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VIEW] 서울 아파트 시장 추세전환인가, 일시적 반등인가?

▲ 서울의 아파트 매매가 활기를 띄는 모양새지만 추세적 상승세 전환인지는 신중하게 판단해야 한다는 시각이 나온다. 사진은 서울 시내 부동산중개업소에 매물정보 모습. <연합뉴스>

[비즈니스포스트] 상반기 서울 아파트 시장이 활력을 찾는 모습이다. 거래량도 늘고 전고점 대비 시세 회복세가 역력한 단지들도 눈에 보인다. 

이제 시장의 관심은 서울 아파트 시장이 추세적으로 상승할 것인지 아니면 일시적 반등에 불과한 지에 모이고 있다. 

거래량 증가세가 미미하다는 점, 지방은 대세하락 추세에서 미동도 하고 있지 않다는 점, 소득·금리 등 부동산 시장 가격을 큰 틀에서 규율하는 거시지표들이 가격 상승에 우호적이지 않다는 점 등을 감안할 때 상반기 서울 아파트 시장의 상승세는 일시적 반등으로 해석하는 것이 합리적인 것으로 분석된다. 

◆ 기력을 차린 서울 아파트 시장?

서울 아파트 매매 거래량이 두 달 연속 4천 건을 돌파하며 다소 활기를 찾는 양상이다. 서울 부동산정보 광장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매매거래량은 3월 4217건, 4월 4360건을 각각 기록했다. 5월 거래량도 현재의 추세를 보면 4천 건 돌파(6월 10일 기준 3441건)가 유력하다.  

물론 기존 서울 아파트 월별 평균 거래수준인 5천~6천 건에는 미치지 못하는 것이 사실이지만 1천~2천 건대를 찍던 최악의 거래절벽 국면은 일단 지나간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가격 회복세도 완연하다. 심지어 특정 부동산정보업체에선 강남·서초·용산 등 서울 랜드마크 지역의 아파트들이 전고점 대비 98~99%까지 회복했다고 발표하기도했다. 물론 특정 부동산정보업체의 발표이니만큼 신중하게 접근할 필요는 있다.

이제 관건은 서울 아파트 시장이 하락장에서 상승장으로 추세전환을 한 것인지, 아니면 하락장 속에서 일시적 반등을 한 것인지 여부다. 

◆ 서울만 온기가 돌고 지방은 냉골

지방의 상황을 보면 서울 아파트 시장이 추세적 상승을 이어갈 에너지가 부족해 보이는 것이 사실이다. 한국부동산원의 자료를 살펴보면 6월 첫 주 5대 광역시 아파트 매매가가 0.04% 하락하며 전주보다 하락 폭을 0.01%p(포인트) 키웠다. 세종시도 매물 적체가 지속되며 0.08% 내렸다. 

구축 아파트 시장만 얼어붙은 것이 아니다. 분양시장에서도 지방은 빙하기다. 지난달 31일 국토교통부가 발표한 '4월 주택통계'에 따르면 전국의 미분양 주택이 7만호(7만1997호)를 넘어섰는데 이는 한 달 전 (6만4964호)보다 무려 10.8%증가한 수치다. 미분양 물량 대부분이 지방에서 발생했다.    

또한 악성으로 불리는 '준공 후 미분양'이 늘어나는 점도 우려할 만한 요소다. 준공 후 미분양 주택은 지난달 1만2968가구로 전월보다 6.3%(744가구) 증가했는데 이 역시 대부분 지방에서 발생했다. 

한 마디로 정리하면 서울만 조금 기력을 찾고 있는데 지방은 여전히 빈사상태로 볼 수 있다.

◆ 지방의 에너지를 빨아들이고 있는 서울 아파트 시장

지방의 부동산 시장은 빙하기를 방불케 하는데 서울 아파트 시장은 기력을 회복한 것처럼 보이는 비밀의 실마리는 다름 아닌 지방에서 온 서울원정대(?)에서 찾을 수 있다. 

6일 한국부동산원 ‘월별 매입자 거주지별 아파트 거래’ 통계 분석 결과를 보면 4월 기준 서울의 지방 투자자(외지인) 비중은 21.9%로 집계됐다. 서울 아파트 거래 중 지방 투자자 비중은 2월을 기점으로 20%선을 웃돌고 있다. 이 비중은 지난해 말 17.1%에 머물렀다. 올해 1월에도 17.4%로 지난해 말과 비슷한 수준을 보였다.

하지만 2월 지방 투자자 비중이 21.6%로 상승한 뒤 3월 22.3%까지 높아졌다. 4월은 전월 대비 소폭 지방 투자자 비중이 줄었지만 지난해 12월과 비교하면 여전히 4.7%포인트(p) 높은 수준이다.

