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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과함께' 만든 김용화, 덱스터 특수효과로 한국의 '픽사' 눈앞에

고진영 기자 lanique@businesspost.co.kr 2018-05-29 15:39: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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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과함께' 만든 김용화, 덱스터 특수효과로 한국의 '픽사' 눈앞에
▲ 김용화 덱스터 대표이사.
영화 ‘미스터 고’의 주인공은 야구하는 고릴라 링링이다. 링링은 육중한 체구로 공을 쳐내고 날렵하게 달리며 의기소침한 표정으로 막걸리도 마신다. 

비록 흥행에서 참패를 했지만 ‘실패작’으로 단언하기는 힘들다. 국내 최고의 VFX(시각 특수효과)회사 덱스터를 낳았기 때문이다. 

김용화 대표이사는 실존할 수 없는 링링을 진짜처럼 구현하기 위해 7년 전 덱스터를 세웠다. 세계적 애니메이션 제작사이자 특수효과 기술을 갖춘 '픽사'를 모델로 삼아 아시아 최고의 콘텐츠기업을 목표로 하고 있다.

29일 업계에 따르면 영화 ‘신과함께’ 2편의 개봉일이 8월1일로 최종 확정되면서 덱스터 실적에 관한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신과함께 시리즈는 김용화 대표가 연출하고 덱스터가 투자와 촬영, 제작 등 모든 과정에 참여했다. 

특히 흥행에서 빼놓을 수 없는 공신인 컴퓨터그래픽(CG)을 덱스터가 담당했다. 신과함께는 영화의 배경이 이승이 아닌 만큼 컴퓨터그래픽이 쓰이지 않은 장면이 거의 없다시피 하다. 1편의 성공으로 특수효과 기술력과 제작사로서 능력을 모두 인정받은 셈이다. 

덱스터는 매출의 대부분을 특수효과 수주로 벌어들인다. 촬영이 불가능한 장면을 컴퓨터그래픽 등으로 만들어내는 것이다. 지난해 사드 여파로 중국 수주가 줄어든 탓에 적자전환했지만 올해는 신과함께 수익이 반영되는 데다 한국과 중국 관계가 완화 국면에 접어들어 실적이 빠르게 회복할 것으로 보인다.

가상현실(VR)시장이 계속해서 성장하고 있는 만큼 영화뿐 아니라 게임 등 다른 콘텐츠 수주도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 

나승두 SK증권 연구원은 “가상현실산업은 국내외를 막론하고 게임과 엔터테인먼트, 쇼핑 등 다양한 분야로 확대되고 있어 덱스터의 대출처 다변화에도 긍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4차 산업혁명 시대에 걸맞은 특수효과 기술의 중요성이 갈수록 커지면서 국내 최고의 특수효과 기술을 지닌 덱스터의 수혜가 예상된다”고 바라봤다. 

실제로 덱스터는 4월 중국 최대의 부동산그룹인 헝다그룹과 580만 달러(62억 원가량) 규모의 콘텐츠 납품계약을 체결했고 지난해에도 중국 완다그룹과 491만 달러(53억 원가량) 규모의 가상현실 콘텐츠 판매계약을 맺었다. 완다그룹은 2015년 1천 만달러(106억 원가량)을 덱스터에 투자하기도 했다. 

최근에는 KT와 GS리테일이 함께 운영하는 테마마크 브라이트에 콘텐츠를 지속적으로 공급하기로 하는 계약도 맺었다.

덱스터 관계자는 “기획부터 제작까지 모든 것이 가능한 덱스터의 '원스톱 시스템'이 높이 평가받아 헝다그룹 등과 사업을 진행하게 된  것”이라며 “가상현실 등 다양한 콘텐츠 수요가 빠르게 늘고 있는 만큼 앞으로도 높은 기술력으로 사업을 확대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김용화 대표는 영화감독으로 더 잘 알려졌다. 2003년 데뷔작인 ‘오 브라더스’를 시작으로 ‘미녀는 괴로워’, ‘국가대표’까지 3편을 줄줄이 성공시키며 충무로에서 대표적 흥행 감독으로 자리잡았다.

