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주>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의 셋째 아들인 김동선 한화비전 미래비전총괄 사장이 8월1일 출범하는 한화머시너리앤서비스홀딩스로 독립경영을 시작한다. 한화그룹에 입사한 지 12년 만이다. 김 사장의 몫으로 한화그룹에서 분리되는 유통·서비스·기계 부문은 자산 규모만 10조 원이 넘는다. 사실상 어엿한 대기업집단을 통째로 물려받은 셈이다.

비즈니스포스트는 김 사장이 한화건설 매니저에서 시작해 10조 원대 사업군의 수장에 오르기까지의 과정과 온전한 지분독립을 위한 과제, 한화S&C에서 시작된 승계자산의 형성과정, '한화판 신세계'를 표방할 신설지주의 사업 경쟁력 등을 짚어본다.

-글 싣는 순서
① 한화그룹 입사 12년 만에 '10조 지주사' 수장으로, 김동선 온전한 지분독립은 언제쯤
② 한화그룹 25년 전부터 승계 플랜 추진, 김동선 364억은 어떻게 조 단위로 불었나
③ 한화갤러리아·호텔앤드리조트 성장에 드리운 의구심, 김동선 '한화판 신세계' 키울 무기는

[김동선 독립경영③] 한화갤러리아·호텔앤드리조트 성장에 드리운 의구심, 김동선 '한화판 신세계' 키울 무기는

김동선 한화비전 미래비전총괄 사장은 미국 햄버거 프랜차이즈 파이브가이즈 국내 도입과 아워홈 인수로 유통·서비스 사업의 외형을 넓혔다. 인수한 사업과 기존 본업의 수익성 개선 여부가 앞으로의 경영 성적표를 가르게 됐다. 사진은 생성형 AI 챗GPT로 만든 이미지.

[비즈니스포스트] 김동선 한화비전 미래비전총괄 사장이 이끌게 된 한화그룹의 신설 지주회사 '한화머시너리앤서비스홀딩스'는 백화점과 호텔, 급식, 로봇 등 다양한 계열사를 아우른다.

백화점과 대형마트를 주축으로 사업 영토를 확장해온 신세계그룹의 계열분리에 빗대어 '한화그룹판 신세계'의 판을 짰다는 얘기도 나온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미래다. 김 사장이 독립경영에 충분한 역량을 지니고 있는지 아직 검증되지 않았다는 시선이 상당하다. 최근 수년 사이 공격적 인수합병을 통해 사세 확장의 기반은 마련했지만 이 위에서 시너지를 내는 것이 더욱 중요한 과제로 남았다.

유통 계열사의 맏형인 한화갤러리아만 보면 백화점 사업에서 롯데나 신세계, 현대백화점 등 빅3와 격차를 좁히는 일이 상당히 어려워 보인다. 호텔·리조트는 시설 노후화 부담을 안고 있으며 일부 테크 계열사도 실적 변동성과 적자를 벗어나지 못했다는 지적을 받는다.

신설 지주사에서 주력 사업의 반등을 꾀하고 새 성장동력을 안착하는 것이 김 사장의 몫이지만 오너경영인으로서 이런 능력을 아직 증명하지 못했다는 점이 부담이 될 것으로 보인다.

◆ 신사업과 인수합병 성과는 늘어, 본업 성장 견인 능력에는 아직 물음표

31일 한화그룹에 따르면 8월1일 출범하는 한화그룹의 신설 지주사 한화머시너리앤서비스홀딩스 산하에는 한화갤러리아와 한화호텔앤드리조트, 한화비전, 한화모멘텀, 한화로보틱스 등이 들어간다. 아워홈은 한화호텔앤드리조트 아래에 놓인다.

유통과 호텔, 외식을 묶었다는 점만 보면 신세계그룹과 닮았다. 그러나 신세계그룹이 백화점과 대형마트를 기반으로 호텔과 패션, 식음료 사업을 넓힌 것과 달리 김 사장이 이끌게 된 사업군은 전체 실적을 견인할 대형 계열사가 보이지 않는다는 시선도 받고 있다.
 
[김동선 독립경영③] 한화갤러리아·호텔앤드리조트 성장에 드리운 의구심, 김동선 '한화판 신세계' 키울 무기는

▲ 한화그룹이 8월1일 출범하는 신설 지주사 한화머시너리앤서비스는 유통과 서비스, 기계 부문을 아우른다. 사진은 김동선 한화갤러리아·한화호텔앤드리조트 미래비전총괄 부사장(사진)이 2025년 4월30일 오전 서울 강남구 조선팰리스 호텔에서 트럼프 주니어와 면담할 당시 모습. <연합뉴스>


김 사장이 유통·서비스 사업 전면에 선 것은 2021년 한화호텔앤드리조트 프리미엄레저그룹장을 맡으면서부터다. 이후 한화호텔앤드리조트 전략부문장과 한화갤러리아 전략본부장을 거치며 사업 영역을 넓혔다.

