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가 블록체인 자회사를 설립하기로 하면서 가상화폐 발행(ICO) 가능성이 한층 더 높아졌다.
블록체인 자회사 대표이사로 내정된 한재선 퓨쳐플레이 최고기술책임자(CTO)는 평소에도 기술보다 사업성을 강조해온 만큼 카카오가 확보한 플랫폼과 가상화폐 거래소 등을 활용하는 방향으로 사업을 추진할 것으로 보인다
▲ 카카오의 블록체인 자회사 대표이사로 내정된 한재선 퓨쳐플레이 최고기술책임자(CTO). |
7일 업계에 따르면 카카오가 블록체인 자회사를 통해 가상화폐 발행(ICO)을 추진할 가능성이 점쳐진다.
카카오가 가상화폐를 발행하게 되면 카카오게임즈, 카카오모빌리티 등 핵심 계열사에 필요한 자원을 조달할 창구가 될 수 있을 뿐 아니라 해외 진출 추진까지 한층 더 수월해질 수 있다.
메신저 서비스 기업 텔레그램은 최근 가상화폐 발행으로 전 세계에서 9천억 원의 자금을 거둬들이기도 했다.
업계는 카카오가 해외에서 성공적으로 가상화폐를 발행한다면 카카오 브랜드의 인지도를 높여 카카오모빌리티, 카카오게임즈 등의 해외 진출에도 큰 보탬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가상화폐가 카카오택시, 카카오톡 등에서 결제수단으로 쓰일 수도 있다.
카카오 관계자는 “현재로서는 블록체인사업을 본격적으로 시작하기 위해 자회사를 설립하는 정도 밖에 확정된 것이 없다”며 “구체적 사업은 회사가 기반을 갖춘 뒤에나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한재선 대표는 빅데이터 벤처 넥스알을 창업하고 KT에 매각한 뒤에도 대표이사를 맡아 사업을 이끌었던 빅데이터 전문가다.
업계는 한 대표가 데이터를 모으고 관리하는 시스템 개발에서 능력을 보였다는 점에서 데이터들을 네트워크에 분산시켜 저장하는 블록체인 기술 개발에도 장점을 보일 것으로 보고 있다.
한 대표는 4일 페이스북에 블록체인을 두고 “방향만 제대로 잡힌다면 전산학이 접목된 사회경제학적 기술(블록체인)은 무궁한 가능성을 열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하지만 한 대표는 단순히 기술개발에 몰두하기보다 사업성 있는 모델을 찾는 데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한 대표는 KT넥스알에서 일한지 4년이 되던 2014년 대표이사에서 물러났다. 넥스알이 KT에 인수될 때 한 대표가 독립적 운영을 약속받았지만 관계가 틀어져 KT 쪽에서 연임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그 뒤 스타트업 육성기관인 퓨쳐플레이에 합류해 창업가로서 아쉬웠던 부분들을 조언했는데 그 가운데서도 '기술 자체보다 기술의 사업성에 주목해야한다'는 점을 강조했다고 한다.
그는 2015년 한 강연에서 스타트업 창업자들에게 “불확실한 사업기회에 쉽게 흥분하지 말라”고 조언했다. 사업성을 판단하지 못하고 무작정 뛰어들어서는 실패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카카오는 가상화폐 거래소 업비트를 운영하는 두나무에 투자했고 국내에서 독보적 1위인 메신저 카카오톡을 기반으로 다양한 플랫폼사업을 하고 있다. 한 대표는 우선 이를 활용한 가상화폐사업이나 데이터 보안 강화에 나설 가능성이 높다.
카카오가 이미 카카오페이의 인증서 서비스에 블록체인 기술을 접목하고 있는 등 블록체인 관련 개발을 해온 만큼 기술인력 확보에도 큰 문제가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카카오 관계자는 “카카오페이 인증서 서비스가 꼭 새로 설립되는 블록체인 자회사와 관련된 것은 아니다”면서도 “하지만 카카오가 지속적으로 블록체인 기술에 관심을 쏟아온 것은 맞다”고 말했다.
한 대표는 카이스트 전산학 박사 출신으로 2007년 빅데이터 벤처 넥스트알을 창업해 2010년 KT에 매각했다. 2014년부터 퓨쳐플레이에서 CTO로 일하며 초기 스타트업들에게 사업 아이템과 관련해 조언하는 일을 맡고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이대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