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이주연 테라다인로보틱스 한국대표 "산업용 로봇 시장, 중국 저가 공세 심각"

▲ 이주연 테라다인로보틱스 한국대표가 서울 서초구 양재동 스포타임빌딩에서 비즈니스포스트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비즈니스포스트] “한국 제조업 현장의 자동화는 막을 수 없는 자연스러운 흐름입니다. 다만 지금 시기를 놓친다면 국내 산업 현장은 중국산 제품에 잠식당할 수 있습니다.”

18일 이주연 테라다인로보틱스 한국대표는 서울 서초구 양재동 스포타임빌딩에서 비즈니스포스트와 가진 인터뷰에서 국내 제조기업들의 자동화 솔루션 도입은 더 이상 선택 사항이 아니라며 이같이 말했다. 

테라다인로보틱스는 미국에 본사를 둔 기업으로, 세계 협동로봇 1위 기업 ‘유니버설 로봇’과 주율주행로봇(AMR) 기업 ‘미르’를 자회사로 둔 글로벌 로봇 전문 기업이다.

2021년 한국 시장에 진출한 테라다인로보틱스는 한국 제조업 자동화 시장 공략에 속도를 내고 있다. 저출산과 고령화로 인력난이 심각해지며 한국의 산업 현장 자동화 수요가 급증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대표는 “데이터를 보면 한국의 노동 가능 인구가 빠르게 줄어들고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고, 이 추세가 점점 빨라지고 있다”며 “숙련공 구인도 어려워지고 있는 상황이라 갈수록 인력 문제가 구조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조선업이 대표적인 예시라고 설명했다. 그는 "한국 조선업이 어려움을 겪던 시기 대부분의 숙련 용접공들이 다른 산업으로 이동했고, 이후 조선 업계에 용접 관련 협동로봇 수요가 빠르게 늘어났다"며 "이처럼 모든 산업에는 사이클이 존재하기 때문에 특정 부문에 인력 빈틈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국내 제조업 현장의 자동화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는 가운데, 국내 로봇 기업들이 살아남기 힘든 환경이 조성되고 있다는 점에 안타까움을 드러냈다.

그는 “유니버설 로봇처럼 하이엔드(고성능) 제품을 생산하는 기업의 경우 중국 기업과의 경쟁이 비교적 덜하다”면서 “하지만 대부분의 한국 로봇 기업들은 중저가 제품을 생산하고 있어 중국 기업들과 직접적 경쟁을 펼치고 있다”고 말했다.
 
[인터뷰] 이주연 테라다인로보틱스 한국대표 "산업용 로봇 시장, 중국 저가 공세 심각"

▲ 유니버설로봇과 미르의 기업이미지(CI). <테라다인로보틱스>


이어 “중국 기업들이 생각보다도 빠르게 기술 격차를 줄이고 있다”며 “국내 기업들은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저가 경쟁을 펼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는 "정부와 기업들이 자동화 솔루션 도입을 서두르지 않으면, 중국 기업들의 저가 공세는 걷잡을 수 없이 확대될 것"이라고 했다. 

그는 “정부나 기업이 자동화 관련 투자를 결정할 때 기술 부문 평가 비중을 확대할 필요가 있다”며 “그렇지 않으면 중국의 저가공세에 휘둘릴 수밖에 없다”고 했다.

그는 또 로봇 인력 양성 체계도 변화가 필요하다고 했다. 그는 "한국은 원천 기술 개발보다 기술을 활용해 제품을 개발하는 산업 구조를 갖고 있기 때문에 한 명의 전문가를 육성하는 것보다 여러 명의 기술자를 육성하는 것이 유리할 수 있다"고 했다.

이 대표는 향후 한국의 산업 현장이 지금의 정유 플랜트나 데이터센터, 반도체 공장처럼 로봇 자동화 공장으로 빠르게 변할 것으로 전망했다. 대부분의 공정은 로봇이 대체하고, 사람은 이를 관리하는 업무를 맡을 것이란 설명이다.

다만 최근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는 휴머노이드 로봇이 실제 산업 현장에 도입되기까지는 아직 해결할 문제가 많다고 그는 설명했다. 그는 당분간은 휴머노이드 로봇 대신 즉시 현장 투입 가능한 산업용 협동로봇이 주류를 이룰 것으로 봤다.

그는 “인력을 대체하기 위한 산업용 로봇에 머리, 팔, 다리가 달려 있을 필요는 없다”며 “기존 협동로봇에 피지컬 인공지능(AI)을 결합해 숙련공 수준의 업무 능력을 발휘한다면 더 나은 선택지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유니버설 로봇의 로봇팔과 미르의 자율주행로봇을 합친 형태의 제품이 현실적 피지컬 AI 도입 방안이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그는 국내 산업 현장에서 중국 공세를 이겨낼 방법은 기술 격차밖에 없다고 했다.

그는 “하드웨어는 중국도 웬만한 글로벌 기업들과 견줄 수 있을 정도로 발전했지만, 소프트웨어 부문에서는 여전히 격차가 존재한다”며 “보호주의 정책으로 자국 로봇 산업을 방어하기보다는 기술 격차를 통해 극복해야 한다”고 말했다. 최재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