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크리스 차우리 앤트로픽 인터내셔널 총괄(오른쪽)과 최기영 앤트로픽 한국 대표가 17일 서울 여의도 콘래드 호텔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한국 사업과 관련해 기자들 질문을 받고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앤트로픽은 생성형 AI 모델 '클로드'를 앞세워 국내 주요 대기업과 스타트업, 연구기관, 공익단체까지 협력 범위를 확대하며, 기업용 AI 시장에서 영향력을 키우겠다는 전략을 밝혔다.
지난해 오픈AI가 한국 법인을 설립한 데 이어 앤트로픽까지 국내 거점을 마련하면서 글로벌 생성형 AI 기업들의 한국 시장 선점 경쟁도 한층 치열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미국 정부의 AI 수출통제로 미토스5·페이블5 접근이 제한되면서 서비스 공급 안정성과 규제 불확실성 문제가 앤트로픽의 한국 시장 공략 과정에 주요 변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
앤트로픽은 17일 서울 여의도 콘래드 호텔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서울 오피스 개소와 한국 사업 확대 계획을 밝혔다.
이날 행사에는 크리스 차우리 앤트로픽 인터내셔널 총괄과 최기영 한국 대표가 참석해 국내 사업 전략과 한국 AI 생태계 협력 방안을 설명했다.
차우리 총괄은 “앤트로픽은 AI 안전성 연구를 기반으로 인류에게 안전하고 신뢰할 수 있는 AI 경험을 제공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한국의 AI 기본법도 이러한 방향성과 궤를 같이한다”며 “한국은 앤트로픽이 중요하게 생각하는 시장 가운데 하나로, 앞으로 투자를 확대해나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최 대표는 한국이 글로벌 AI 확산에 앞서 준비된 시장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사실 앤트로픽보다 한국이 더 먼저 준비돼 있었다고 볼 수 있다”며 “한국은 세계에서 몇 안 되는 AI 포괄법 체계를 마련한 국가이자 2030년까지 AI 3대 강국 도약을 목표로 국가 차원의 지원을 이어가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국내에는 이미 클로드를 적극 활용하는 개발자와 기업들이 많고 AI 반도체와 인프라 분야에서도 세계적 경쟁력을 갖추고 있다”며 “AI 생태계 전반을 갖춘 몇 안 되는 국가”라고 평가했다.
실제 앤트로픽 경제지수에 따르면 한국은 인구 대비 클로드 사용량이 세계 평균을 크게 웃도는 수준을 보이고 있다. 1인당 사용량 기준으로도 세계 최상위권에 속하며 특히 개발자와 창업가를 중심으로 활용도가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 최기영 앤트로픽 한국 대표가 17일 서울 여의도 콘래드 호텔에서 기자간담회에서 서울 오피스 개소와 한국 사업 확대 계획과 관련해 발언하고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이를 위해 구글 클라우드, 마이크로소프트, 어도비, 오토데스크, 스노우플레이크 등 글로벌 기업용 소프트웨어 기업에서 한국 사업을 이끌어온 최기영 전 스노우플레이크 한국 총괄을 한국 대표로 선임했다.
앤트로픽은 최 대표의 엔터프라이즈 영업 경험과 산업 네트워크를 바탕으로 금융·제조·통신·공공 분야를 중심으로 기업 고객 확보에 속도를 낼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단순 AI 모델 공급을 넘어 기업의 AI 전환(AX)을 지원하는 플랫폼 사업자로 자리매김하는 데 주력할 것으로 예상된다.
앤트로픽은 이날 간담회에서 국내 주요 기업들의 클로드 도입 사례를 소개하며 한국 시장 내 영향력 확대 성과도 공개했다.
네이버는 최근 전체 엔지니어링 조직에 AI 코딩 에이전트인 '클로드 코드'를 도입해 개발 생산성을 높이고 있는데, 앤트로픽은 이를 아시아 최대 규모의 엔터프라이즈 도입 사례로 평가했다.
넥슨도 클로드 코드를 활용해 글로벌 라이브 서비스 게임의 코드 작성과 검토, 배포 업무를 수행하고 있다고 회사 측은 소개했다.
