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에게 태양광은 '멋진 산업', 김동관 한화솔루션 미국 사업 날개 단다

김동관 한화그룹 부회장이 트럼프 대통령 취임식과 만찬, 무도회 등에 참석해 미국 내 정부 관계자들을 만났다. 사진은 김 부회장(왼쪽)이 마이크 왈츠 미국 국가안보 보좌관과 만나 기념촬영을 하는 모습. <한화그룹>

[비즈니스포스트] 김동관 한화그룹 부회장이 2기 트럼프 행정부 출범에 기대감이 클 것으로 보인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정책 방향을 고려하면 미국에서 태양광 사업을 펼치는 한화솔루션에 유리한 사업 환경이 조성될 가능성이 크다.

23일 에너지업계 관계자들의 말을 종합하면 태양광 산업은 트럼프 행정부에서 예상 밖 수혜를 볼 대표적 산업 가운데 하나로 꼽힌다.

트럼프 대통령의 에너지 정책에서 핵심은 ‘세계에서 가장 에너지 비용이 낮은 국가’다.

미국에서 앞으로 펼쳐질 에너지 정책은 탄소 배출, 친환경 등이 아닌 경제성에 초점이 맞춰질 수밖에 없다. 특정 에너지원이 화석연료든 재생에너지든 관계없이 저렴한 에너지면 트럼프 대통령의 선택을 받게 된다는 의미다.

백악관은 홈페이지를 통해 트럼프 정부의 주요 현안 가운데 하나로 에너지를 들며 “에너지 생산 및 사용에 과도한 부담을 부과하는 모든 규제의 폐지를 검토해 미국의 에너지를 해방할 것”이라며 “트럼프 대통령의 에너지 정책은 자동차, 샤워기, 변기, 세탁기, 전구, 식기세척기에서 소비자의 선택을 강화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현재 시점에서 재생에너지 발전원 가운데 태양광은 기존 화석연료 대비 가장 경제성을 갖춘 발전원으로 꼽힌다. 트럼프 대통령의 정책 방향과 부합하는 특성을 지닌 사업인 셈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대선 토론회 과정에서 “태양광은 멋진 산업”이라며 “확대를 멈추지 않을 것”이라는 발언을 내놓기도 했다.

미국 에너지부(DOE)가 연방정부 주도의 공공 태양광발전에서 신규 설비용량을 지난해 7GW(기가와트)에서 올해 20GW로 늘릴 것으로 예상되는 등 미국 정부가 추진하는 정책을 통해서도 태양광 발전 확대 기조는 확인된다.

트럼프 대통령이 전기차, 풍력발전 등 산업에 지급되는 보조금 폐지를 예고하면서도 태양광에는 투자세액공제(ITC) 등 지원책을 유지하려는 태도를 보이는 점도 주목할 지점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정책에서 당근보다 채찍을 강하게 활용하는 성격이다. 트럼프 행정부에서 지원 정책의 유지는 기존의 지원 정책을 중단하는 다른 산업과 비교해 상대적으로 지원 정책과 같은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가령 해외 기업의 산업시설을 미국으로 유치하는 방법을 놓고도 조 바이든 전 대통령은 보조금 등 지급을 정책 수단으로 사용한 반면 트럼프 대통령은 “보조금을 줄 것이 아니라 관세를 높이면 된다”고 주장한 바 있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이 풍력발전과 관련해 “풍력발전은 쓰레기이고 두 번째 임기 중에 미국에 신규 풍력발전소를 짓지 않을 것”이라는 발언을 내놓을 정도로 부정적 태도라는 점도 재생에너지 가운데 태양광에는 호재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인공지능(AI) 확대에 따른 에너지 수요 급등에 RE100(재생에너지 100% 사용) 등 세계적 탈탄소 흐름이 맞물려 재생에너지 수요의 증가가 불가피한 만큼 풍력발전이 채우지 못하는 수요는 결국 태양광 발전에서 해법을 찾을 수밖에 없다.

배터리업계 관계자는 “트럼프 행정부에서 미국 내 신규 태양광 발전이 급증할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태양광발전에 수반되는 에너지저장장치(ESS)의 수요도 함께 급증할 것으로 보고 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런 트럼프 대통령의 에너지 정책은 한화솔루션에 수혜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김 부회장은 미국 조지아주에 한화솔루션의 대규모 생산단지 구축을 통해 태양광 패널과 모듈 생산능력을 크게 높여가고 있다. 모듈 생산능력만 신규 설치목표분의 3분의 1을 넘는 8.4GW 수준을 확보해뒀을 정도다.
 
트럼프에게 태양광은 '멋진 산업', 김동관 한화솔루션 미국 사업 날개 단다

▲ 한화솔루션은 태양광 사업에서 미국 내 생산능력 확보, 중국산 제품에 관세 등 효과로 수혜를 볼 것으로 예상된다.


게다가 트럼프 대통령의 무역 정책 기조가 관세를 통한 중국 견제라는 점은 한화솔루션의 가려운 곳을 긁어주는 결과를 낳을 것으로 예상된다.

한화솔루션은 이제까지 미국 시장에서 중국산 저가 태양광 제품에 고전을 해 왔다. 중국산 태양광 제품에 관세가 부과되면 한화솔루션은 중국산 제품과 경쟁에서 유리해진다.

현지시각으로 22일 미국 상원에 접수된 기업별 로비액 내역을 보면 한화그룹의 로비액은 2022년 90만 달러, 2023년 158만 달러에서 지난해 391만 달러로 급증했다.

한화그룹의 지난해 로비액은 삼성그룹, SK그룹에 이어 세 번째로 큰 규모이며 역대 처음으로 현대차그룹의 로비액 규모를 넘어선 것이다.

한화그룹의 주요 로비 내용은 중국산 제품의 관세 우회로로 활용되는 동남아시아에서 수입되는 태양광 관련 제품에 관세를 부과해 달라는 것이었다.

김 부회장으로서는 2기 트럼프 행정부의 출범이 미국에서의 사업 확대에 절호의 기회가 될 수 있는 상황인 셈이다.

김 부회장은 트럼프 대통령의 취임식에서 캔들라이트 만찬, 스타라이트 무도회 등 행사에 참석할 정도로 트럼프 행정부와 접촉에 적극적 행보를 보이고 있다. 캔들라이트 만찬 등은 트럼프 대통령의 측근들만 초청을 받은 행사다.

한화그룹 관계자는 김 부회장의 행보와 관련해 “한화그룹은 조선, 방산, 에너지 분야에서 미국 사업 확대를 위해 투자를 아끼지 않고 있으며 신사업 발굴에도 적극 나서고 있다”고 말했다. 이상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