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영훈 한화갤러리아 대표이사가 대전신세계에 밀린 타임월드의 경쟁 부담이 커진 가운데 매각 여부를 검토하고 있다. 서울 압구정에 있는 명품관 재건축에 9천억 원을 투입해야 하는 만큼 매각 가격이 1조 원 안팎으로 거론되는 타임월드를 계속 보유할 실익과 자산 유동화 효과를 함께 따져볼 필요성이 커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사진은 생성형 AI 챗GPT로 만든 이미지.

[비즈니스포스트] 김영훈 한화갤러리아 대표이사가 대전에 있는 타임월드점의 매각을 저울질하고 있다.

신세계가 운영하는 '아트앤사이언스'가 대전 지역 백화점 1위로 올라서며 타임월드점의 입지가 좁아지는 상황에서 경쟁을 지속하기보다는 이를 팔아 현금을 확보한다면 서울 압구정에 있는 명품관 재건축에 투입해야 할 재원을 확보할 수 있지 않겠냐는 판단이 깔려 있는 것으로 보인다.

16일 한화갤러리아의 투자계획과 대전 백화점 시장의 경쟁구도를 종합하면 타임월드점 매각이 현실화할 경우 김 대표는 대전에서 커진 경쟁 부담을 덜면서 대규모 투자를 위한 재무 여력을 확보하는 효과를 동시에 얻을 것으로 전망된다.

타임월드는 한화갤러리아가 운영하는 백화점 5곳 가운데 하나다. 한화갤러리아는 서울 압구정 명품관과 경기 광교점, 충남 천안 센터시티점, 경남 진주점을 직접 운영하고 타임월드점은 100% 자회사인 한화갤러리아타임월드를 통해 운영한다.

지역 유통업계에서는 타임월드점 부동산과 경영권을 모두 포함한 통매각이 이뤄질 경우 매각 규모가 1조 원 안팎에 이를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타임월드는 대전 서구 둔산동 핵심 상권에서 20년 넘게 자리를 지켜온 지역 대표 백화점이다. 2025년 거래액은 6천억 원대로 전국 백화점 가운데 18위, 갤러리아 점포 가운데서는 서울 명품관에 이어 두 번째로 크다.

대전 둔산 상권의 구심점 역할을 해온 상징성에다 주요 상업지역의 부동산 가치까지 더해지면서 단순히 최근 영업실적만으로 매각가를 평가하기 어렵다는 시각이 나온다. 지역 유통업계에서 통매각 규모를 1조 원 안팎까지 거론하는 배경도 여기에 있다.

김 대표에게 타임월드점은 단순한 지방 점포가 아니다.

김 대표는 한화갤러리아에서 전략팀장과 기획실장, 전략기획실장 등을 지낸 뒤 2019년 10월 타임월드로 자리를 옮겨 직접 점포를 이끌었다. 현재는 한화갤러리아 대표와 함께 한화갤러리아타임월드 대표이사를 겸임하고 있다.

과거 타임월드점을 직접 운영했던 김 대표가 이제는 한화갤러리아 백화점 사업 전체를 책임지는 위치에서 각 점포의 보유 가치를 다시 판단하게 된 셈이다.

김 대표가 타임월드점 매각을 검토하는 배경 가운데 하나로 꼽히는 것은 바로 2027년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압구정 명품관 재건축이다.

한화갤러리아는 명품관 웨스트를 2027~2030년, 이스트를 2030~2033년 차례대로 재건축한다. 총 사업비는 약 9천억 원으로 추산되며 완공 뒤 명품관 연면적은 현재의 2배 이상으로 늘어난다.

김 대표는 올해 명품관 재건축을 한화갤러리아의 중장기 성장동력을 위한 핵심 사업으로 직접 제시한 바 있다. 그는 3월 정기주주총회에서 사업 외형 확장과 운영 효율화를 통한 수익 개선을 강조하면서 명품관 재건축 프로젝트 고도화와 신규 사업, 부동산 개발 등에 대한 투자 검토에 주력하겠다고 밝혔다.

눈에 띄는 것은 한화가 제시한 재건축 자금 조달 방식이다.

한화는 명품관 재건축에 필요한 돈을 보유 부동산과 지분 유동화, 공사 기간 발생하는 영업이익(EBITDA), 부족분에 대한 은행 차입으로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한화갤러리아가 보유한 부동산 가운데 일부가 명품관 재건축의 재원으로 사용될 가능성이 충분한 셈이다.

타임월드점의 위상이 예전만 하지 못하다는 점도 김 대표가 해당 지점 매각을 검토하는 이유로 작용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한화갤러리아타임월드 별도기준 매출은 2023년 1282억 원에서 2024년 1195억 원, 2025년 1071억 원으로 줄었다. 영업이익은 2023년 35억 원에서 2024년 4억 원으로 감소했다가 2025년 26억 원으로 늘었지만 2025년 순이익은 1700만 원에 그쳤다.

▲ 대전 유성에 위치한 대전신세계 아트앤사이언스 전경. <신세계백화점>


타임월드점의 실적 감소는 대전 백화점 시장 자체의 위축 탓도 아니다.

신세계의 아트앤사이언스가 문을 연 2021년 이후 타임월드점의 점포 거래액은 7407억 원에서 2022년 7362억 원, 2023년 6766억 원, 2024년 6265억 원, 2025년 6032억 원으로 줄었다. 전국 백화점 매출 순위도 2021년 13위에서 2025년 18위로 내려갔다.

반면 아트앤사이언스는 개점 이듬해인 2022년 거래액 8647억 원으로 타임월드점을 넘어선 뒤 2023년 9463억 원, 2024년 9710억 원으로 몸집을 키웠다. 2025년에는 1조410억 원을 기록해 전국 백화점 13위에 올랐다. 5년 전 타임월드점이 차지했던 순위를 아트앤사이언스가 가져간 셈이다.

대전 백화점 시장 전체 규모는 오히려 커졌다. 국가통계포털 e-지방지표에 따르면 대전지역 백화점 판매액은 대전신세계 개점 전인 2020년 9961억 원에서 2024년 1조8754억 원으로 88.3% 증가했다.

한국신용평가가 집계한 2025년 대전지역 백화점 시장점유율에서도 대전신세계는 54%로 절반을 넘은 반면 타임월드는 32%, 롯데백화점 대전점은 11%를 차지했다.

시장이 확대되는 동안 타임월드의 거래액은 줄어든 만큼 한화갤러리아로서는 커진 시장을 되찾기 위해 추가로 투자할 것인지, 다른 핵심 사업에 자본을 배치할 것인지 선택해야 하는 상황에 가까워졌다고 할 수 있다.

한화갤러리아는 타임월드점 매각을 위한 내부 논의를 진행하고 있다.

한화갤러리아타임월드는 11일 노동조합에 타임월드점 양도 관련 논의를 시작하려 한다는 취지의 공문을 보낸 뒤 직원 설명회를 연 것으로 알려졌다. 구체적 매각 방식이나 인수자는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한화가 타임월드점의 현금화를 시도한 것은 이번이 처음도 아니다. 다만 5년 전에는 '건물은 팔아도 백화점은 지킨다'는 선택이었다.

당시 모회사인 한화솔루션은 2021년 타임월드 토지와 건물에 세일앤리스백 방식의 자산 유동화를 추진했다. 당시에는 백화점 영업을 계속하면서 부동산만 현금화하려 했지만 거래는 성사되지 않았다.

한화갤러리아 관계자는 비즈니스포스트와 통화에서 타임월드 매각 검토와 관련해 "현재로서는 정해진 바가 없다"고 말했다. 조성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