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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지속가능한 식량체계 구축하려면 금융권부터 먼저 변화해야"

손영호 기자 widsg@businesspost.co.kr 2024-10-10 14:28: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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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지속가능한 식량체계 구축하려면 금융권부터 먼저 변화해야"
▲ 10일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박민혜 세계자연기금(WWF) 한국 사무총장이 '2024 지구생명보고서'를 발표하고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비즈니스포스트] "인류 전체가 앞으로도 먹기 충분한 식량 생산량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글로벌 농업이 지속가능성을 담보할 수 있는 방향으로 나가야 합니다."

박민혜 세계자연기금(WWF) 한국 사무총장은 10일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가진 ‘2024 지구생명 보고서’ 발표 기자간담회에서 "글로벌 농산업은 담수 취수량의 약 70%, 온실가스 배출량의 약 27%를 차지하고 있어 변화가 시급하다"며 이같이 강조했다.

이날 간담회에서 발표된 지구생명보고서는 세계자연기금인 격년 단위로 발간하는데 올해가 15번째다. 세계자연기금은 1961년에 설립된 세계 최대 규모 비영리 자연보전기관으로 한국을 포함해 세계 약 100여 개국에서 활동하고 있다. 

세계자연기금은 이번 보고서에서 1970년부터 2020년까지 세계 생물군 변화 추이를 집계했다. 그 결과 지난 50년 동안 전체 생태계에 걸쳐 개체군이 약 73% 감소해 세계 전역에서 생물다양성이 크게 손실된 것으로 파악됐다.

생물다양성은 해당 국가 또는 지역이 보유한 자연 생태계의 건강 상태를 나타내는 개념으로 사용된다. 통념과 달리 주요 산업은 자연에 의존하는 정도가 매우 크기 때문에 생물다양성이 훼손되면 농산업을 비롯해 경제적 악영향이 나타날 가능성이 매우 높아진다.

아시아기후투자자그룹(AIGCC)의 자연의존도 분석에 따르면 한국증권거래소 상장기업 시가총액 가운데 21%가 고의존, 50%가 중의존, 29%가 저의존으로 분류됐다. 국가별로 보면 한국은 뉴질랜드, 대만에 이어 세계 3위 자연 고의존국에 들었다.

세계자연기금은 생물다양성 손실의 주요 원인으로 불균형하고 모순점이 많은 식량 체계를 지목했다. 생태계가 파괴된 주요 원인을 조사한 결과 식량을 얻기 위한 활동의 일환으로 자행한 산림파괴와 농지 전환 등이 가장 큰 영향을 미쳤기 때문이다.

현장 패널로 참석한 윤지현 서울대 식품영양학과 교수는 “식량 분야에서 변화는 기후위기를 대응하는 차원에서도 반드시 필요하다”며 “식량 산업은 글로벌 온실가스 배출량의 약 4분의 1을 차지하는 분야로 생산부터 유통까지 과정에서 막대한 온실가스가 배출된다”고 강조했다.

윤 교수는 “큰 그림으로 보면 2050년이 되면 세계 인구는 약 100억 명에 도달할 것으로 파악되는 상황”이라며 “현행 식량 체계로는 세계 인구의 약 3분의 1 정도가 영양가 있는 식품에 접근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으로 볼 때 변화가 없다면 농산업이 인구 증가를 감당할 수 없을 것으로 판단된다”고 지적했다.

특히 현재 세계 식량 체계를 보면 식량 생산량 가운데 약 30%가 섭취되지 않은 채 폐기되고 있음에도 약 7억5천만 명에 달하는 인구는 기아에 시달리는 상황이다.

이런 문제는 우리나라 정부 차원에서도 인지하고 있다. 농림축산식품부는 지속가능한 식생활과 관련된 국민 교육과 캠페인 등을 펼치고 있다. 

다만 지속가능 식량체계의 근간을 형성하는 생산부터 가공까지 이어지는 단계와 관련한 정부 대책은 거의 전무한 상황인 것으로 파악된다.
 
[현장] "지속가능한 식량체계 구축하려면 금융권부터 먼저 변화해야"
▲ 윤지현 서울대학교 식품영양학과 교수. <비즈니스포스트>
윤 교수는 “실제 접근할 수 있는 식량이 지속가능한 체계에서 얻을 수 있는 것이 아니라면 소비자가 지속가능하게 소비한다고 해도 효과는 제한될 수밖에 없다”며 “가능하면 국가 차원에서 정책적 지원을 통해 연구개발 재원이 이쪽으로 지원될 수 있도록 하면 좋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한국에서는 민간과 공공 분야에서 모두 생물다양성과 관련한 투자 관심도가 낮은 것으로 파악됐다.

조대현 아시아기후변화투자자그룹 한국 매니저는 “생물다양성과 관련해서는 한국에서 사례를 찾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라며 “미국에서는 프로젝트 파이낸싱부터 여러 사례를 찾아볼 수 있지만 한국은 녹색채권 정도에 그치고 있다”고 말했다.

아시아기후변화투자자그룹에서 파악한 가장 구체적인 사례로는 한국중부발전이 충청남도 서천군에서 진행한 서천군 해수욕장 복원 사례가 있었다. 서천군 해수욕장은 1984년에 서천화력발전소가 들어서면서 사라졌는데 한국중부발전이 발전소를 폐쇄하면서 해수욕장과 해안선을 복원한 것이다.

이를 위해 중부발전에서는 약 400억 원 규모 녹색채권을 발행했는데 평가를 맡은 한국신용평가에서는 “생태공간 조성 등을 통해 생물다양성 증진이 예상돼 환경 개선 효과가 기대돼 한국형 녹색분류체계 기준을 충족한다”고 명시했었다.
 
[현장] "지속가능한 식량체계 구축하려면 금융권부터 먼저 변화해야"
▲ 조대현 아시아기후변화투자자그룹 한국 매니저. <비즈니스포스트>
기후변화에 대응해 지속가능한 식량체계를 구축하려면 금융권부터 변화가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금융사 가운데서는 신한금융그룹이 ‘자연 관련 재무정보 공개 태스크포스(TNFD)’ 기준에 따라 생물다양성 리스크를 가장 잘 관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조대현 매니저는 “신한금융그룹은 자사의 투자 포트폴리오가 어디에 가장 크게 의존하고 있는지와 어디에 리스크가 있는지 가장 잘 파악하고 있다”며 “공개된 자연자본 공시와 보고서에서도 개별 기업 의존도를 파악하고 관리를 해나가겠다고 명시해놨다”고 설명했다.

그는 “다만 이는 금융권 일부 노력에 불과한 만큼 한국 금융시장이 생물다양성과 관련한 기회를 포착하기는 당분간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이에 따라 조 매니저는 "생물다양성을 비롯해 기후변화와 관련한 투자를 위해 금융권의 구체적 계획이 나오길 바란다"고 제언했다.

생물다양성과 관련한 사회적 변화를 유도하려면 국민들의 관심도부터 먼저 높여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이상훈 국립생태원 습지연구팀장은 “이번에 2025학년도 교육과정이 개편됐는데 기후변화와 환경생태라는 과목이 신설됐다”며 “하지만 그게 얼마나 효과적일까 하면은 의문이 남는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이 팀장은 “기후변화와 환경생태 과목은 고등교육 과정으로 지정돼 있고 수능에도 나오지 않아 관심도가 크게 떨어질 수밖에 없다”며 “근본적으로 아이들과 국민이 문제를 제대로 인식하기 위해서는 초등학교부터 교육을 시작해야 된다고 본다”고 말했다. 손영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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