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램과 낸드플래시 등 메모리반도체의 가격이 올해 급등하며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예상보다 더 강력한 호황기를 누릴 것으로 예상됐다.
하지만 이르면 내년부터 글로벌 경쟁업체들의 증설효과가 나타나 공급과잉과 가격하락세가 이어질 것으로 전망돼 대응전략에 채비를 갖춰야 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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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기남 삼성전자 반도체총괄 사장(왼쪽)과 박성욱 SK하이닉스 부회장. |
반도체 수요가 급증하는 반면 업체들의 공급량은 거의 늘어나지 않아 부품확보를 위한 경쟁이 더욱 치열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올해 전 세계 반도체시장의 매출규모는 메모리반도체의 호황에 힘입어 지난해보다 15% 늘어난 4191억 달러(470조 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됐다.
하지만 낸드플래시의 출하량은 지난해보다 2% 늘어나는 데 그치고 D램 출하량은 오히려 소폭 줄어들 것으로 추정됐다. 가격상승이 전체 시장성장을 주도하고 있는 셈이다.
IC인사이츠는 “반도체기업들의 D램 투자가 생산증설보다 공정기술 개선에 집중되며 공급부족이 계속되고 있다”며 “낸드플래시 역시 수요증가로 큰 폭의 가격상승이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올해 D램 평균가격은 지난해보다 63%, 낸드플래시는 33% 오를 것으로 추정됐다. 각각 1997년과 2000년에 기록했던 기존 역대 최고 가격상승폭을 넘어서는 것이다.
하지만 반도체기업들의 증설투자효과가 본격화되며 하반기부터는 가격상승세가 소폭 사그라든 뒤 이르면 내년부터 공급과잉과 가격하락으로 업황이 반전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IC인사이츠는 “삼성전자를 포함한 반도체기업들이 올해 3D낸드 생산투자에 사실상 전력을 다하고 있다”며 “이런 투자효과가 결국은 향후 1~2년 사이 공급과잉을 이끌 것”이라고 내다봤다.
기존에 경쟁자로 꼽히지 않았던 중국 반도체기업들도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을 받아 3D낸드에 대규모 투자를 벌이며 물량공세에 가담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IC인사이트는 D램 가격상승 속도도 3분기에는 크게 둔화한 뒤 4분기부터 가격이 하락세로 돌아설 수 있다고 봤다. 주기적으로 발생하는 D램 호황기가 한계를 맞았다는 것이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모두 주력사업인 메모리반도체의 호황에 가장 수혜를 봐 올해 일제히 역대 최대 매출과 영업이익을 거둘 것으로 전망된다.
하지만 메모리반도체에 의존이 높은 사업구조가 업황악화의 타격을 더욱 키울 수 있는 만큼 향후 공급과잉과 가격하락이 일어날 가능성에 선제적으로 대응해야 한다는 주문이 나온다.
삼성전자는 7월 가동을 시작한 세계 최대규모의 평택 반도체공장 등에 이미 40조 원 이상의 시설투자를 계획하고 있다. 원가절감능력을 강화해 가격하락 타격을 방어할 수 있지만 자칫하면 대규모 투자의 효과를 보지 못해 역풍을 맞을 수 있다.
SK하이닉스는 아직 D램에 비해 낸드플래시시장 점유율이 미미하고 3D낸드의 생산비중도 낮아 향후 본격적인 증설경쟁의 효과가 나타날 경우 상대적으로 뒤처질 수 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공격적인 투자로 3D낸드 생산비중을 더욱 끌어올리는 등 적극적인 대응전략이 필요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IC인사이츠는 “반도체시장 성장세에 비해 주요 수요처인 스마트폰과 PC시장의 성장세는 비교적 낮다”며 “올해 반도체 호황기의 배경에는 외형성장보다 가격상승의 영향이 절대적이라 주의깊게 봐야 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