김 사장이 가장 주력한 지점은 외부에서 사업을 가져오는 일이었다. 미국 햄버거 브랜드 파이브가이즈의 국내 사업권을 확보했고 아워홈을 인수했으며 아워홈을 통해 신세계푸드의 단체급식사업까지 사들였다.

파이브가이즈 국내 도입은 김 사장의 첫 가시적 성과로 꼽힌다. 2023년 1호점을 낸 뒤 점포를 10곳까지 늘렸고 프리미엄 버거시장에서 브랜드를 안착시켰다.

다만 한화갤러리아는 현재 파이브가이즈 매각을 추진하고 있다. 2025년 말 H&Q에쿼티파트너스와 지분 매각 양해각서를 체결했고 2026년 6월 협상기간을 연장하기 위해 양해각서를 다시 맺었지만 아직 주식매매계약까지 이르지는 못했다.

매각이 성사되면 김 사장이 브랜드를 찾아 국내에 들여오고 가치를 높여 회수하는 능력을 검증받게 될 것으로 보인다. 성장 가능성이 있는 사업을 고르고 좀 더 비싼 가격에 매각해 협상을 성사시키는 일도 오너경영인에게 요구되는 역량 가운데 하나다.

그러나 한 브랜드의 도입과 매각만으로 백화점과 호텔, 급식, 기계·로봇을 아우르는 사업군을 장기간 운영할 역량까지 입증했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주장도 많다.

김 사장에게는 인수합병을 빼고 기존 본업에서 무엇을 바꿨는지 묻는 시선이 따라붙을 수밖에 없다. 신설지주 수장에게 필요한 것은 회사를 사오는 능력뿐 아니라 인수한 회사를 통합하고 기존 사업의 수익성을 끌어올리는 능력이기 때문이다.

◆ 한화갤러리아와 백화점 빅3 사이 차이 크다, 서울 압구정 명품관 재건축이 승부처

한화갤러리아는 전국에서 백화점 5곳을 운영한다. 2025년 국내 백화점시장 점유율은 6.4%로 롯데와 신세계, 현대백화점이 대부분을 차지하는 시장에서 격차가 크다.

한화갤러리아의 연결기준 매출은 2023년 4345억 원, 2024년 5383억 원에서 2025년 5752억 원으로 늘었다. 영업이익은 2023년 98억 원에서 2024년 31억 원으로 줄었다가 2025년 94억 원으로 회복했다.
 
[김동선 독립경영③] 한화갤러리아·호텔앤드리조트 성장에 드리운 의구심, 김동선 '한화판 신세계' 키울 무기는

▲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 갤러리아백화점 명품관. <한화갤러리아>


매출은 늘었지만 여전히 6천억 원을 밑돌았고 최근 3년 동안 영업이익이 한 번도 100억 원을 넘지 못했다. 백화점 본업과 신규사업에서 안정적인 수익 기반을 마련했다고 보기는 어렵다.
 
한화갤러리아는 김 사장에게 단순한 계열사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김 사장이 2023년부터 전략을 맡아온 데다 보통주 개인 지분도 16.85%까지 늘린 만큼 그의 유통 경영능력을 가장 직접적으로 보여줄 수 있는 회사다.

김 사장에게는 서울 압구정동에 있는 명품관의 재건축이라는 반전의 기회가 있다.
 
압구정 명품관은 한화갤러리아 5개 점포 가운데 거래액이 가장 큰 핵심 점포다. 2025년 거래액은 1조1513억 원으로 전체 점포 거래액의 약 40%를 차지했다.

에르메스와 루이비통, 샤넬이 국내에서 처음으로 모두 입점한 백화점이라는 상징성도 있다. 서울 압구정 일대의 재건축이 본격화하면 고소득층 고객과 명품 브랜드를 확보한 명품관의 입지 경쟁력도 더욱 높아질 수 있다.

반면 명품관 웨스트와 이스트 건물은 각각 1979년과 1985년에 지어졌다. 영업면적도 2만7438㎡(약 8300평)로 신세계백화점 강남점의 30% 수준에 그쳐 쇼핑과 식음료, 문화시설을 함께 배치하는 최근 백화점 경쟁에 대응하기 어려웠다.

