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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철수 주변에 '왕년의 용사'만 보이는 까닭은

김디모데 기자 Timothy@businesspost.co.kr 2014-01-07 15:19: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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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종 여론조사에서 안철수 신당의 지지율은 30%를 넘는다. 아직 실체도 없는 정당에 대한 지지율로 보면 '대단하다'는 말이 절로 나온다. 그런데 '사람'이 없다. 

  안철수 주변에 '왕년의 용사'만 보이는 까닭은  
▲ 신당창당에 대한 기대감은 높으나 정작 주위에 사람이 모이지 않는 안철수 의원
3년전 안 의원과 토크콘서트를 함께 했던 윤여준 전 환경부 장관이 새정치추진위원회 의장으로 6일 추대됐다. 대선캠프 공동선대본부장이었던 박성숙, 김성식 전 의원들의 합류도 유력시된다. 모두 '왕년의 용사'일 뿐이다. 영입을 위해 접촉하고 있다는 이름 가운데 '새로움'을 주는 인물은 강준만 전북대 교수 정도일 뿐이다.

윤 의장은 인터뷰에서 “안철수 신당만 인물난이 아니고 기본적으로 한국사회가 인물난”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지방선거가 다섯 달 앞으로 다가온 현시점까지 안 의원 주변에 사람이 모이지 않는 것은 분명 의문이다. 정치는 사람이 모이는 것인데, 사람이 모이지 않으면 '세력'을 만들 수 없기 때문이다. 안철수에게 모여드는 사람이 왜 없는 것일까.


◆ 색깔이 없다... 나는 ‘상식파’


이와 관련해 안 의원에 대해 최장집 고려대 명예교수가 한 발언은 주목할 필요가 있다. 최 교수는 자타공인 한국 최고의 정치이론가로서 안 의원의 싱크탱크 ‘정책 네트워크 내일’의 이사장을 맡았다. 그런 그가 작년 8월 이사장을 사임하며 안 의원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안 의원은 내가 말한 진보적 자유주의에 대해서는 수용했다. 하지만 여전히 무이념을 좋아하는 것은 분명하다. 안 의원 그룹은 주체적인 이념을 가지고, 확실한 가치를 추구하며, 그 목적의식을 중심으로 결집된 정치조직은 아니다. 구체적으로 (사람을) 거론할 수는 없지만, 이념성 부각을 여전히 부담스럽게 생각한다.”


안 의원 자신도 과거 TV 예능프로그램에 출연해 “나는 보수도 진보도 아니다. 굳이 묻는다면 ‘상식파’”라고 말한 적이 있다. 안 의원과 어떤 뚜렷한 이념색을 갖는 것을 경계하는 것은 명확하다. 이는 성공한 기업가 출신이기 때문인지 모른다.


◆ 박정희 묘역에 참배, 누구편이길래


이러한 무색무취의 성향은 폭넓은 스펙트럼의 인사들을 끌어안을 수 있어 장점인 것 같으나 실상은 그렇지 않다. ‘동지 아니면 적’인 정치판에서 보수 진영은 안 의원을 좌파로, 진보 진영은 우파로 낙인 찍으며 설 자리를 좁히려 할 것이기 때문이다. 얼마전 박정희 전 대통령 묘역에 참배한 것에서 안 의원의 성향과 그에 대한 반응이 드러난다.


  안철수 주변에 '왕년의 용사'만 보이는 까닭은  
▲ 새해 첫날 안철수 의원은 현충원의 박정희 전 대통령 묘역에 참배했다.
안 의원은 새해 첫날 국립현충원을 방문해 김대중․이승만․박정희 전 대통령 묘역에 참배했다. 이후 “역대 전직 대통령들에게는 공과가 같이 있어서 공은 계승하고 과는 극복해야 하는 게 우리 후손의 역할”이라고 말했다. 안 의원이 주장하듯 ‘상식적’인 발언일 수 있었다. 그러나 안 의원은 진보와 보수 양쪽으로부터 뭇매를 맞았다.


진보 진영에서는 ‘독재자에게 참배하는 것이 새정치냐’고 격렬한 반대의견을 내비쳤다. 우원식 민주당 최고위원은 “지금 박근혜 대통령은 그 과를 치유하기보다는 더 불통을 강화하는 형국인데 그런 형국에 박정희 전 대통령 묘소를 찾아간 것은 적절치 않았다”고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


보수 측에서도 비난하기는 마찬가지였다. 대표적 보수논객인 변희재 미디어워치 대표는 트위터에서 “안철수 의원이 박정희 대통령 묘역을 참배했다, 영남표 좀 훔쳐가려고 작전을 짰나 보다”라고 몰아붙였다. 그 외에도 안 의원의 참배를 두고 ‘기회주의자’로 보는 시각이 많다.


◆ "색깔있는 새정치로 인재영입의 명분을 만들어야"


이런 상황에서 이름있는 인사가 안 의원을 선뜻 지지하기란 말처럼 쉽지 않다. 안 의원은 윤 의장과 재결합 이후 여야 양쪽에서 집중 포화를 맞았다. 안 의원이 세력을 불리려는 것에 대한 경계심이 작용한 것이기도 하지만, "안 의원의 새정치가 새[新]정치가 아닌 새[鳥]정치 아니냐"는 비판은 상당히 날카로운 공격으로 보인다. 안 의원의 '색깔 없음'을 물고 늘어진 것이기 때문이다.


특정 이념이 없으면 인재 영입의 그만큼 넓을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오히려 좌우 사이에 갇혀 입지가 더욱 좁아질 수도 있다. '안철수 진영'에 참여하고자 하는 이들도 "확고한 정치 신념 없이 지지율만 보고 참여하는 것"이라고 비판받을 수 있어 주저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이런 실정에서 누구든 섣불리 뛰어들었다간 양쪽에서 배신자 또는 철새로 낙인찍힐 것이 두렵기도 할 것이다. 민주당의 지지율이 최악인데도 민주당 의원들 가운데 누구 하나 안철수 진영으로 움직이는 이들이 구체적으로 나타나지 않는 현상도 이와 무관치 않다.


때문에 오히려 안철수 신당이 확실한 색채를 띠고 방향성을 가져야 한다는 주장이 힘을 얻는다. 윤 의장이 “새정치를 보여주기 위해 그 내용을 준비하는 게 시급하다”고 발언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사람들은 안 의원이 말하는 새정치가 어떤 것인지 확인하고 싶어한다. 그런 기대치가 지지율에 반영돼 있다.


안 의원 측은 1월 말까지 몇몇 인사를 더 영입하고 새정치의 청사진을 발표할 예정이다. 안 의원이 구체적 움직임을 보인다면 오히려 망설이고 있는 인재들이 뚜렷한 명분을 갖게 될 수 있다. 때를 놓치면 모든 것을 잃는 것이 정치이다. 안 의원으로는 그렇게 시간이 많지 않다. 어차피 '새정치'를 하겠다고 나선 이상, 그에 걸맞는 청사진과 그 청사진을 구현할 사람을 보여주지 않는다면, 때를 놓치고 새정치는 헌정치가 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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