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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올해 7월24일(현지시각) 미국 캘리포니아주 엔비디아 사옥에서 이해진 네이버 의장(오른쪽)과 젠슨 황 엔비디아 CEO가 10억 달러 규모의 전략적 투자 계약을 체결한 후 악수하고 있다. <네이버>
미국 빅테크의 압도적 자본력에 홀로 맞서기 어렵다고 본 이해진 네이버 이사회 의장은 AI 인프라에서는 엔비디아를, 가상자산·웹3 분야에서는 두나무를 우군으로 끌어들였다.
엔비디아가 유상증자로 네이버의 3대 주주에 오르고, 두나무는 네이버파이낸셜과의 주식 교환으로 네이버 계열에 편입되는 등 단순 협력을 넘어 자본으로 강하게 엮인 동맹을 구축했다는 점에서 이번 연합의 무게감이 남다르다는 평가가 나온다.
7일 최수연 네이버 대표는 2분기 실적 발표 컨퍼런스콜에서 엔비디아와의 구체적 협력 성과와 향후 AI 인프라 사업의 로드맵을 공개했다.
최 대표는 “2027년 상반기 55MW(메가와트) 규모의 서비스 개시를 시작으로 매출이 발생할 것으로 예상한다”며 “2027년 말 100MW, 2028년 200MW로 단계적으로 확장하고 최종적으로는 GW(기가와트)급 인프라 구축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밝혔다.
앞서 지난 6월 네이버는 엔비디아와 함께 AI 인프라를 공동 구축하고 운영하는 사업 계획을 발표했다. 이는 AI 전환기 속에서 데이터센터와 전력, 컴퓨팅 인프라 수요를 선점하기 위한 제휴로 파악된다.
최근 AI 경쟁의 축은 단순한 모델 성능 경쟁을 넘어 AI 모델을 안정적으로 돌릴 데이터센터·그래픽처리장치(GPU)·전력 확보로 옮겨갔다. 모델 성능이 상향 평준화되고 에이전틱 AI(자율형 AI)로 추론 연산 수요가 폭증하면서 인프라 확보의 중요성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이해진 의장도 경영 전면에 나서 이번 동맹을 이끌어냈다.
지난 6월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가 내한했을 당시 네이버 사옥에서 구체적인 협력안을 직접 논의했고, 이어 7월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AI 서밋에도 참석해 젠슨 황 CEO와 회동을 갖고 전략적 투자 협약을 이끌었다. 과거 ‘은둔의 경영자’로 불리며 공식 행사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던 것과 대조적 행보다.
엔비디아와 AI 인프라 전략은 구체적 단계에 접어들었다. 김희철 네이버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이날 “진입 속도가 빠르고 구체적 실행 계획이 있어 시장 선점에 강력한 강점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AI 데이터센터는 대규모 초기 자본이 드는 사업인 만큼, 네이버는 세 회사가 역할을 나눈 연합 구조를 짰다. 8월3일 공시에 따르면 엔비디아가 GPU 등 장비와 기술을 대고, 자본 파트너인 브룩필드가 90억 달러(약 12조6천억 원)를 투입해 GPU·데이터센터를 사들여 소유하며, 네이버는 인프라를 직접 사지 않고 플랫폼 운영과 고객 서비스를 맡는 방식이다.
여기에 엔비디아는 자본 거래를 통해 네이버와 동맹을 강화했다. 네이버는 지난달 27일 공시를 통해 엔비디아가 제3자 배정 유상증자에 1조4809억원 규모(4.5%) 참여해 네이버 3대 주주로 올라섰다고 밝혔다.
네이버로서는 엔비디아의 최신 GPU를 안정적으로 공급받을 발판을 마련한 셈이다. 최 대표는 "단순한 기술 협력을 넘어 양사가 사업의 성과와 리스크를 함께하는 장기 동반자 관계로 발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두 회사의 동맹은 서로 다른 이해가 맞물린 결과로 보인다. 네이버는 홀로 감당하기 어려운 자본과 GPU를 확보했고, 엔비디아는 소수 빅테크에 쏠려 있던 고객군을 정부·지역 AI 사업자로 넓히는 과정에서 네이버라는 아시아의 주요 AI 거점을 확보했다.
▲ 이해진 네이버 의장이 2025년 11월27일 네이버 1784에서 열린 네이버–두나무 공동 기자간담회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네이버>
네이버는 국내 가상자산거래소 1위 사업자인 두나무와의 포괄적 주식 교환을 추진 중이다. 이 과정을 거치면 네이버의 금융 자회사인 네이버파이낸셜의 100% 자회사로 두나무가 편입되면서, 네이버의 손자회사가 될 전망이다.
이 의장이 직접 이끌어낸 거래로 알려졌다. 그는 지난해 11월 열린 두나무와 합병 관련 기자간담회에서 "송치형 두나무 회장과 함께하면 사업적·기술적으로 네이버와 국내 소프트웨어 업계에 큰 도움이 될 것 같아 제안을 건넸다"고 말했다.
네이버가 두나무와 합병을 추진하는 것은 ‘에이전틱 AI’와 ‘웹3'의 결합 때문이다. 앞으로 AI가 사람의 지시를 받아 스스로 물건을 구매하고, 금융 거래까지 대신 처리하는 시대가 본격화하면, 국경 없이 실시간으로 안전하게 대금을 정산하고 인증할 수 있는 블록체인과 가상자산 인프라가 필수적이라고 이 의장은 판단한 것으로 풀이된다.
기존의 거래 수수료 중심 매출 구조에서 벗어나 매출 다변화가 필요했던 두나무와 AI와 결합할 차세대 금융 인프라를 원했던 네이버의 이해관계가 일치한 셈이다.
이 의장은 당시 간담회에서 “네이버의 AI 역량은 웹3와 긴밀하게 시너지를 발휘해야만 차세대 시장을 선점할 수 있다”며 “아직 글로벌 기업들이 시도하지 않은 새로운 도전에 나서야만 치열한 경쟁에서 살아남을 수 있다”고 했다.
두 회사의 시너지는 합병 작업이 마무리돼야 본격적으로 드러날 전망이다.
이번 결합은 공정거래위원회 심사와 총수 지정 문제 등으로 일정이 다소 지연됐으나, 최근 규제개혁위원회가 공정거래법 위반 이력에 대한 예외 규정 신설을 권고하면서 통합 작업에 속도가 붙었다. 주병기 공정거래위원장도 국회에서 "연말 안에 (심사를) 완료할 수 있다"고 밝히는 등 연내 공정위 승인 가능성이 거론된다. 정희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