한화갤러리아는 2027년부터 두 건물을 차례대로 철거해 영업면적을 5만9504㎡(약 약 1만7995평) 이상으로 확대할 계획을 세웠다. 투자 규모는 약 9천억 원이 될 것으로 추산된다.

재건축을 성공적으로 마치면 명품관은 현재보다 영업면적이 2배 이상 넓어져 강남권 주요 백화점과 본격적으로 경쟁할 기반을 확보하게 된다. 압구정 일대 개발에 따른 부동산 가치 상승도 기대할 수 있다.

문제는 최대 6년에 걸친 공사기간이다. 웨스트와 이스트 건물을 차례대로 철거하더라도 핵심 점포의 영업면적이 줄어드는 만큼 장기적인 매출 공백은 불가피하다.

한화갤러리아는 압구정 명품관의 영업 차질을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재건축 방안을 검토하고 있지만 아직 구체적 일정과 운영계획을 확정하지 않았다.

재무적 부담도 작지 않다. 한화갤러리아의 2026년 3월 말 연결기준 단기차입금은 1503억 원으로 2025년 말(1530억 원)보다 소폭 줄었지만 장기차입금은 942억 원에서 1341억 원으로 42.4% 늘었다.

한국신용평가(KIS)는 한화갤러리아가 명품 수요 둔화와 지방점포 경쟁력 약화, 인건비·상각비·임차료 등 고정비 상승으로 백화점 부문 수익성이 낮아진 가운데 신규 식음료사업과 부동산 투자로 차입 부담까지 커졌다고 평가했다.

김 사장이 한화갤러리아의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파이브가이즈와 음료·아이스크림 등 새 사업을 더한 것은 사실이지만 백화점 본업의 점유율과 수익성을 뚜렷하게 개선하는 성과는 내지 못했다는 평가가 우세하다. '김동선 사장이 한화갤러리아에서 무엇을 바꿨느냐'는 질문에 아직 숫자로 내놓을 답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김영훈 한국신용평가 연구원은 "기존 점포의 성장성 제고와 신규사업의 안정화 등 투자성과가 가시화돼야 한다"며 "영업경쟁력 약화와 투자성과 부진이 이어지면 수익창출력 저하와 재무부담 가중이 지속될 수 있다"고 말했다.

◆ 호텔은 느리고 아워홈은 '사온 성장', 인수 뒤 성적표 남았다

한화호텔앤드리조트도 주력 성장축을 맡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호텔·리조트업은 신규 시설과 리모델링에 대규모 자금이 필요해 사업 규모를 빠르게 키우기 어려운 구조다.

한화호텔앤드리조트는 1979년 국내 최초로 콘도미니엄 사업을 시작해 한때 국내 리조트업계를 대표했던 회사다. 한화리조트는 한국산업의 고객만족도 조사 콘도미니엄부문에서도 2024년까지 13년 연속 1위를 지켰다.
 
[김동선 독립경영③] 한화갤러리아·호텔앤드리조트 성장에 드리운 의구심, 김동선 '한화판 신세계' 키울 무기는

▲ 서울 강북구에 위치한 '안토' 전경. <한화호텔앤드리조트>


그러나 2025년 조사에서는 소노호텔앤드리조트가 한화호텔앤드리조트를 제치고 1위에 올랐다. 

거제 벨버디어와 여수 벨메르, 서울 안토 등 비교적 최근 문을 열거나 인수한 사업장을 제외하면 기존 리조트 상당수는 시설 노후화에 따른 경쟁력 저하 부담을 안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설악 쏘라노와 대천 파로스, 해운대 등 주요 사업장의 마지막 대규모 리뉴얼도 2011년 전후에 집중돼 있다.

한화호텔앤드리조트의 연결기준 매출은 2022년 6561억 원에서 2023년 7323억 원, 2024년 7509억 원으로 늘었다. 반면 영업이익은 2022년 28억 원에서 2023년 238억 원으로 증가한 뒤 2024년 138억 원으로 다시 줄어 매출 증가가 꾸준한 수익성 개선으로 이어지지는 못했다.

아워홈이 편입된 2025년에는 매출 2조3760억 원, 영업이익 608억 원으로 외형과 이익이 크게 늘었다. 2026년 1분기에도 매출 8833억 원, 영업이익 97억 원을 냈지만 같은 기간 아워홈이 매출 5814억 원을 올린 만큼 실적 확대의 상당 부분은 인수 효과에서 나왔다.

김 사장이 백화점과 호텔의 외형과 수익성 한계를 보완하기 위해 인수한 회사가 아워홈이다. 한화호텔앤드리조트는 2025년 아워홈 지분 58.62%를 8695억 원에 인수했다. 

