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쿠팡이 개인정보 유출 피해자에게 1인당 10만 원을 배상하라는 소비자분쟁조정위원회의 조정안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16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쿠팡은 11일 한국소비자원 소비자분쟁조정위원회에 조정안을 수용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서면으로 전달했다.

▲ 쿠팡이 개인정보 유출 피해자에게 1인당 10만 원을 배상하라는 소비자분쟁조정위원회의 조정안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사진은 서울 광진구 구의동에 있는 쿠팡 사옥. <비즈니스포스트>


쿠팡은 그동안 진행한 선제적 조치와 조정안 수용에 따른 대내외적 파급효과를 고려했다고 설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소비자분쟁조정위원회는 7월 쿠팡 개인정보 유출 피해자 50명이 신청한 집단분쟁조정에서 쿠팡의 위자료 배상 책임을 인정했다.

조정위는 쿠팡이 신청인들에게 각각 현금이나 쿠팡캐시로 10만 원을 지급하도록 결정했다. 개인정보 유출과 관련해 쿠팡의 손해배상 책임을 인정한 첫 소비자분쟁조정 결정이었다.

조정위는 이름과 이메일, 주소 등 개인정보뿐 아니라 공동현관 비밀번호와 주문내역처럼 개인 생활과 밀접한 정보까지 유출됐다는 점 등을 배상 책임 판단에 반영했다. 유출 정보가 장기간 외부로 빠져나갔고 실제 악용 가능성이 있었다는 점도 고려했다.

쿠팡이 조정안을 거부하면서 이번 집단분쟁조정은 불성립으로 끝나게 됐다.

소비자분쟁조정은 당사자 양쪽이 조정 내용을 받아들이면 재판상 화해와 같은 효력이 생기지만 한쪽이 거부하면 민사소송 등 법원 절차를 통해 분쟁을 이어갈 수 있다.

쿠팡이 조정안을 받아들이고 집단분쟁조정에 참여하지 않은 유출 피해자에게까지 같은 수준의 보상을 적용했을 경우 전체 배상 규모는 3조7천억 원을 넘어설 수 있었다.

쿠팡은 앞서 자체 보상을 실시했다는 점을 조정안 거부 판단에서 중요하게 본 것으로 파악된다.

쿠팡은 2025년 12월 개인정보 유출 통지를 받은 3370만 계정을 대상으로 1인당 모두 5만 원 상당의 구매이용권을 지급한다고 발표했다. 전체 명목금액은 1조6850억 원이었다.

구매이용권은 쿠팡 상품 5천 원, 쿠팡이츠 5천 원, 쿠팡트래블 2만 원, 명품·뷰티 서비스 알럭스 2만 원으로 나눠 지급됐다. 올해 1월15일부터 이용권 지급이 시작됐다.

다만 정부 조사에서 확인된 개인정보 유출 규모는 당시 쿠팡이 구매이용권을 지급한 대상보다 컸다.

개인정보보호위원회는 6월 쿠팡의 인증 서명키 관리와 접근통제 등 안전관리 체계가 미흡해 약 3755만 명의 개인정보가 유출됐다고 판단했다.

개인정보위는 쿠팡에 과징금 6246억8100만 원과 과태료 1680만 원을 부과하고 재발 방지를 위한 시정명령도 내렸다.

쿠팡은 당시 개인정보위 처분과 관련해 사고 발생에 사과하면서도 일부 사실관계와 판단이 충분히 반영되지 않았다며 법적 절차를 통해 다투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소비자분쟁조정 절차가 끝나더라도 신청인들이 법적 대응을 이어갈 통로는 남아 있다.

11일부터 시행된 현행 소비자기본법에는 사업자가 소비자분쟁조정 내용을 받아들이지 않은 사건에서 피해구제를 위해 소송이 필요하다고 판단되면 한국소비자원장이 위촉 변호사를 통한 소송대리나 소장 작성 등을 지원할 수 있다는 규정이 마련돼 있다.

한국소비자원은 현재 쿠팡 사건에 대한 별도의 대응 방안을 결정하지 않았으며 조정 신청인들의 의사를 확인한 뒤 후속 절차를 검토한다는 입장인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소비자원은 SK텔레콤이 개인정보 유출과 관련한 소비자분쟁조정안을 거부한 사건에서도 피해 소비자를 위한 소송지원 절차를 추진한 바 있다. 조성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