국내 대기업의 클로드 도입도 확대되는 추세에 있다고 회사 측은 설명했다.
LGCNS는 수천 명 규모의 임직원을 대상으로 클로드를 사용토록 하고 있으며, 향후 LG그룹 전반으로 활용 범위를 넓힐 계획이라고 회사 측은 전했다.
한화솔루션은 AWS 베드록을 통해 글로벌 임직원들에게 클로드를 제공하고 있으며, 삼성SDS도 삼성전자 임직원을 대상으로 클로드 활용 범위를 지속적으로 확대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앤트로픽은 국내 기업 AI 시장을 넘어 연구 및 공공 분야에서도 영향력 확대에 나서고 있다.
국가AI연구거점(NAIRL)과 협력해 최대 60명의 연구자에게 클로드 계정을 무료로 제공하고 AI 안전성, 모델 평가 등 핵심 연구를 지원한다.
공익 분야에서는 굿네이버스와 협력해 사회복지 행정업무 효율화와 프로그램 성과 분석 등에 클로드를 활용하도록 지원할 계획이다.
최 대표는 앞서 한국에 진출한 오픈AI와 차별점으로 기업 중심 AI 전략을 꼽았다.
그는 “앤트로픽은 단순히 AI 모델을 제공하는 데 그치지 않고, 고객이 실제 업무 현장에서 성과를 낼 수 있도록 지원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며 “국내 시스템통합(SI) 기업들과도 긴밀히 협력하며, 기업들의 AI 전환(AX)을 지원할 수 있는 솔루션을 제공할 것”이라고 말했다.
차우리 총괄은 기업용 AI 시장에서의 경쟁력을 강조했다.
그는 “앤트로픽은 창립 초기부터 AI 안전성을 핵심 가치로 삼아왔으며, 동시에 기업 고객 시장에 집중해왔다”며 “현재 엔터프라이즈 AI 시장에서 선도적 위치를 확보하고 있으며, 약 40% 수준의 시장 점유율을 기록하고 있다”고 말했다.
▲ 크리스 차우리 앤트로픽 인터내셔널 총괄이 17일 서울 여의도 콘래드 호텔에서 기자간담회에서 서울 오피스 개소와 한국 사업 확대 계획과 관련해 발언하고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최근 미국 정부가 첨단 AI 모델에 대한 수출통제를 강화하면서 앤트로픽의 차세대 모델인 미토스5와 페이블5에 대한 해외 접근이 제한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번 조치는 국내 기업들이 글로벌 최고 수준의 AI 모델을 활용하더라도 미국 정부의 정책 변화에 따라 서비스 접근성과 활용 범위가 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준 사례로 평가된다.
이에 따라 AI 주권과 공급망 안정성 문제가 다시 부각되면서 글로벌 AI 기업 의존도가 높은 국내 기업들의 우려도 커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금융권과 공공기관, 기업들은 서비스 안정성을 중시하는 만큼 앤트로픽이 공급 안정성과 규제 불확실성을 어떻게 해소하느냐가 향후 한국 사업 확대의 관건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차우리 총괄은 미국 정부의 수출통제 조치와 관련한 질문에 구체적 언급은 자제하면서도 규제 준수와 한국 시장 투자 의지를 밝혔다.
그는 “수출통제 지침은 조만간 해소될 것”이라며 “프론티어 AI 기업으로서 각국 정부가 요구하는 규제 체계에 부합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으며, 미국 정부와도 지속적으로 협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한국은 강력한 AI 비전과 역량을 갖춘 시장으로 앞으로도 협력할 기회가 많다고 본다”고 덧붙였다.
최 대표는 “클로드는 이미 우수한 한국어 성능을 보이고 있지만, 엔지니어링 및 연구 조직과 협력해 한국 시장에 더욱 최적화한 서비스를 제공할 것”이라며 “한국 규제 환경에 부합하는 서비스 제공 체계를 구축하고, 데이터 레지던시(데이터 국내 저장 및 처리) 옵션과 관련 인프라 구축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조승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