 달러(약 1조9천억 원)의 순손실을 냈다. 그러나 이는 전기차 배터리 사업 중단에 따른 일회성 비용 36억 달러(약 5조1천억 원)를 반영한 수치다.
이를 제외한다면 2025년 2분기 순손실 3600만 달러(약 515억 원)를 낸 것과 비교해 수익성을 크게 개선한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
포드와 GM, 스텔란티스는 2분기 콘퍼런스콜에서 전기차 사업과 관련해 뚜렷한 언급을 내놓지 않았다. 내연기관 차량 중심의 판매 전략에 더욱 힘을 싣겠다는 기조가 반영됐다.
미국 CNBC는 “메리 바라 GM 회장은 2분기 콘퍼런스콜에서 캐딜락 CT5와 XT6 등 내연기관차 신차를 출시한다는 계획을 강조했다”며 “전기차 사업을 축소하는 추세에 더욱 힘이 실렸다"고 분석했다.
▲ 노동자들이 23일 스페인 발렌시아 인근 알무사페스에 위치한 포드 자동차 공장에서 문을 조립하고 있다. <연합뉴스>
그러나 전기차 시장의 중장기 성장성을 고려한다면 이는 결국 빅3 제조사들의 글로벌 전기차 시장 경쟁력을 약화시키는 원인으로 작용할 공산이 크다.
국제에너지기구(IEA)가 30일에 펴낸 보고서를 보면 2026년 상반기 전 세계 시장에서 팔린 전기차는 900만 대로 집계됐다. 미국을 제외한 대부분의 국가에서 판매량이 2025년 상반기와 비교해 증가했다.
2026년 연간 신차 판매량에서 전기차 비중은 29%로 전망됐다. 글로벌 시장에서 전기차 성장세는 굳건히 유지되고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
이는 미국 빅3 기업과 달리 전기차를 주력 상품으로 유지하며 연구개발 및 생산 확대에 집중하고 있는 현대차와 기아에 기회로 작용할 수 있다.
조사업체 콕스오토모티프에 따르면 현대차와 기아는 2025년 미국 전기차 시장에서 합산 판매량 9만9553대를 기록해 테슬라에 이어 2위에 올랐다.
미국 빅3 제조사들이 전기차 사업을 본격적으로 축소하기 전부터 이미 상위 기업으로 굳건한 입지를 지키고 있던 셈이다.
뉴욕타임스는 특히 기아의 3열 전기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인 EV9가 미국에서 큰 인기를 끌고 있다는 전기차 분석 업체 리커런트의 분석을 전했다.
3열 전기 SUV는 포드가 2027년에 출시를 목표로 했으나 전기차 사업 계획을 축소하며 생산을 취소한 차종이다.
미국 빅3 기업이 내연기관 차량에 집중하는 사이 현대차와 기아가 전기차 수요를 흡수하며 반사이익을 보는 대표적 수혜 기업으로 꼽히고 있다.
리커런트는 “미국 빅3 자동차 기업들이 정부 정책과 전기차 수요 변동에 과민반응한 경향이 있다”며 전기차 사업을 대폭 축소한 일이 나중에 패착으로 돌아올 수 있다는 점을 시사했다. 이근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