김 대표는 이런 성공이 행복하면서도 허망하다는 생각에 사로잡혔다고 한다. 평생 만져보지 못할 것 같았던 큰 돈을 손에 쥐었는데도 새로운 도전에 목이 말랐다는 것이다. 

그래서 시작한 것이 아시아 최초의 전체 3D영화인 미스터 고다. 그는 관객이 감정이입할 수 있는, 정말 살아있는 것처럼 생생한 고릴라를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했다. 

문제는 돈이었다. 특수효과와 3D 촬영에 필요한 예산을 뽑았더니 1억 달러(1천억 원가량) 이상이라는 계산이 나왔다. '반지의 제왕' '아바타' 등을 만든 할리우드의 '웨타디지털'에 문의했을 때도 최소 500억 원 이상 든다는 답이 돌아왔다.

김 대표는 결국 국가대표로 번 돈을 탈탈 털어 2011년 덱스터를 세우고 직접 기술개발을 시작했다. 주변에서 모두 미쳤다고 했지만 그는 '한국에 없던 영화'를 원했다.

가장 까다로운 부분은 고릴라의 수북한 털을 진짜처럼 보여주는 것이었다. 털이 흔들리고 엉키고 뒤로 눕는 모습을 한 올 한 올 일일이 그려낸다면 몇 년이 걸릴지 알 수 없었기 때문이다.

덱스터는 1년 3개월 만에 동물의 털을 구현하는 디지털 Fur(털) 제작프로그램 질로스(Zelos)를 만들었다. 이런 소프트웨어는 할리우드의 ILM과 픽사, 웨타스튜디오만 보유하고 있었는데 덱스터가 아시아 최초이자 세계 4번째로 개발해냈다. 

3년 동안 순제작비만 225억 원이 들어간 미스터 고는 김 대표에게 생애 첫 흥행 실패라는 쓴 잔을 안겼다. 하지만 동시에 그가 바라던 새로운 도전과 비상의 발판이 되기도 했다.

김 대표의 인생은 롤러코스터를 타듯 상승과 하강을 반복해왔다. 

중앙대 연극영화과 재학하던 스물한 살때 그는 1년을 사이에 두고 부모님을 차례로 잃었다. 치료비 등으로 진 빚 3천만 원만 남았다. 김 대표는 결국 공부를 포기하고 고향인 강원 춘천으로 내려가 5년 동안 생선장사를 했다. 국회의원 보좌와 대통령 선거운동, 채석장 막노동까지 안해본 일이 없었다. 

지금도 고등어 배를 가르는데 5초밖에 걸리지 않는다. 한창 때 하루에 고등어 500마리의 배를 갈랐으니 일도 아닌 셈이다.

하지만 김 대표는 영화에 관한 꿈을 접지 못했다. 좋지 않은 형편에 꿈을 고집하는 게 맞는가 하는 고민에 밤마다 눈물이 났다고 한다. 결국 28세에 도매상까지 키운 생선 장사를 접고 학교로 돌아갔다.

학교에서 찾아온 단 한 번의 기회를 그는 놓치지 않았다. 김 대표는 고향 동문회의 모금으로 겨우 완성한 졸업작품 ‘자반고등어’로 로체스터국제영화제 대상을 받으며 영화계에 단번에 이름을 알렸다.

현재는 덱스터가 한국뿐 아니라 아시아 최고 수준의 특수효과 회사로 입지를 굳혔지만 김 대표는 여전히 덱스터를 할리우드의 픽사, 유니버셜 스튜디오 등 세계적 영화제작사 못지 않은 회사로 키우겠다는 야망을 품고 있다.

이를 위해 그는 덱스터를 영상 콘텐츠 기획과 촬영 및 제작, 후반작업에 이르는 모든 라인업을 구축한 국내 유일의 종합 영화스튜디오로 일궈냈다. 지난해는 영화 '괴물'과 '부산행'의 사운드를 제작했던 라이브톤을 인수하기도 했다. 

김 대표는 당시 "그동안 바랐던 마지막 단추가 채워졌다"며 "기획부터 특수효과, DI(색보정)는 물론 이제 사운드까지 제작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고진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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