서울 내 지역별 지방 투자자 비중은 외곽지역보다 핵심지역 위주로 늘었다. 

용산구는 지난 1월 지방 투자자 비중이 20.0%였지만, 4월에는 29.4%까지 높아졌다. 성동구 역시 1월 18.4% 수준에서 4월 26.0%로 7.6%p 상승했다. 강남 3구는 지역별로 지방 투자자 매수 움직임이 달랐다. 서초구는 1월 24.3%에서 4월 17.9%로 줄었지만, 강남구와 송파구는 4월 각각 22.0%와 26.2%로 1월보다 높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주목할 건 서울에 거주하는 투자자들의 지방 아파트 쇼핑은 오히려 줄고 있다는 사실이다. 올 상반기 서울 아파트 시장의 회복세는 지방 투자자들의 서울 아파트 매수세에도 상당 부분 힘입고 있는 것이 명확한데 시장에 겨우 남아 있는 에너지를 모두 끌어다 서울에 퍼붓는 느낌이 드는 것도 사실이다. 

◆ 실질가처분소득이 줄고 금리는 여전히 부담스러운 수준

서울 아파트 시장의 추세적 상승을 점치기 어려운 까닭 중 하나가 부동산 시장 가격을 큰 틀에서 규정짓는 거시지표들이 가격 상승에 우호적이지 않기 때문이다.

당장 실질가처분소득이 감소하고 있다. 10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한은은 최근 국내총생산(GDP) 산출 시 쓰는 기준 연도를 2015년에서 2020년으로 개편하면서 가계의 실질 구매력을 나타내는 '실질 가계총처분가능소득(PGDI)'의 2000~2023년 집계치를 처음으로 내놨다. 

가계총처분가능소득은 세금, 사회보험료, 대출 이자 등을 제외하고 가계가 소비 지출에 쓸 수 있는 금액이다. 한은은 지금까지 물가 변동 폭을 고려하지 않은 명목 지표만 공개했지만 이번에 처음으로 민간 소비 부문의 물가 변동 폭을 제거한 실질 지표를 발표했다.

지난해 우리나라의 1인당 PGDI(명목기준)는 2545만 원으로 1년간 2% 증가했다. 다만 한은이 처음 공개한 1인당 실질 PGDI는 2301만 원으로 전년 대비 1.2% 감소했다. 

실질 PGDI 감소는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0.4%) 이후 처음이다. 물가상승률과 이자부담을 소득증가가 따라가지 못한 것인데 충격적인 일이 아닐 수 없다.

상황이 더 심각한 건 소득감소세가 현재 진행형이라는 점이다. 23일 통계청이 발표한 '1분기 가계동향조사 결과' 자료를 보면, 올해 1분기 가구당 월평균 소득은 512만2000원으로 전년 동분기 대비 1.4% 증가했다. 

하지만 물가상승률을 고려한 실질소득은 마이너스 성장했다. 올 1분기 실질소득은 전년 동분기 대비 1.6% 감소했는데 이는 2017년 1분기(-2.5%) 이후 가장 큰 폭의 감소세다. 

특히 충격적인 건 소득의 대부분을 이루는 실질근로소득 성장률이 –3.9%에 그쳤다는 사실이다. 실질근로소득 성장률은 2006년(1인 가구 포함) 관련 통계 작성 이래 1분기 기준 가장 큰 폭으로 감소했다.

실질가처분소득 혹은 실질소득이 감소한다는 건 실로 놀라운 일인데 부동산 시장에는 분명한 악재다. 이에 더해 여전히 시장금리는 레버리지를 일으켜 부동산을 매입하기에는 부담스러운 수준이며 금리 인하 시점도 현재로선 예측하기 어렵다. 

더구나 폭발 직전의 가계부채 상태를 감안할 때 윤석열 정부가 부동산 경기 부양을 위해 더 이상의 정책금융을 동원하기도 여의치 않다.  

정리하면 상반기 서울 아파트 상승의 양과 질, 부동산 시장 가격을 큰 틀에서 규율하는 소득 및 금리 등의 거시지표 등을 볼 때 서울 아파트 가격의 추세적 상승은 힘겹게 느껴진다. 

레거시 미디어들의 경마장식 보도로부터 한 발 떨어져서 시장을 냉정하게 관찰할 필요가 있다. 이태경 토지+자유연구소 부소장
 
이태경 토지+자유연구소 부소장은 땅을 둘러싼 욕망과 갈등을 넘어설 수 있는 토지정의 문제를 연구하고 있다. ‘투기공화국의 풍경’을 썼고 ‘토지정의, 대한민국을 살린다’ ‘헨리 조지와 지대개혁’을 함께 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