아워홈은 인수 전부터 한화갤러리아보다 훨씬 큰 사업 기반을 갖추고 있었다. 아워홈은 2024년 연결기준 매출 2조2440억 원, 영업이익 887억 원을 냈다. 

아워홈은 인수 뒤 신세계그룹이 매각한 급식사업까지 가져왔다. 아워홈 자회사 고메드갤러리아는 2025년 12월 신세계푸드의 단체급식사업을 1189억 원에 양수했다.

신세계푸드가 넘긴 급식사업은 매각 직전인 2025년 3분기 누적 매출 2015억 원, 영업이익 203억 원을 냈다. 급식사업은 신세계푸드 전체 매출의 18.0%에 불과했지만 영업이익에서는 64.9%를 차지했다. 

단체급식은 산업체와 공공기관, 병원, 학교 등 고정 수요처와 계약해 매일 식사를 공급한다. 소비자의 방문과 구매에 따라 실적이 흔들리는 백화점이나 호텔보다 반복 매출을 확보하기 유리하다. 

아워홈 인수는 외형과 안정적 수익 기반을 채운 선택이었다. 백화점과 호텔에 급식과 식자재유통을 더해 식음료사업의 범위를 넓힐 조건도 마련했다.

하지만 아직은 기존에 잘 운영되던 아워홈과 급식사업을 한화가 품은 단계에 그친다는 한계를 안고 있다. 아워홈의 기존 실적을 유지하는 데 그친다면 안정적인 계열사 하나를 추가한 데 머물 수밖에 없다.

인수 당시의 실적이 앞으로도 그대로 유지된다고 장담할 수는 없다. 국내 단체급식시장은 대형 사업자들이 한정된 사업장을 놓고 경쟁하는 구조여서 기존 수주를 지키고 신규 물량을 확보하는 일이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다는 전망도 적지 않다.

◆ 한화비전만 든든한 버팀목, '적자' 테크와 라이프사업 연결은 초기

테크 관련 계열사도 당장 신설지주의 주력축으로 세우기는 쉽지 않다.

한화비전은 2025년 연결기준 매출 1조7909억 원, 영업이익 1623억 원을 냈다. 신설지주 계열사 가운데 수익 규모가 크다.

다만 한화비전의 실적은 영상보안사업이 북미와 유럽, 중동에서 쌓은 자체 경쟁력에서 나왔다. 김 사장이 맡은 유통·호텔사업의 변화나 테크·라이프 계열사 사이의 시너지로 만들어진 성과와는 거리가 있어 보인다.
 
[김동선 독립경영③] 한화갤러리아·호텔앤드리조트 성장에 드리운 의구심, 김동선 '한화판 신세계' 키울 무기는

▲ 한화비전의 인공지능(AI) 러기다이즈드 팬·틸트·줌(PTZ) 카메라.  AI 러기다이즈드 PTZ 카메라는 최저 영하 50도, 최고 영상 60도의 날씨를 견디며 서리 제거 및 결빙 방지 기술을 통해 어떤 환경에서도 밝고 선명한 영상을 제공한다. <한화비전>


한화비전은 영상보안과 산업용 장비를 해외 고객에게 판매하는 사업이라 한화갤러리아 등 라이프 계열사와 직접 시너지를 낼 수 있는 영역이 제한적이라는 한계도 지닌다.

한화모멘텀은 2025년 연결기준 매출 3973억 원을 냈지만 영업손실 133억 원을 기록했다. 2차전지 장비사업은 고객사의 설비투자와 수주 시점에 따라 실적 변동이 크다.

한화세미텍도 2025년 별도기준 매출 4312억 원을 냈지만 영업손실 216억 원을 기록했다. 반도체 장비사업의 외형은 커졌지만 아직 흑자 전환에는 이르지 못했다.

한화로보틱스의 사업 규모는 더 작다. 2025년 매출은 113억 원으로 늘었지만 영업손실은 매출의 두 배를 웃도는 298억 원에 이르렀다.

한화로보틱스는 김 사장이 푸드테크와 함께 미래사업으로 직접 내세운 회사다. 하지만 아직은 새로운 성장축이라기보다 추가 자금과 수익모델이 필요한 적자회사에 가깝다.

한화로보틱스는 협동로봇과 푸드테크 사업을 키우고 있지만 큰 성과가 없다. 한화비전은 일부 아워홈 사업장에 인공지능(AI) 카메라와 자동발주 시스템을 적용하는 시도도 비용 절감과 운영 효율을 확인하는 초기 단계에 머물러 있다. 조성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