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선거와 함께 치러지는 국회의원 보궐선거에서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이 공천을 하지 않기로 결정한 지역에 탈당한 뒤 무소속으로 출마하는 후보들이 나오면서 '무늬만 무공천'이란 지적이 나온다.

'정치 1번지'인 서울 종로에는 민주당이, '보수의 심장' 대구에는 국민의힘이 후보를 내지 않았지만 각 진영의 후보들이 무소속으로 나서면서 대리전 모습을 띌 것으로 보인다.
 
보궐선거에 민주당 국민의힘 출신 무소속 출마, 무늬만 무공천 비판

▲ (왼쪽부터)최재형 전 감사원장, 곽노현 전 서울시교육감, 김영종 전 종로구청장.


14일 정치권에 따르면 서울 종로와 대구 중구·남구 보궐선거에 사실상 민주당과 국민의힘 인물들이 나선다.

민주당이 무공천 결정을 내린 종로에서는 여권인사들이 무소속으로, 국민의힘이 후보를 내지 않은 대구 중·남구에서는 국민의힘을 탈당한 후보들이 무소속으로 출마했기 때문이다.

종로는 이낙연 민주당 총괄선대위원장이 지난해 대선후보 경선에 집중하기 위해 의원직을 사퇴하며 공석이 된 곳이다. 

국민의힘에서 최재형 전 감사원장을 종로에 전략공천한 가운데 김영종 전 종로구청장이 11일 민주당을 탈당하고 출사표를 냈다. 

3선 구청장 출신인 김 전 구청장은 종로구 국회의원 보궐선거에 출마하기 위해 지난해 11월 구청장직에서 물러났다.

김영진 사무총장이 김 전 구청장의 출마에 "해당 행위로 규정하고 복당을 영구히 금지한다"며 강경하게 대응했지만 야권에서는 '꼼수'라는 지적이 나온다.

오현주 정의당 대변인은 "송영길 민주당 대표가 종로 무공천을 확약했지만 결국 무늬만 무공천이 돼버렸다"며 "송 대표는 종로구민과 국민이 납득할 수 있도록 책임 있는 입장을 밝히라"고 말했다.

여기에 곽노현 전 서울교육감이 출마를 시사하기도 했다.

곽 전 교육감은 민주당에 이름을 올리진 않았지만 진보성향 인사로 여겨진다. 초기 진보 교육감으로서 서울에서 학생인권조례를 제정하는 데 앞장섰다.

이재명 후보 선대위 교육대전환특보단장 및 교육대전환위원회 상임고문으로 이름을 올리고 최근까지 활동하기도 했다.

곽 전 교육감은 김동연 새로운물결 대선 후보가 이재명 후보 지지 선언을 하고 이 후보의 러닝메이트로 종로에 출마하지 않으면 자신이 출마할 수 있다는 뜻을 내비쳤다.

그 외에 정의당에서는 배복주 부대표가, 새로운물결에서는 송문희 대변인이 종로에 출마했다.

종로는 정세균 전 국무총리(19대, 20대)와 이낙연 위원장(21대) 등 민주당 계열 후보들이 연이어 당선됐지만 기본적으로 민심과 국민정서의 풍향계 역할을 하며 특정 정당에 쏠림 현상을 보이는 곳이 아니다.

정세균 전 총리 이전에는 박진 국민의힘 의원이 3선을 한 곳이고 지난해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도 오세훈 시장이 55%를 득표했다.

종로의 정치적 상징성과 대선과 함께 보궐선거가 치러진다는 점에서 '미니대선'으로도 불리는 만큼 선거 결과에 유권자의 시선이 모이고 있다.

국민의힘의 텃밭이라 할 수 있는 대구는 종로와 반대되는 모습이다. 

이번에 보궐선거가 치러지는 대구 중·남구는 곽상도 전 의원의 지역구였다. 곽 전 의원은 대장동 개발사업자 화천대유로부터 퇴직금 명목으로 50억 원을 받은 아들의 수사가 시작되자 지난해 10월 의원직을 내려놨다. 곽 의원 본인도 구속된 상태로 수사를 받고 있다.

국민의힘은 책임정치 차원에서  대구 중·남구에 후보를 내지 않았지만 임병헌 전 남구청장은 국민의힘을 탈당하고 13일 후보 등록을 마쳤다. 임 전 청장은 대구 남구청장으로 3선을 한 인물이다.

주성영 전 의원도 무소속으로 대구 중·남구에 출마했다. 주 전 의원은 대구 동구갑에서 17대와 18대를 지낸 재선의원 출신으로 21대 총선을 앞두고 국민의힘 전신인 미래통합당 공천을 받지 못하자 탈당한 뒤 지금까지 복당하지 않았다. 

대구 중·남구 출마를 위해 탈당하면 복당을 허용하지 않겠다는 국민의힘의 원칙에서 자유롭다는 것이 주 전 의원 쪽 입장이지만 보수당 출신 후보들 사이 대결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그밖에 도건우 전 대구경북경제자유구역청장, 도태우 변호사도 국민의힘을 떠나 무소속으로 출마했다.

민주당은 대구 출신의 백수범 변호사를 전략공천해 어부지리를 노린다.

민주당과 국민의힘이 직접 맞붙는 곳은 서울 서초구갑 지역이다.

민주당에서는 서초구갑에서 21대 총선 때 낙선한 이정근 미래사무부총장이 다시 도전장을 냈고 국민의힘에서는 서울지역 유일한 야당 구청장이었던 조은희 전 서초구청장이 출마한다. 

서초구 갑은 윤희숙 국민의힘 전 의원이 지난해 8월 부동산 관련 의혹으로 사퇴하면서 공석이 된 곳이지만 국민의힘은 "범죄행위와 관계가 없다"는 논리를 펴고 있다.

이 부총장은 2018년 지방선거 때 서초구청장에 도전했다가 조 전 구청장에 패배한 전력이 있어 설욕을 할 수 있을 지 시선이 모인다. 다만 서초구갑은 1992년 이후 민주당 계열 후보가 당선된 적이 없다는 점에서 조 전 구청장이 우세하다는 것이 지배적 시각이다.

그밖에 경기도 안성시와 청주시 상당구는 민주당이 후보를 내지 않았다. 국민의힘은 안성에서 3선을 지낸 김학용 전 의원과 청주 상당 및 충북 등에서 모두 4선을 지낸 정우택 전 의원이 원내 재진입을 노린다. [비즈니스포스트 김남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