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전북 익산서 본 하림 맛 철학, 물류단계 '다이어트'로 신선도 손실 최소화

▲ 11일 전북 익산시 함열읍에 위치한 하림산업 1공장 퍼스트키친에 방문했다. 사진은 전북 익산시에 위치한 하림 본사의 모습. <비즈니스포스트>

[익산(전북)=비즈니스포스트] "가장 신선한 재료가 아니면 들어올 수 없고, 최고의 맛이 아니면 나갈 수 없다"

김홍국 하림그룹 회장이 강조해온 하림의 철학이다.

김홍국 회장의 철학을 현실로 옮기기 위해 필요한 것은 무엇보다도 빠르고 효율적인 물류라고 볼 수 있다. 모든 식품은 원재료가 가공되기 시작한 순간부터 신선함을 잃어가기 때문이다.

하림은 그 해답을 물류단계를 대폭 축소하는 것으로 해결하고 있다.

11일 전북 익산시 함열읍에 위치한 하림산업 1공장 퍼스트키친을 둘러봤다.

퍼스트키친은 면적 12만3429㎡(축구장 17개 크기)의 공장으로 하림그룹 계열사인 하림산업이 운영한다. 하림은 '더미식'이라는 브랜드를 앞세워 다양한 가정용간편식(HMR)과 즉석밥, 면류를 만들고 있다.

퍼스트키친은 중앙에 위치한 온라인 물류센터(FBH)와 K1, K2, K3 공장으로 이뤄져 있다.

가장 먼저 들른 곳은 K3 공장이었다. K3 공장은 면류를 주로 생산하는 곳으로 방문 당시에는 더미식 브랜드의 태동을 이끈 더미식 장인라면을 생산하고 있었다.

더미식 장인라면은 닭고기 등을 20시간 이상 끓인 육수를 활용해 액상스프를 만든다. 장인라면 액상스프의 원가는 일반 라면에 들어가는 분말스프의 10배 가까이 된다고 하림 관계자는 설명했다.

하림 관계자는 "더미식 장인라면에는 글루탐산나트륨(MSG)이 들어가지 않는다"며 "MSG가 건강에 나쁜 것은 아니지만 자식에게 끓여줄 수 있는 라면을 지향점으로 삼고 있다"고 강조했다.

육수는 스프에만 들어가는 것이 아니다. 더미식 장인라면 면발에도 육수가 들어간 반죽이 사용된다. 공장에서는 반죽이 얇게 펴지고 면 형태로 가느다랗게 잘린 뒤 우리가 아는 꼬불꼬불한 형태가 돼 가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즉석밥인 더미식 당찬진미 백미밥을 생산하는 K2 공장은 하림의 기술력이 응집된 곳이었다. 하림은 물과 쌀만을 사용한 즉석밥을 생산하기 위해 '나사(NASA) 클래스 100' 수준의 공간을 구성했다.

나사 클래스 100은 1세제곱피트(ft³)당 0.5마이크로미터(㎛) 이상의 초미세먼지 입자 수를 100개 미만으로 유지할 수 있는 수준의 깨끗한 환경을 말한다.

하림 관계자는 "산도조절제 등 식품첨가제를 사용하면 건강에 나쁘지는 않지만 밥에서 이취가 나고 하얗게 변색될 수 있다"며 "더미식 즉석밥은 물과 쌀만을 사용했지만 나사 클래스 100 수준의 환경에서 제조해 타사 즉석밥보다 소비기한이 오히려 한 달 긴 10개월이다"고 설명했다.

하림은 이를 위해 초미세먼지도 걸러주는 강력한 필터와 양압장치를 사용했다고 설명했다. 즉석밥 생산 공간을 항상 바깥보다 압력이 높게 유지함으로써 외부 대기로 오염되는 것을 방지했다는 것이다.

다 지은 밥을 식히는 과정에서는 찬물을 활용하는 경쟁사 제품과 달리 12분 동안 천천히 식혀 비닐 커버가 밥을 누르는 현상을 최소화했다는 설명도 들을 수 있었다.

