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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서워진 박근혜 대통령의 말

김디모데 기자 Timothy@businesspost.co.kr 2014-04-22 15:0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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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무서워진 박근혜 대통령의 말  
▲ 박근혜 대통령이 21일 수석비서관 회의에서 세월호 참사에 대해 말하고 있다. <뉴시스>

박근혜 대통령의 말이 무서워졌다. 지난 21일 수석비서관 회의에서 세월호 참사와 관련해 대통령이기에 앞서 한 나라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느끼고 있는 분노를 여과없이 표출했다.

그러나 너무 앞서간다는 느낌도 강했다. 국민의 분노와 대통령의 분노는 다르기 때문이다. 과유불급이라고 대통령의 말이 무서워지면 오히려 배경을 놓고 의심을 낳게 된다.

박 대통령은 수석비서관 회의에서 세월호 선장과 승무원들이 승객들을 남겨두고 먼저 탈출한 행동에 대해 “상식적으로 도저히 납득할 수 없고 용납할 수 없는 살인과 같은 행위”라고 강하게 비난했다.

외신들은 박 대통령의 이 말을 상세히 전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이날  ‘박근혜가 여객선 승무원을 비난한 것은 옳은가’라는 칼럼을 게재했다. WSJ은 박근혜의 말을 전하며 이준석 선장이 먼저 탈출한 것에 대한 국민적 공분을 나타냈다고 해석했다. 그러나 정부의 위기 대처 능력으로부터 관심을 돌리려는 것이라는 온라인상의 비난여론을 함께 전했다.

서울에 거주 중인 애널리스트 대니얼 핑크스톤은 “실언이었다. 대통령이 저렇게 말한 이상 공정한 재판이 이루어질 수 있겠는가”라고 지적했다고 WSJ는 보도했다. 한국 전문가인 에이단 포스터카터는 “박 대통령이 세월호 선원들을 살인자로 규정한 것은 명백히 잘못이다. 6.4 지방선거에 미칠 악영향을 두려워했기 때문일까”라고 지적했다고 WSJ는 밝혔다.

가디언은 비판 수위는 더 높았다. 가디언은 박 대통령의 발언이 “시의적절하지 않으며 감정적인 발언”이라고 지적했다. 또 “국가적 비극에 이렇게 늦게 대처하고도 신뢰과 지위를 보전할 수 있는 국가 지도자는 어디에도 없을 것”이라고 비판했다. 가디언은 나아가 “사상자가 발생하면 누군가에게 꼭 살인자의 낙인을 찍어야 하는가”라고 반문했다.

박 대통령이 “단계별로 책임있는 모든 사람에게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민형사상 책임을 묻겠다”고 말한 것과 “정부의 초동대처에 대해 반성해야 한다”고 말한 것에 대해서도 시각이 엇갈린다.

한쪽은 속시원하다고 말한다. 그러나 다른 쪽은 대통령과 청와대의 책임을 피해가는 3인칭 화법이라며 고개를 갸우뚱한다. 지금 중요한 것은 정부와 공무원에 대한 비판과 비난이 아니다. 국가 지도자인 대통령이 책임을 인정해야 한다. 그럴 때 정말 대통령의 말이 무서워진다.

박 대통령의 지지율은 세월호 참사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상승하고 있다. 리얼미터가 21일 발표한 정례조사에서 박 대통령이 국정수행을 잘하고 있다는 의견은 전주보다 1.6%포인트 상승한 64.7%였다. 못하고 있다는 의견은 3.3%포인트 하락한 27.2%였다. 특히 진도를 방문해 실종자 가족을 만난 17일 지지율은 취임 후 최고인 71%를 기록했다.

이 수치는 박 대통령에게 오히려 독배가 될 수 있다. 국민들은 대통령이 세월호 사고현장에 내려가 배를 타고 구조를 독려하고 실종자 가족들을 만나 귀기울이는 모습에 감동했을 것이다. 그러나 그렇게 올라간 기대는 무섭게 내려 올 수 있다. 당장 실종자 가족들이 청와대로 가겠다고 나서다가 경찰의 저지에 막히기도 했다.

박 대통령이 세월호 선박 승무원과 정부를 질책하던 날 정몽준 새누리당 서울시장 예비후보는 막내 아들이 SNS에 경솔한 발언을 한 데 대해 허리를 굽혀 사죄했다. 아버지의 불찰이라고 했다.

이번 세월호 참사에서 보인 박근혜 정부의 미흡한 대응은 박 대통령의 불찰이다. 아들의 잘못에 대해 아버지가 대신 회초리를 맞을 때 아들은 진정으로 잘못을 뉘우친다. 박 대통령도 그런 자세를 보일 때 박근혜 정부 사람들이 모두 무서워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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