이후 K1 공장으로 이동하는 길에 거대한 주황색 통로가 눈에 띄었다. 공장과 물류센터를 직결하는 컨베이어 벨트 통로였다.

하림 관계자는 "공장 자체를 물류센터와 직결하는 사례는 흔치 않다"며 "하림은 거점별로 물류센터를 두는 대신 FBH에서 합포장돼 배송지로 곧장 출발시키고 있다"며 물류센터의 경쟁력을 강조했다. 
 
[현장] 전북 익산서 본 하림 맛 철학, 물류단계 '다이어트'로 신선도 손실 최소화

▲ 퍼스트키친 K1 공장과 온라인 물류센터(FBH)를 잇는 컨베이어 벨트 통로. <비즈니스포스트>

K1 공장은 교자, 멘치카츠(다진 고기를 사용한 일본식 튀김 요리), 볶음밥과 같은 가정간편식뿐 아니라 K3 공장에서 사용하는 육수까지 제조하는 장소다.

공장 건물에 들어가자마자 10개가 넘는 초대형 솥에서 우려내고 있는 육수가 눈에 들어왔다. K1 공장에서 우려낸 육수는 전용 파이프를 통해 K3 공장과 K1 공장 내 필요한 라인에 즉시 운송된다.

하림 관계자는 "우리나라에서는 육수 시장이 아직 개화하지 않았다"며 "육수팩이나 치킨스톡도 판매하고 있지만 관련 식문화가 자리잡는 것이 우선"이라고 설명했다.

마지막으로 향한 곳은 공장의 중심부에 위치한 가장 큰 건물인 온라인 물류센터(FBH)였다.

FBH는 생산과 물류를 컨베이어 벨트로 직결했을 뿐 아니라 하림의 '물류단계 다이어트'가 이뤄지는 최전선으로 FBH에서 출고되는 모든 식품은 소매점 또는 소비자에게 직접 전달된다.

대부분의 식품 회사가 각지에 위치한 공장에서 각 거점 물류센터(허브)로 제품을 운송한 뒤 다시 각 소매점으로 전달되는 방식과 대비된다고 할 수 있다.

FBH에서 사용하는 아이스박스가 생산시설과 직접 연결됐다는 것도 특징이다. 각 공장에서 생산한 제품과 아이스박스가 컨베이어 벨트로 운반돼 즉각 조립돼 소비자에게 전달되는 것이다.

하림의 이런 노력은 물류비를 줄여 제품 고급화에 재투자하는 선순환 효과로 이어질 수 있다.

하림지주는 2025년 연결기준으로 매출 13조2149억 원, 영업이익 8874억 원을 기록했다. 2024년보다 매출은 7.7%, 영업이익은 15.9% 증가한 것이다.

실적 향상의 주요 원인으로 물류 비용의 감소가 꼽힌다. 매출이 7.7% 증가하는 동안 판매비와관리비(판관비)는 1.8% 증가하는 데 그쳤다. 특히 운반비는 1년 동안 0.2% 상승해 2024년과 거의 같은 수준이었다.

하림의 경영 전략이 가장 잘 드러나는 곳이 바로 오드그로서다. 오드그로서는 하림이 운영하는 식자재 플랫폼으로 생산자와 소비자를 직결해 오늘 낳은 달걀, 오늘 도계된 닭이 당일 소비자의 식탁에 오를 수 있도록 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

공장 방문 당일 하림의 품질 관리 능력을 포착할 수 있는 기회도 있었다.

멘치카츠 생산 공정을 견학하던 중 창 건너로 갑작스레 경고등이 들어왔다. 컨베이어 벨트 옆에서 빠르게 기계 팔이 나와 멘치카츠 한 봉지를 옆으로 빼내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곧바로 이를 확인한 직원이 달려와 봉지를 저울에 달아보고는 다른 직원에게 보고하는 모습을 관찰할 수 있었다. 해당 멘치카츠 봉지는 곧바로 폐기됐다. 전주원 기자